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죽 한그릇 2015. 9. 18. 김규영
지난번 병원에 심방 갔던 H 어르신이 요양병원에 들어 가셨다. 지난번에 위암으로 먹질 못해서 바싹 마르고 치매와 인격장애 등으로 사람들과 소통도 안 되고 이제 살아도 얼마 못가시겟구나 하는 생각이들었다. 그래서 돌아가시기 전에 따뜻한 죽 한그릇이라도 해 드리고 싶었다.
살아있는 전복을 사고 찹쌀과 각종 야해를 넣고 곱게 갈아서 죽을 만들었다.
요양원에 가니 남자들 6명이 한방에 누워 계셨다. 어르신은 병원에 계실 때보다 목욕도 하시고 머리도 깎고 길엇던 손톱 발톱도 깍고 훨씬 좋아 보였다.
나를 잘 못알아 보셔서 지난 번에 방 청소 해 드린 사람이라고 하니까 알아 듣는 것처럼 대답은 하셨지만 모르시는 것 같았다.
"살려면 밥을 먹어야 겠는데 반찬이 입에 맞질 않아."
나는 가지고 간 죽과 물김치 국물을 드렸더니 아주 맛있게 드셨다.
내가 가지고 간 예수님 영접기도와 주기도문 사도신경이 있는 글을 보여 드리면서 설명해 드렸다.
"어르신 이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사진인데 예수님은 인간의 죄를 사해주시기 위해 이렇게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이 아래 그림은 부활하신 거예요. 예수님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부활하셔서 하늘 나라에 계셔요. 어르신이 죽은 후엔 천국에서 예수님을 뵙게 될 것이예요."
내가 영접 기도를 일어 드리고 설명하는 동안에도 어르신은 계속 딴 소리만 하셨다.
"여기는 요양 병원이죠. 돈을 받는 곳이란 말이야. 내 동생에게 연락을 해야겠어."
지금 무료로 치료 받으시는데 무슨 돈을 더 받는다고 하시는지...
손잡고 기도해 드리는 중에도 계속 돈 얘기만 하시고 내가 말하는 것은 못알아 들으시는 것 같았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렇게 될 것이다. 남의 손을 빌지 않으면 밥 한 숟갈 못 먹을 때가 온다.
그래도 믿는 사람은 그렇게 누워서 TV 보는 것 외엔 할일이 없는 그런 때라도 영혼은 서로 통할 수 있고 사랑할 수도 있고, 천국 갈 때까지 그렇게 중보기도 하며 정을 나눌 수도 있다.
하나님과 늘 대화하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기쁨을 누리며 살다가 천국에 가는 것이다.
결국 인생의 끝에 남는 건 사랑이다.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 이것이 인생의 목적이며 의미 있는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