Page 44 - 사랑의교육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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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천사례
욱이를 만나게 하신 하나님
소강당에서 기독인대회가 시작될 무렵, 한 명의 루게릭병 제자가 내 눈에 들어왔다.
욱이였다. 양복을 걸친 욱이는 이제는 아이가 아니었다. 나이를 물어보니 42살이라고 했다. 의학
적으로는 19살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난다고 했는데, 40대 중년의 시기까지 생명을 연장시켜 주시
고, 이렇게 살아가게 하시는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해, 욱이를 마주하자마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욱이를 깊게 끌어안았다.
기독인대회가 3시에 시작되었는데, 온다고 했던 또 한 명의 루게릭병 제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
다. 3시 30분이 지나갈 무렵, 혹시나 다른 자리에 있을까 확인하려고 석이에게 문자를 넣었다.
“학교에 도착한 거니?”
그리고 한 시간 남짓 지난 후에 이렇게 답장이 왔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준비를 해서 나가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어머니가 날
짜를 착각하셔서 오늘 찾아뵙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날 따로 찾아뵈어도
되겠습니까? 정말 죄송합니다.”
참석하지 못해 죄송했어요
기독인대회를 마치고 석이와 통화를 했다.
석이는 이제 몸이 다소 약화되어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3일 기독인대회
때 선생님을 찾아뵈어야 한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었는데, 어머니께서 그날을 잊으셨다는 것이다.
죄송해서 어떡하냐고 연거푸 말하는 석이에게 나는 괜찮다고 하며 다음에 만나자고 말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석이는 계속 연락을 해왔다. 어디든지 좋으니까 어서 만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9월 8일, 목요일. 가을 바람이 기분 좋게 불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이 무척 푸르렀다. 그 푸르른 갈
빛이 대지를 지배하는 날 3시가 좀 넘어서, 석이는 내가 있는 북촌 <더작은재단>까지 찾아왔다. 도
봉동,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에서부터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내가 있는 가회동 북촌까지 온 것이다.
석이의 옆에는 장애인을 돕는 한 분이 함께 있었다. 석이를 보니, 아예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못하
고 있었다. 몇 년 전부터인가 다리에 힘이 없어지고, 손가락도 이제 힘이 없다고 했다. 생명을 연장
시켜 주셨지만, 언젠가부터 몸이 안 좋아진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 모습을 보니 울컥하며 눈물
이 솟구쳤다.
두세 곳의 카페를 지나,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1층에 있는 카페를 찾아갔다. 그리고 참 오랜만
에 석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예전의 고등학생과
선생님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 벌써 퇴임이라뇨?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하나도 없으신데요. 저, 깜짝 놀랐어요. 갑
자기 퇴직 소식을 들어서 건강이 안 좋으셔서 그러신가 했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냐, 석아. 우리처럼 하나님 믿는 사람은 사명 따라 사는 것이고 움직이는 거잖아.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여기를 사명지로 옮겨 주신거야. 학교 사역 하는 것도 동일하고. 나~, 건강하게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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