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다 죄인인가?(김형태 총장)
작성자
차*연
작성일
13.12.20
조회수
1933

부자는 다 죄인인가?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2013.5.16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①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727억 달러 ②카를로스 슬림(텔맥스 텔레콤 회장) 721억 달러 ③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597억 달러 ④아만시오 오르테가(인디텍스그룹 회장) 560억 달러로 돼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95위(113억 달러)이다. 그런데 면세점 사업으로 돈을 번 미국의 사업가 척 피니(82세)는 하루에 15억 2865만원씩 돈을 쓴 재벌이다. 1984년부터 15년간 75억 달러(약 8조 3730억 원)를 기부한 사람이다. 재산의 99%를 기부하면서 기부자를 비밀로 해달라고 요청하여 ‘자선사업의 제임스 본드’라 불리게 됐다. 입천장이 갈라지는 선천성 구개파열 어린이 치료 프로젝트, 전후 베트남 보건의료 기반시설 재건 프로젝트, 아일랜드 생의학 및 암 연구 프로젝트, 남아공의 반인종차별지원 프로젝트 등에 기부했다. 그의 신조는 “돈은 남 돕는데 써야한다. 돈 많다고 두 켤레 신발을 신고 다닐 수는 없다”는 것이다. 죽은 뒤에 자기 돈이 헛되이 낭비되지 않게 선한 일에 기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There are no pockets in a shroud)는 사실을 정확히 깨달은 사람이다.
부자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아선 안 된다. 부자의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청부(淸富)도 있고, 탁부(濁富)도 있고, 졸부(猝富)도 있는 것이다. 억대 거지(억대 재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마치 거지처럼 인색하게 사는 사람)도 있다. 70대의 한 연예인이 절약한다고 화장지까지도 반으로 쪼개서 쓰니까 따님이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었단다. 그의 답이 “노후준비 하느라고 그런다”고 하니까 따님 왈, “엄마, 바로 지금이 노후예요! 무슨 노후가 더 있어요?”하더란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면 이제 베풀고 나누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직도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하며 살면 아무도 좋아할 사람이 없다. 돈을 버는 것은 기술이요, 돈을 쓰는 것은 예술이다. 돈은 사용하면 재산이요, 갖고 있으면 유산이다. 죽은 다음 자식들도 감사하게 생각지 않는다. 응당 받을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살아있는 동안 정당하게 그리고 후하게 사용하기 바란다. 옛날 자린고비영감처럼 이발하면 깎은 머리 되 갖고 와서 방석 만들고, 깎은 손톱은 비눗물에 닦아 이쑤시개 하고, 자기 집 쌀독의 쌀 한 톨 한 톨마다 자기 이름을 새겨 넣는 좁쌀첨지가 되면 누구한테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하나님의 뜻에 따라 과감하고 후하게 나누고 섬긴다면 그 누가 이런 부자를 죄인이요, 천국에서 멀리 있는 자로 생각하겠는가?
마태복음 19:24절과 마가복음 10:25절을 보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쉬우리라”(It's easier to gallop a camel through a needle's eye than for the rich to enter God's kingdom)고 되어있다.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낙타가 어떻게 바늘귀로 들어간단 말인가? 비교대상이 너무 비약된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부자들을 깨우치고 부자들의 재산관리에 도전하는 말로서 이만한 말이 어디 또 있겠는가? 부자들 입장에서는 이 구절만큼 껄끄럽고 부담스런 말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원래 이 말은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었다고 한다. 아람어로 밧줄은“gamta"이고, 낙타는 ”gamla"였다. 이 두 단어 속의 “t"와 ”l"을 바꾸어 표기했기 때문에 “밧줄”이 “낙타”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늘귀에 들어갈 대상으로서 “낙타”가 됐건, “밧줄”이 됐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청년이나 자녀들에게 올바른 경제관을 잘 교육해야 이것을 해결할 수 있다.
부자들에게 진짜 알려드릴 비밀이 있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눅12:15)는 말이다. 재산은 그냥 재산일 뿐이다. 물질적 가난이 곧 영혼의 가난은 아닌 것이다. 물질적 풍요로 영혼의 문제까지도 해결하려 했던 사람에 대해 하나님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규정했다(눅12:21). 그러면서 오늘밤 네 영혼을 도로 가져간다면 쌓아놓은 재물이 너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라고 묻고 계신다. 부자라고해서 곧 죄인일순 없다. 물론 가난도 죄가 될 수 없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재산을 내 것(소유가치)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의 것을 맡은 것(청지기)으로 생각한다면, 부자가 가난한 자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절대로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