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詩 몇 편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구약성경의 시가문학은 「시편」, 「잠언」, 「전도서」 및 「아가서」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신앙선배들의 주옥같은 시와 명언경구로 되어있다. 「아가서」는 진한 연애시로 그 애틋함이 진하다. 「시편」은 총 150편인데 형식상으로는 찬양시, 감사시, 탄원시, 제왕시 및 지혜시로 분류된다.
시는 압축된 표현으로 심오한 사상이나 정서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경제적인 문학이다. 시인 안도현은 그의 6번째 시집이 나올 때에 “가슴이 허한 사람들에게 물기 촉촉한 시집으로 읽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어떤 시는 정말 몇 마디 시어로 깊은 내용을 전한다.
①“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고은) 이나
②“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가 그 예이다.
나는 얼마 전에 시를 좋아하다가 부끄러운 실수를 저질렀다. 지인들이 이메일을 통해 글을 보내오는데 그 중에 너무 감동적인 글귀(시)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음이 먼저다>란 컬럼을 쓰면서 처음 도입부분에 그 내용을 인용하였다. 그런데 그 시의 작가를 몰랐더라도 ‘어느 시인의 작품’이라고 밝혔어야 되는데 그냥 칼럼을 써내려갔기에 독자들이 볼 때는 내가 쓴 글(시)로 오해하게 되었다. 나의 정직하지 못한 실수로 범죄가 되어버렸다. 부끄러운 일이다. 칼럼을 쓰는 입장에서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뒤에 그 詩 원작자인 이채 시인과 연락이 닿았고 정중히 사과를 드렸다.
그 일로 인해 그의 詩를 찾아봤다. 매우 감동적인 시들이었다. 성경의 시편 150편 뒤에 이어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읽고자 여기에 소개한다.
①“꽃이 향기로 말하듯.
우리도 향기로 말 할 수 있었으면.
향긋한 마음의 꽃잎으로.
서로를 포근히 감싸줄 수 있었으면
한마디의 칭찬이.
하루의 기쁨을 줄 수 있고.
한마디의 위로가.
한가슴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작은 위로에서 기쁨을 얻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듯.
초록의 한마디가 사랑의 싹을 틔울 때.
그 하루의 삶도 꽃처럼 향기로울 것입니다.
실수했을 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실망했을 땐, 힘내 다음엔 잘 할 거야.
만났을 땐,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헤어질 땐, 건강해라 행복해라.
이런 말에 화낼 사람은 없겠지요
잘했다는 칭찬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고.
괜찮다는 위로에서.
또 다른 희망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까요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그 말씨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마음 씀씀이가 예쁜 사람은.
표정도 밝고 고와서.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울테니까요”
(이채/<꽃이 향기로 말하듯>)
②“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
(이채/<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③“숲속의 풀잎이랄까. 풀잎의 이슬이랄까.
당신의 미소에 스쳐오는 향기.
싱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나는 샤르르 피어나는 기쁨의 꽃잎
천사의 날개에 실려 왔을까.
새들의 노래에 날아 왔을까.
당신의 향기와 첫인사를 건네면.
꽃내음 그윽한 화창한 뜰이 열려요.
나는 나폴나폴 춤추는 행복의 나비
당신의 향기로.
오늘은 한 송이 백합꽃을 피우겠어요.
꽃잎마다 수를 놓고 물감을 들이겠어요.
하얗게, 눈부시게 하얗게.
나는 파르르 떨리는 사랑의 숨결.
햇살 고운 창가에 한아름 꽃마음이 아름다워요
(이채/<당신의 향기가 참 좋은 하루>)
④“만남에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니.
진실로 반갑고.
헤어짐에 보고픔이 가득하니.
한결같은 우애로다
말로써 상처를 입히지 아니하니.
사려 또한 깊고.
돌아서서 헐뜯지 아니하니.
고맙기 그지 없어라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 아니하니.
천심이 따로 없고.
베푸는 일에 이유가 없으니.
그 또한 지심이로다
처음과 끝이 같지 아니하면.
풀잎 같은 인연에도 바람이 일 것이요.
겉과 속이 같지 아니하면.
바위 같은 믿음에도 금이 가리라
모름지기.
가다듬고 바로 세우는 일은.
평생을 두고도 다 못하나.
사람의 향기만은 간직하고 싶을 때
손에 손을 잡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우리라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
(이채<우리라는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