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사랑의교육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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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여행의 즐거움







                                                                                     엄 원 용 목사
                                                                              (사)한국교육자선교회 성경연구회 지도목사
                                                                                  시인, 목사, 신학박사(Th.D)



                         하나, 지도 여행

                         지도(地圖)는 한 폭의 풍경화다. 거기에는 강이 있고, 산이 있고, 들이 있다. 마을이 있고,
                       도시가 있고, 곧게 뻗은 고속도로와, 나무 우거진 오솔길이 있다. 가을의 곱게 물든 단풍과,
                       겨울의 하얗게 눈 덮인 산도 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지도를 보는 버릇이 생겼다. 지도를
                       보고 있노라면, 순간 나는 여행하고 있는 사람이 된다. 여행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세상사
                       온갖 일에 시달리다가도 모두 훌훌 떨쳐버리고 미련 없이 떠나는 여행. 잠시라도 홀가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그러나 마음대로 여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돈도 돈이려니와, 이런 일 저런 일로
                       얽매이다 보면 좀처럼 시간을 내어 떠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나는 지도를 본다.
                       그리고 지도 여행을 한다. 넘실대는 푸른 대양(大洋) 위를 호화 여객선을 타고 달려 보기도
                       하고, 적도의 밀림 속에서 토인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기도 한다. 알프스의 산과
                       에베레스트산을 그려보면서 그 정상에 올라가 그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스위스와 눈 덮인
                       티베트의 조그마한 마을들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또 머리 위로 끝없이 뻗어 나간 푸른 하늘
                       을 바라보면서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를,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스스로

                       느껴보기도 한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문명인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지구의 어느 구석 오지
                       (奧地)를 지나면서 그곳에 사는 여인들의 수줍어하는 순박한 미소를 훔쳐보기도 한다. 북극
                       의 곰과 에스키모와 남극의 귀여운 펭귄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지도는 하나의 역사(歷史)다. 옛날의 어느 도시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가를 배우게 한다.
                       인간사(人間事) 영고성쇠(榮枯盛衰)의 무상감을 배운다. 안데스산맥의 고원에서 원주민들과
                       같이 지내면서 잉카의 문명을 배운다. 나일강을 지나면서 피라미드 속에서 미라를 들여다보
                       기도 하고, 고대 이집트 제국의 문명 속을 거닐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라인강에 배를 띄워
                       저어가면서 로렐라이 언덕의 노래를 들어보기도 한다.
                         몇 차례 외국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여행은 패키지로 다녀왔기 때문에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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