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할머니(6)
작성자
김*영
작성일
15.12.29
조회수
2364

중국할머니(6)       2015. 12. 28. 김규영

성탄절도 되고 해서 중국할머니 병원에 문병을 갔다. 그 딸과 증손자와 같이 갔다.  2014년 1월에 장례식 하려다가 도로 살아나신 후에 여기저기 병원 옮겨 다니시다가 올해 기독교 교회에서 운영하는 요양 병원에 오셨는데 많이 좋아 지셨다. 병원 분위기부터 좋아 보이고, 간병사가 아주 잘 해준다더니 정말 친절하게 잘 해준다. 수요일에는 예배도 드리고 TV에선 기독교 방송이 틀어져 있어서 더욱 좋아 보인다.

할머니는 나를 알아 보셨다. 증손자보고는 얘가 누구냐고 하시는데 나를 알아 보시는게 신기하다.

전에는 잘 잡숫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아주 잘 잡수신다. 과자도 잡숫고 사과도 아삭아삭 깨물어 드신다. 이젠 밥도 잘 드신다고 했다. 전에 미음을 먹던 때와는 너무 다르다. 내가 가지고간 죽과 동치미 국물을 아주 맛있게 드셨다. 천천히 드시라고 해도 어느틈에 다 먹어 치웠다. 얼굴은 뽀얗게 살이 찌고 눈도 또릿또릿하다.

할머니와 찬송을 같이 불렀다. 목소리도 아주 씩씩해 지시고 어떤 것은 기억 하시고 어떤 것은 전혀 모른다.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임 만나 보겠네......" 이런 노래도 부르시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할머니는 언제가 가장 좋으셨냐고 하니까 남편과 처음 만나 살던 때가 가장 좋았다고 하시면서 남편이 욕한 번도 안하고 매 한번도 안 때렸다고 몇번이나 반복해서 자랑하신다.

내가 만약 할머니처럼 90살이 넘어서 뒤돌아 본다면 언제가 가장 좋았다고 말할까? 선뜻 답이 나오질 않는다.

할머니 장례식 치르려고 하던  때가 3년 전인데, 작년에 왔을 때만해도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음식도 잘 잡숫고, 증손자도 만져보고, 병원 안에서도 심심치 않게 잘 지내시고....  조금 더 사신대도 좋을 것 같다.

언제 또 올거냐고 하시는 소리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