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하고 힘겨웠던 날 2015. 7. 14. 김규영
J할머니는 여러가지 병으로 몸이 아프고 잘 걷질 못하셔서 늘 집에만 계신다.
같이 산책 하러 가자고 해도 안가신다는걸 겨우겨우 설득해서 오늘 가시기로 했다.
많이 걷진 못해도 바람이라도 한 번 쐬 드려야지 하는게 내 바램이었다.
가는 차 안에선 이야기도 하시고 재미있게 가셨는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시자마자 어지럽다고 주저 앉으시는 것이었다. 토할 것 같다고도 하시고 아무 것도 안보인다고 하시고 아침에 죽 한 공기 드셨다는데 체하신 것 같았다.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우선 손붙잡고 기도부터 하고 병원에 가야하나 119를 부를까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갔다. 게다가 안 올라고 했는데 억지로 오게 했다고 계속 말씀 하셔서 더욱 힘들었다.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내가 그 책임을 다 져야하는 상황이었다.
계속 어깨며 손도 맛사지 해드리고 말도 두드려 드리고 가지고 간 매실차를 드리고 안내실에 가서 약도 얻어다 드렸다. 할 수 없이 주차장에 앉아 계시라고 하고 나머지 두 할머니들을 모시고 호암 미술관 정원으로 들어 갔다. 연꽃이 피어있는 연못 옆에 앉아 계시라고 하곤 다시 주차장으로 달려 왔다.
바람을 쐬니 좀 낫다고 하셨다. 좀 낫다고 하시니까 어떻게든 꽃구경을 하시게 하드리려고 보행기를 잡고 정원으로 갔다.
" 저 꽃좀 보세요. 예쁘죠? 정원 잘 꾸며 놓았잖아요."
"글쎄 예쁘긴 한데 난 아파서 .... "
"저게 도라지 꽃이예요. 대나무도 참 좋지요?"
아픈데서 신경을 다른데로 돌리려고 이소리 저소리 하며 들어 갔다. 햇빛은 뜨겁고 땀은 줄줄 흐르고, 어르신은 계속 아프다고 오지 말아야 할 걸 그랬다고 하시고... 업고 밀고 하여서 겨우겨우 연못에 도착했다.
그러나 아프시다고 계속 신음소리를 내시고 다시 돌아 나오려니 못가겠다고 하셨다. 결국 휠체어를 빌리고 직원들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모시고 나왔다.
그래도 오는 차 안에선 많이 좋아지셔서 이야기도 잘 하셨다. 단풍 나무가 죽 이어진 길을 보며
"단풍 들면 좋겠다. 가을에 안 아플 때 구경 오면 좋겠네." 하셔서
"그러세요. 건강해지셔서 가을에 오세요." 하고 말씀 드렸다. 이만큼이라도 회복 되셔서 정말 다행이다.
사랑의집 복지사 직원에게 어르신을 넘겨 드리고 나는 나머지 두 어르신들을 다시 태우고 점심 먹으러 갔다. 오늘 어르신들은 보신탕을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사랑의집 어르신들은 싸가지고 가는 것을 좋아하신다. 맛있다고 하면서도 아껴 먹는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 보신탕 집에서 떡했다고 시루떡을 한조각 주었다. 각자 남은 보신탕과 시루떡 한조각씩 싸들고 얼마나 좋아 하시는지...
돌아오는 차속에서 오늘은 하나님께서 복을 많이 주셨다고 하니까
"선생님이 하나님을 모시고 다니니까 우리가 복을 받아요." 라고 대답하셨다. 내가 하나님을 모시고 다니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3살짜리 아기 따라 다니며 돌보듯이 나를 항상 따라 다니시며 챙겨주시는 것이다.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무슨 일을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거기에 따른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의집 어르신들은 100 % 노인성 질환을 가지고 계시고 잘 움직이질 못하신다. 모두 험악한 세월을 사시고 돌봐줄 사람이 없는 분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분노가 차있다. 처음에 이일을 시작할 때 가장 염려 되었던 일이 오늘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걱정이 된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안 해도 되는 일인데 굳이 일을 벌려서 고생하고 욕먹고, 책임질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이 계시다. 하나님은 세상을 이끌어 가실때 신실한 자기의 사람들을 사용하신다. 하나님이 시키신 일은 말씀에 순종하여 나아갈 때 그 결과를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 그래서 세상의 역사가 이루어 지는 것이다.
현대에는 정말 하나님 손에 붙들린 지도자들이 희귀한 것이 세상이 이렇게 타락하고 어려워지는 원인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런 중에서 그루터기를 남겨 두시고, 다시 싹트게 하시고 자라게 하시고 세상을 바꿔가신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