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사랑의교육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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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 기









               권이형이 나에게 검정고시 제도가 생겼다는 정보를 알려주며 꼭 도전해보라고 했다. 신세계
               를 발견한 것처럼 눈이 번쩍 뜨였다. 나에겐 너무너무 소중하고 고마운 정보였다. 하마터면
               영영 포기할 뻔한 꿈의 불씨를 철권이형이 되살려주었다. 얼마 후 나는 5년간 다녔던 공장
               을 과감하게 퇴사하고 대학 진학을 목표로 검정고시 공부에 몰두했다.
                 보수동에 있는 헌책방에 가서 교과서 대신 참고서를 구입해 좋아하던 친구들과도 담을
               쌓고 독학으로 검정고시 공부에 올인하였다. 1년 만에 중학 졸업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
               다. 다른 친구들이 3년 해야 마치는 공부를 독학으로 1년 안에 끝내려니 정말 죽을 만큼 힘
               들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때론 코피까지 쏟으며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드디어 또 1년 만에 고졸 자격 검정고시에 당
               당하게 합격했다. 그 후 교육대학에 합격해 36년간 교육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친동생처럼 아껴주었던 철권이형이 검정고시 정보를 알려주고 격려해주며 내 인생의 다리가
               되어 준 덕분이라 생각해 늘 고맙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내 인생의 두 번째 고마운 다리는 힘든 교직 생활의 강을 잘 건너갈 수 있도록 큰 다리를
               놓아주신 류 교장선생님이시다. 그 당시에 아주 드문 여자 교장선생님이셨는데 늘 겸손하셔
               서 복도에서 선생님들을 만나면 항상 "수고하십니다!" 하시며 먼저 인사를 하시곤 했다. 나
               는 승진에 크게 관심 없어 그때까지 평교사였는데 나의 성실함을 믿고 단번에 부장 서열 2위
               인 연구부장으로 발탁해주셨다.  추운 겨울이었다. 처음 연구부장을 맡아 새 학년도 학교교
               육계획을 수립하여 책으로 만드는 임무가 부여되었다. 무척 힘든 일이었다. 아무에게도 알
               리지 않고 2주 동안 매일 새벽 3시까지  추운 교실에 남아 각종 자료를 보며 컴퓨터와 힘겨
               루기를 했다. 드디어 완성된 학교교육계획서 초안을 들고 결재를 받으러 교장실 문을 두드
               렸다. 들어서자마자 류 교장선생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정 부장님, 요즘 거의 매일 밤늦게 교실에 남아서 일을 하신다면서요.
                 야간 경비원한테 들었습니다. 진짜 열정이 대단하십니다."
                 가 한사코 거절했지만 그동안 야간에 근무한 초과근무 수당까지 챙겨주셨다. 직장에서 인
               정받으며 일을 하니까 무슨 일을 해도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그날 이후 더 즐겁게 가르
               치고 더 열심히 일했더니 훗날 교육부장관상과 훈장도 보너스로 따라왔다. 인생을 뒤돌아볼
               때마다 류 교장선생님은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고마운 큰 다리 같은 분이시다.


                 내 인생의 세 번째 고마운 다리는 내 집 마련의 길을 터준 김 선생님이다. 두 번째 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결혼 3년차여서 단칸방 전셋집에서 집 없는 서러움의 쓴맛을 톡톡히 맛보
               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너무 좋은 조건과 기회가 찰떡궁합처럼 딱 맞아 떨어진 집이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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