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해시계(김형태 총장)
작성자
차*연
작성일
13.12.20
조회수
2127

하나님의 해시계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2013년의 여름은 유난히 길었고 더위도 극심했다. 게다가 서울지역을 경계선으로 북쪽엔 폭우가 내리고, 남쪽엔 폭염이 덮쳐서 여름기후가 남북한으로 양분되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더워도 하나님이 경영하시는 해시계의 운행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입추와 처서를 지내니 조석으로 서늘한 바람까지 느껴진다. 옛날엔 부채에다 “淸風甘來 處暑退伏”을 써 갖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초가을을 맞이하면서 김선재(1971-)시인의 <마지막의 들판>을 감상해보자. “내 다정한 안부를 전해요 / 둘이 듣는 혼잣말처럼,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속삭임처럼 // 여기는 지구의 첫 별이 뜨는 곳 /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모서리 접는 곳 / 이상하게 부풀었다가 기쁘게 사라지는 곳 // 그러니 잊어도 좋아요 구름을 구획하는 바람이 우리를 거둘 때까지 / 둥글게 둥글게 여행을 떠나요 / 기억할 필요 없어요 / 뚫린 천장 위로 날아간 새가 자신의 곡선을 기억하지 않듯이 / 처음 태어난 지도 따라 / 단종될 말들의 사막을 건너가요 // 모래의 책을 건널 때마다, 넓어서 캄캄할 때마다 / 깊은 구름이 달려왔다 / 나는 절망을 절정으로 바꿔 적기 시작했다 // 내가 건넌 것은 구름의 푸른 웅덩이 / 내가 지나야 할 곳은 푸른 웅덩이 속 검은 구름 / 나는 어제보다 느려졌고 나는 내일보다 조금 / 길다 그래서 / 모르는 것이 슬프거나 아는 것이 부끄럽지 않을 때까지 / 언제나 처음인 저녁 쪽으로 / 마지막의 들판 쪽으로 // 그러니 이제, / 당신의 안부를 묻지 않아요 / 묻은 것과 묻지 못한 기억 밖으로 / 여행을 떠나요 / 돌고 돌아 돌아오지 않을 쪽을 향해 / 당신의 짧은 눈썹에서 햇빛이 사라지기 전에 // 곧 흩어질 내 인사를 해요”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쏜 화살처럼 쉬지 않고 흘러간다. 사람은 변덕을 부릴 수 있으나 하나님의 해시계는 春-夏-秋-冬의 순환을 변경한 적이 없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있기에 우리는 예측할 수도 있고 믿을 수도 있다. 성경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 “~하겠다”는 약속과 예언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믿는다. 왜냐면 이전의 약속을 100% 지키셨기에 앞으로의 약속도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다가오는 미래에서 계획하고 관리할 미래로 바꾸려면, 하나님의 시간설계서인 성경을 읽고 깨닫고 믿어야 한다. 하나님의 해시계는 항상성을 대표적 속성으로 삼기 때문이다. 가을을 맞고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우리 독자들에게 두 개의 동양격언을 전해주고 싶다. ①“言耕者衆 執耒者寡”(언경자중 집뢰자과 / 밭갈이를 논하는 자는 많으나 손수 쟁기를 잡는 자는 많지 않다) ②“不爲棟樑 先折木枕”(불위동량 선절목침 / 기둥이야 어찌되든 말든 먼저 내 목침부터 잘라간다) 나 자신과 우리 공동체의 속살을 보는 것 같이 읽기가 매우 부끄러운 격언이다. 그러나 쓴 약이 병을 낫게 하고 귀에 거슬리는 말이 인격을 다듬는다기에 소개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