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사랑의교육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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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기









            났다. 정말 놓치기 아까워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잔금이었다. 잔금을 지불할
            날짜가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당초 계획대로 돈이 구해지질 않았다.
            여러 은행에 대출상담 하러 갔으나 담보가 없다고 바로 거절당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집은
            물론 어렵게 빌려서 마련한 계약금 200만원까지도 허공으로 날아갈 판이었다. 살기가 아주
            힘든 시절이라 주위에 손 내밀고 경제적인 도움을 요청할 데라곤 없었다. 혼자 고민을 하며
            속이 타들어가고 전전긍긍할 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동학년 커피타임 때였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도 배려심 많고 인정도 많아 천사로 소문
            난 동학년에 김 선생님이 제 사정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뜻밖에 말을 꺼냈다.
              "정 선생님, 제가 최근에 집을 구입하려고 모아둔 돈이 있는데 한 달 안에 갚으시면 됩니
            다. 제가 돈을 빌려드릴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며 김 선생님이 하나님 같이 우러러 보였다. 정말 천사가
            내려와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것만 같았다.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했다. 내 생애 첫 집은 김
            선생님의 배려와 도움으로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마련되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
            은 천사표 김 선생님이 아니고서는……
              결혼 후 닥친 가장 큰 위기이자 역경의 강을 기적처럼 건너게 해준 김 선생님을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세상이 점차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인정이 메말라 간다고 모두들 아우성이
            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남의 입에 들어가는 떡도 빼앗아 먹고, 자신이 먼저 승진하려고 경
            쟁자를 모함하여 쓰러뜨리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살벌한 세상이다. 그러나 이런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다가도 뜻밖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고마운 사람들
            의 친절과 배려 덕분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인생의 역경을 극복하기도 하고 운명을 새
            롭게 열어가기도 한다.
              꽃의 향기가 백 리를 간다면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고 했다.
              나도 내 인생에 다리가 되어 준 고마운 분들을 본받아 누군가가 어렵고 힘들 때 그 손을
            잡아주고 험한 세상을 쉽게 건너갈 수 있는 다리 같은 사람으로 향기가 나는 사람으로 살아
            가고 싶다. 자기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성경 속의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멋진 사람의
            향기를 지닌 이웃들이 많은 공동체가 바로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
            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35)




            80 :: 사랑의 교육 1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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