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거리의 허수 (김형태 총장)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3.11.22
조회수
1956

걱정거리의 허수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담덕 김명회는 멋있는 사람에 대해 힘 있는 사람한테 당당한 사람 약자한테 한없이 고개를 숙이는 사람 힘이 있어도 겸손한 사람 남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사람 의리가 있는 사람 진실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이익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사람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이런 기도문도 있다.
“우리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오니 힘든 일에 부딪힐 때마다 내안의 사랑을 깨닫게 하소서 / 찢어진 상처마다 피고름이 흘려내려도 그 아픔에 원망과 비난으로 대하지 않게 하소서 / 어떤 순간에도 잘 견디고 잘 이겨낼 수 있는 믿음을 갖게 해주소서 / 헛된 욕망과 야심에 빠져 쓸데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게 하소서 / 고통당할 때 도리어 믿음이 성숙하는 계기가 되도록 강하고 담대하게 하소서 / 불안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불만이 가득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 아무런 가치도 없는 일로 인해 걱정을 쌓아 놓지 않게 하소서. 또한 걱정을 구실삼아 믿음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소서 / 있지도 않은 일로 인해 근심을 쌓아놓지 않게 하소서. 내 마음에 걱정이 스며들어와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게 하소서 / 어려울 때일수록 자신에게만 빠져있지 말게 하시고, 주변을 돌아보며 나를 발견하게 하소서 / 일부러 근심 걱정을 만드는 삶이 아니라 내안에서 기쁨을 만들어가며 살게 하소서” 동양사회에선 中和와 균형이 중요한 덕목이다. 동양에선 仁과 禮의 균형을 중시했고 우리나라의 모든 놀이들은 ‘한(恨)’으로 시작해 ‘흥(興)’을 돋우다가 ‘멋’으로 귀결되어진다. 실제로 즐거움이 너무 지나치면 환락이 되고, 슬픔이 너무 지나치면 상처가 된다. 보약이 지나치면 독약이 되고 공손이 지나치면 비굴이 된다.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욕망이 지나치면 파멸이 된다. 그래서 전부(all)가 아니면 전무(nothing)라는 극단적 생각은 옳지 않다. 중용(中庸)은 수학적 중앙값이 아니라 최적치(optimum)에 가까운 개념이다. 때와 곳에 적합해야 된다는 것이다.


법구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비여후석(譬如厚石 / 비유하자면 두터운 돌은) 풍불능이(風不能移 / 바람이 불어도 능히 옮겨지지 않듯이) 지자의중(智者意重 / 슬기로운 사람의 뜻이 무거워) 훼예불경(毁譽不傾 / 비방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어니 젤린스키의 책 「모르고 사는 즐거움」을 보면 인간들이 갖고 있는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22%는 무시해도 될 만한 사소한 일이고, 4%는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며, 나머지 4%만 내가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일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들이 갖고 있는 걱정거리의 4%만 걱정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대개 내 걱정은 안하고 남 걱정하는 것이 문제고 남 걱정은 하면서 실제로 그 걱정 대상자를 도울 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할 수만 있으면 서로 나누고 섬기면서 공동체를 유익하게 해야 한다.
(롬12:4. 고전12:26) 「列子」의 天瑞篇을 보면 ‘杞憂’(杞人之憂)란 말이 나온다. “옛날 杞나라의 한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서 몸을 망치거나 몸 둘 곳조차 없을까봐 걱정하다가 먹고 자는 일마저 멈추었다.”(杞國有人, 憂天地朋墜, 身亡無所倚, 廢寢食者)는데서 연유된 말이다. 우리들의 걱정거리엔 이렇게 허수가 많다. 일종의 ‘상상불안’이라고나 할까? 본인 걱정하다가 시들하면 자식들의 장래까지도 끌어다가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 일만 갖고도 바쁠텐데 다른 사람의 결점을 잡으려고 호시탐탐 흥신소 직원처럼 남들을 살피느라 정작 자기 삶은 살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있다. 진짜 걱정할 것을 찾아보자. 자기의 실상과 현주소와 장차 겪을 심판을 생각하면 다른 사람 참견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내 코가 석자인데 감히 누구를 탓하고 비난하랴. 하긴 옛말에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거나 ‘가랑잎이 솔잎보고 시끄럽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이제 툭툭 털고 일어나자. ‘걱정도 팔자’란 말을 생각해보자. 연잎 위에 빗물이 모이면 좌르르 흘려버리고 다시 빗물을 받는 모습에서 훌훌 털어버리는 지혜를 배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