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4 - 사랑의교육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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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을 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게 했다. 지도 여행만 못 한 것이다.
                      지도 여행은 참으로 즐겁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잠시 시간을 내어 지도를 펴놓고 보면, 불
                    과 몇 분 안에 전 세계를 구석구석까지 안 가본 데 없이 모두 여행하게 된다. 그러면 지금까
                    지 복잡했던 내 머리는 금방 정리되고, 순간 꿈과 낭만이 있는 동화의 나라로 인도되면서 미

                    지(未知)에 대한 그리움과 희망으로 가득 차게 한다. 또 나로 하여금 새로운 삶에 대한 기쁨
                    과 희망과 용기를 갖게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이런 나라들을 실제로 하나하나 가볼 기
                    회가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겨 주면서.


                      둘, 라플린에서의 추억


                      오래전 일이다. LA에서 사는 지인의 초청으로 미국에 가게 되었다. 자기가 쓴 글이 있는
                    데 책으로 낼 수 있는지 좀 봐달라며 비행기 표를 보내 주었다. 덕분에 10여 일 동안 미국
                    서부 일대를 속속들이 잘 구경할 수 있었다.
                      큰딸과 함께 가기로 했다. 때마침 딸아이는 결혼 후 사위와 함께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
                    었다.
                      그분은 자기가 쓴 글은 한국에 가서 보고, 이왕 왔으니 구경이나 하고 가라고 두 코스를
                    잡아 여행을 시켜주었다. 첫 번 코스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으로 해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
                    는 길이었고, 두 번째는 라스베이거스로 해서 그랜드캐니언 등 여러 국립공원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LA에서 출발해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은 거의 사막이어서 처음부터 낯선 풍경들이었
                    다. 특히 모하비 사막은 연 강수량이 120mm 이하로 사막과 도로 사이에는 철조망 등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사막이라고 해서 모래벌판으로만 생각했었는데, 키가 작은 관목과
                    선인장들이 드문드문 자라고 있는 그야말로 황야였다. 방울뱀 도마뱀 전갈 등이 많이 있다
                    고 했다.
                      모하비 사막을 지나 바투 우에서 점심을 먹고 라플린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라플린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목에 콜로라도강을 끼고 있는 휴양도시였다.
                      달 밝은 밤이었다. 시내를 구경할 겸 호텔을 나왔다. 라플린 거리의 화려한 불빛도 아름다
                    웠지만, 불빛 사이로 이국에서 바라보는 달은 또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강 쪽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인가 하고 가서 물어보니 배를 타려
                    고 한다는 것이다. 골로라도 강이라고 했다. 더 물을 것도 없이 우리도 배를 타기로 했다. 갑
                    자기 고등학교 때 배운 노래 Robert A. King 이 작곡한 미국 민요 「콜로라도의 달밤」이 생
                    각났기 때문이다. 미국이라고는 가본 적도 없는 17, 8세의 소년이 「콜로라도의 달밤」 노래
                    를 부르면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그리움이 솟아나는 느낌을 주곤 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그곳에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것 같아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느
                    끼곤 했다. 사실, 이 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후 혼자서 강가를 거닐며 쓸쓸히 부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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