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를 바꾸어 보라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우리가 만나는 대상에 대해 선악(善惡)과 진위(眞僞), 미추(美醜)와 호오(好惡)를 논할 때에는 분류기
준 즉 잣대를 살펴봐야 된다. 저울로 달면 경중(輕重)이 나올 것이고 잣대로 재면 장단(長短)이 나올
것이다. 결국 평가 이전에 잣대를 점검하고 그 기준이 정당한가부터 따져볼 일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는 은(銀)메달리스트 보다 동(銅)메달리스트가 훨씬 더 기뻐하고 감사한다. 銀메달리스트는 金메달리
스트와 비교해서 진 것을 아쉬워하지만 銅메달리스트는 무(無)메달리스트와 비교해 승리했기 때문이
다. 다음의 경우를 생각해보라. ①이명박 후보에게 한 대학생이 물었다. “후보님은 친미(親美)입니까?
반미(反美)입니까?” 아슬아슬한 순간이다. 친미라 하면 진보층이 비난할 것이고, 반미라 하면 보수층
이 등 돌릴 것이다. 모두 이명박 후보의 입을 보고 있었다. 그때 대답이 나왔다. “둘 다입니다... 국익
을 위해서라면.” ②링컨이 하원의원 후보자로서 상대후보인 카트라이트 목사와 경합할 때이다. 상대
방이 말했다. “여러분 진정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며 천국가기를 원하는 사람은 일어서 주십시오.” 그러
자 몇 사람만 일어서고 나머지는 어리둥절해서 그냥 앉아있었다. 그는 다시 “지옥 가고 싶지 않은 사
람은 모두 일어나십시오.” 라고 하자 많은 이들이 벌떡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링컨은 조용히 앉아있자
그가 물었다. “링컨씨, 당신은 어디로 가려고 그냥 앉아 있습니까? 천국이오? 지옥이오?” 그러자 링
컨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천국도 아니고 지옥도 아니오. 우선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싶습니
다.” 라고 대답했다. 청중들은 폭소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고 링컨은 그가 말한 대로 그 선거
에서 승리했다.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이다. 평가기준을 바꾸면 결과도 다른
장면으로 바뀌어 진다. ③유대인들은 예수를 시험키위해 동전을 내보이며 이 돈을 로마에 바쳐야 합
니까(세금)? 바치지 말아야 합니까? 라고 물었다. 바치라면 민족반역자가 되고 바치지 말라면 로마제
국에 항거하는 정치범이 될 팔자이다. 그때 예수는 세금으로 바치는 동전을 보여 달라했다. 그리고 그
동전에 새겨진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니 쥴리어스 씨이저 라고 대답했다. “씨어저 것은 씨이저에게, 하
나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말했다. 판단의 준거를 바꾸니까 결과도 달라지는 것이다. 묻는 자
의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응답자의 기준에 의해 대답하라. ④세 명의 자녀들이 자기 아버지가 얼마나
부자인지 자랑하고 있었다. 첫째가 “우리아빠는 돈이 너무 많아서 나를 최고 명문학교에 보내줄 거
야.” 라고 말했다. 둘째가 “우리아빠는 대단한 부자여서 나를 스위스의 호화로운 기숙학교에 보내준
대.” 라고 말했다. 셋째는 “아무래도 우리아빠가 제일 부자인 것 같아. 우리아빠는 돈이 너무 많아서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대.” 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웃자고 한 얘기니까. 웃기만 하면 되겠지
만.” “빈 자루는 홀로 설 수 없다.”는 말이 있으니 내용물을 채워야겠다. 가급적 고상한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