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번역자 마르틴 루터(김형태 총장)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3.12.09
조회수
1997

성경번역자 마르틴 루터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성경 번역의 중요성과 성경용어가 우리나라 국어발달과 건전한 언어생활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고 싶다. 그래서 독일 함부르크대학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홍혜정 박사의 의견을 함께 나누고자한다.

1521년 4월 보름스(Worms)제국회의에서 종교개혁을 주창한 루터는 교황으로부터 파문과 추방명령을 받았다. 독일 내에 설 곳이 없던 루터는 작센 주의 프리드리히(Friedrich)제후의 도움으로 아이제나흐(Eisenach)의 바르트부르크(Wartburg)에 숨어살았다.
루터는 성탄절을 앞둔 1521년 12월 21일, 신약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기로 결심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번역을 시작한지 11주 만에 220쪽에 달하는 신약성경을 모두 번역했다는 것이다. 그는 1522년 3월 번역한 성경원고를 몸에 지닌 채 Wartburg를 떠났다.

그 후 몇 달 동안 수정작업을 거쳐 1522년 9월 3천부의 신약성경을 인쇄했는데 금방 다 판매되었으며 엄청난 수요 때문에 3개월 후 다시 인쇄해야 할 정도였다. 1522-1546년까지 Wittenburg에서만 신․구약성경이 10판 인쇄됐으며 신약성경은 따로 80판이 인쇄되었다. 같은 기간 독일전역에서는 260판의 성경이 인쇄되었으며 1712-1883년 사이 할레(Halle)지역의 인쇄소에서만 거의 580만부의 성경이 인쇄되었다.

문자 그대로 ‘읽기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독일의 모든 계층에서 성경읽기운동이 일어났다. 루터 당시 독일에는 15개의 독일어성경번역본이 있었지만 특히 루터가 당시 사람들이 쓰는 말, 의미가 정확한 말을 고르기 위해 애쓴 것은 귀한 업적이다.

①루터는 성경번역에 관용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독일어 표현이 풍부해졌다. 또 시적인 표현을 많이 써 독일어가 아름다워졌다. 예컨대 “아베마리아 그라티아 플레나”(Ave Maria, gratia plena)란 말은 “마리아는 은혜가 꽉 찼더라”는 뜻이다. 그런데 일반평민들은 “꽉차다”란 말을 ‘배가 꽉차다’, ‘맥주 통이 꽉차다’로 연결시켰다. 그래서 루터는 이 말을 “마리아는 은혜로 충만하더라”로 번역하였다.

이러한 루터의 작업으로 독일어 어휘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한 예로 독일어로 직업을 의미하는 “베르프”(beruf)는 당시 목사들에게만 사용되는 언어였으나 루터는 돈을 벌고 일하는 모든 직종에 이 단어를 사용했고 현대 독일어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또 루터 당시 독일에는 20개정도의 지역어가 존재했었다. 크게 북독일어와 남독일어로 나누어져있었는데 루터는 두 지역의 경계인 비텐베르크에 살았기 때문에 두 지방 언어를 모두 알았고 두 지역 언어를 아울러 성경을 번역하므로 두 지역 간 소통과 화합과 협력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예를 들어 ‘눈물’을 의미하는 단어로 남독일에서는 ‘트레넨’(Tranen)이라 쓰고 북독일에서는 ‘체레’(Zahre)라고 했는데 두 단어를 서로 찾아보고 이해하도록 하였다.

이밖에도 당시의 지배층과 피지배층, 남녀노소 등 다양한 세대가 성경을 이해하도록 번역하였다. 이리하여 루터성경번역본은 독일어의 통일에 크게 이바지했다. 당시 독일은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지방 분권적 제후국가였기에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없었고 독일전역을 아우르는 집권자나 집권세력도 없었다. 그러다 루터로 인해 통일된 언어를 말하게 되면서 전국 연대의식이 생기게 되었다. 루터성경은 독일에서 5가정 당 1권꼴로 널리 보급되었다.

당시엔 문맹자가 많아 저녁마다 동네의 공터에 모여 글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성경을 읽어주면 함께 듣곤 하였다. 그래서 루터는 각 도시의 시장과 지도계층에 학교를 세워달라고 요청했고 루터의 독일어성경은 오랫동안 개신교지역의 학교에서 유일한 교재로 활용되었다.

또 작가들은 자기 작품 속에, 목사들은 자기 설교에 루터 성경을 인용하였다. 레씽(Lessing), 헤르더(Herder), 괴테(Goethe), 하이네(Heine) 등이 루터의 독일어를 칭송하고 있다. 19세기 들어 루터의 독일어는 일반 공용어가 되었다. 동화작가 그림(Grimm)은 1822년 루터의 독일어가 현대 독일어의 기초를 이루었다고 증언했다.

루터는 1534년 성경번역본에서 명사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쓰기 시작했는데 독일어에서만 지금까지 남아있게 됐다. 루터는 독일어 뿐 아니라 독일어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도 현재 청소년들이 쓰는 말부터 정치인들의 막말파동까지 언어가 너무 거칠어졌고, 축약되거나 변형되고 있다. 또 무분별한 외래어와의 혼용으로 인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언어들이 많이 오염되고 훼손되었다. 교회를 중심으로 성경 개혁본 또는 「쉬운 성경」 등을 통해 성경적 언어가 일상 언어를 정화하고 다듬어가도록 했으면 좋겠다. 교회학교에서,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 「시편」과 「잠언」 및 「전도서」 그리고 「이사야」, 「로마서」등을 노트에 베껴 쓰게 하는 것도 성경용어의 일상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으니 한번 시도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