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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며 봉사하며 2016. 9. 20. 김규영
다리를 다쳐서 못가다가 지난 주부터 다시 사랑의 집 상담하러 갔다. 떨어진 인대는 다시 이어 지는 게 아니고 주변의 근육이 인대의 역할을 대신 해주는 것이어서 적응 하려면 6개월 정도 걸린다니 그 안에는 조심해야 한다.
M 어르신은 귀가 잘 안들리신다. 말하려면 큰 소리로 해야 하고 얼마전에 큰 수술을 받으셔서 요즈음 이상한 행동을 하신다고 복지사가 귀뜸을 해 주었다. 전신 마취를 하면 뇌가 많이 파괴되어 편집증이나 치매가 되기 쉽다.
T 어르신은 몇년 전 두 다리를 다 수술 하시고 침대에 누워 계셨는데 이제는 목발은 짚지만 조금씩 다니실 수는 있다. 전에 불고기 파티를 해도 내려오지를 못하셔서 들고 가서 기도해 드렸는데 그 후로 조금씩 걸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후로 상담하자고 해도 싫다고 하시고 마음의 문을 닫고 계셨는데 오늘은 기꺼이 상담하러 내려 오셔서 아주 좋았다.
두분에게 하나님 사랑 받고 사람들 사랑하며 사시라고, 주기도문이 자주 외우시라고 해드리고 상담을 마치고 점심 먹으러 갔다. 원래 상담만 하려고 했지만 새벽에 기도하면서 그동안 다른 분들은 3차례 나들이 가고 식사 대접 받았는데 T 어르신은 몇년 만에 상담 받으시는 것이라 점심이라도 사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사랑의 집 어르신들은 대부분 많은 고난을 당하신 분들이라 편집증도 많고 치매도 많고 모두들 병들어서 힘들기 때문에 서로 미워하는 분위기다. 누군가 이끌어 주고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지도자가 필요해서 가장 똑똑하시고 잘 다니실 수도 있는 J어르신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에 그분도 같이 불러서 점심 먹으러 갔다. 가다보니 몇년 만에 밖에 나가시는 건데 푸른 경치도 조금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테마 파크로 갔다.
논에는 벼가 황금빛으로 익어가고 코스모스와 연꽃들이 피어 있었다.
"야, 벼가 잘 있었네, 밤 아람 벌어진 것 좀 봐."
날씨도 화창하고 비록 목발은 짚고 차 안에서 보는 경치지만 너무나 좋아 하셨다.
점심은 염소탕을 대접해 드렸다. 바닥에 앉을 수가 없어서 상위에 술 담았던 박스를 올려 놓고 의자에 앉아 잡수시도록 해 드렸다. 재미 있었다.
나는 이렇게 다니면 안 되는데 몇년 만에 밖에 나오시는 분을 위해 이리저리 다녔더니 다리가 많이 아팠다. 그러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
이렇게 살면 되는 거지. 가난하고 병들고 가족도 없는 노인이지만 이렇게 서로 사랑하며 살면 행복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