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 가사지만 “있을 때 잘해”와 “때는 늦으리”란 구절은 자못 의미심장한 화두다.
“이성은 감각들의 증거를 날조하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감각들이 생성, 소멸, 변화를 보여줄 때 그것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니체의 말이다. 철학자들 중에 거의 유일하게 스피노자만 ‘이성의 윤리학’이 아니라 개개인의 감정에 주목한 ‘감정의 윤리학’을 옹호했다. 어린 시절엔 옳고 그름(Right / Wrong)보다 좋고 싫음(Like / Dislike)이 더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어린이는 가르치기보다 사랑해야 한다. 다음의 이야기를 참고해보자. “저번 날 저는 아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어요. 전 아빠가 절 바라보실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저는 아빠에게 ‘사랑해요’라고 말하고는 아빠가 무슨 말을 해주시기를 기다렸어요. 전 아빠가 제 말을 듣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아빠에게 밖으로 나가서 저와 함께 공놀이를 하자고 부탁했어요. 전 아빠가 절 따라 밖으로 나오실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아빠가 봐주시길 기대하며 그림을 그렸어요. 전 아빠가 그 그림을 칭찬하고 간직할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집 뒤의 빈터에다 야영장소를 만들었어요. 전 아빠가 저와 함께 하룻밤 캠핑을 할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낚시하는데 쓸 지렁이를 잡았어요. 전 아빠가 함께 낚시를 가주실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아빠와 대화하면서 제 생각을 나누고 싶었어요. 전 아빠도 그걸 원하시는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아빠가 와주시길 기대하며 제가 선수로 참가하는 경기일정을 알려드렸어요. 전 아빠가 꼭 오실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전 아빠와 함께 저의 젊음을 나누고 싶었어요. 전 아빠도 그걸 원하시는 줄 알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요. 조국이 저를 불러 저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하려고 전쟁터로 떠났어요. 아빠는 저에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전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그는 전쟁터에서 전사하고 말았다.) 스탠 게브하르트의 글이다. 후회는 결과와 함께 오는 것, 언제 해도 늦은 것이다. 직장생활에 바쁜 아버지들이여, 그리고 어머니들이여. 내 기분에만 충실하지 말고 자녀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보고 그들의 형편이 어떠한지 눈으로 살펴보며 그 속마음을 헤아려보기 바란다.
欲影正者 端其表.(그림자가 반듯하기를 바라면 먼저 그 본체가 똑바로 서야 한다) 부모노릇은 돈만 가지고 감당하는 게 아니다. 자녀의 기대와 소원을 파악하고 그들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기 바란다. 특히 아버지들은 엄부(嚴父)만 고집하지 말고 대화와 스킨십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하고 줄탁동시(啐啄同時)하기 바란다. 고교생만 되면 벌써 심리적으로는 부모의 품을 떠난다. ‘품안의 자식’이란 말은 자녀교육과 인간관계에도 때(right time)가 있다는 말이다. 그가 필요할 때 내가 없으면 내가 필요할 때 그 또한 없을 것이다.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자녀를 섭섭하게 하지 말라. 자녀를 불안과 두려움 속에 방임하지 말라. 오직 사랑하고 존경하라. 그리고 ‘접속’이 아니라 ‘접촉’하라. 그리해야 장성하여도 하나님 뜻과 부모의 기대에서 멀리 멀리 떠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이겨놓고 지는 경기를 하지 말라. 옷만 붙잡고 있다가 사람을 놓치지 말라.(사 47:8, 사 49:21, 눅 23:28, 엡 6:4, 골 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