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김형태 총장)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3.06.23
조회수
1942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효도를 가르치고 있다. 자식이 부모를 공경하고 잘 모시는 것은 천륜(天倫)이면서 인륜(人倫)이다. 즉 하늘의 법이나 땅의 법이 모두 권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자식이 외로와지고(孤子),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자식이 슬퍼진다(哀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면 외롭고 슬픈자식(孤哀子)이 된다. 효도는 때를 놓치면 다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무가 고요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를 모시려해도 기다리지 못하고 돌아가신다” (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그래서 효도를 백가지 행실의 근본(孝之 百行之本)이라 한 것이다. 불교의 경전 중에 「父母恩重經」이 있다. 중국 불교에서 유교의 교훈을 참고해 경전화한것인데 그 내용이 너무 절절하여 그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아버지와 어머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이다. 아버지가 없었더라면 태어날 수가 없었고,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길러질 수 없었다. 어머니의 몸에 의탁하여 그 뱃속에 있다가 열달이 다 되면 아이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져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 뒤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을 키운다. 유모차에 누워있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이를 품에 안아주며 부드럽게 달래고, 말없이 미소를 띤다. 배가 고플 때 어머니가 아니면 먹을 수가 없고, 목이 마를 때 어머니가 아니면 젖을 먹을 수가 없다. 어머니는 배가고플때도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뱉어내어 아이에게 먹인다. 아이는 마른 곳으로 밀어내고 어머니는 축축한 곳에 눕는다. 이러한 도리가 아니면 어버이라 할 수 없다. 어머니가 아니면 자랄 수가 없으며 자애로운 어머니가 자식을 기른다. 유모차를 떠 날때까지 자식에게 먹이는 젖은 여덟섬 너말이다. 어머니의 은혜를 헤아리자면 넓은 하늘이라도 다 할 수 없다. 아아! 자애로운 어머니의 은혜를 어찌 갚을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부모님의 은혜는 넓은 하늘과 같이 다함이 없는데 어찌 갚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 효성스럽고 착한 자식이라면 부모님을 위하여 선한 일을 행하여 복을 짓고 경을 만든다. 부모님의 은혜를 어찌다 갚을 수 있겠는가!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 마을 저마을에서 우물을 긷고, 부엌일을 하고, 방아를 찧고, 맷돌을 간다. 그러다가 때가 되었는데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면 “내 아이가 집에서 울며, 나를 기다릴 거야!”하고 곧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면 그 아이는 멀리서 부모님이 오는 것을 보고 유모차에서 머리를 흔들며 반기거나 배를 땅에 질질 끌고 울면서 어머니를 향해 기어온다. 어머니는 그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몸을 굽혀 자식을 끌어안고, 두 손으로 먼지를 털어주고 입을 맞추며 앞가슴을 열어 젖을 준다. 어머니는 자식을 보고 기뻐하고, 자식은 어머니를 보고 기뻐한다. 이러한 두 사람의 다정하고 자애로운 마음이 가장 극진한 사랑이니 이보다 더 큰 자애는 없다. 두 세 살이 되면 맘대로 걷게 된다. 그러나 음식을 먹을 때에는 어머니가 와야 아이를 자리에 앉히고 먹인다. 어쩌다 떡이나 고기를 얻으면 먹지 못하고 품에 안고 집으로 와서 자식에게 준다. 마침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친구들과 어울리며 머리를 빗거나 쓰다듬으며 좋은 옷을 입으려고 욕심을 낸다. 옷이 낡고 헤어지면 부모님은 직접 새롭고 좋은 면과 비단으로 옷을 지어 자식에게 먼저준다. 자식은 고향을 떠나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바쁘기만 한데 부모님의 마음은 자식을 따라 사방으로 기울며 창가에 머리를 얹고 기다린다. 그러나 자식은 이미 아내(남편)를 맞고 자식을 얻어 부모님을 멀리하며 자기들끼리 집안에서 서로 즐겁게 얘기한다. 부모님이 나이들고 기력이 쇠해도 하루종일 문안도 오지 않는다. 또 아버지나 어머니가 홀로 되어 남의 집에 사는 손님처럼 외롭게 빈방을 지키고 있어도 다정스런 말 한마디가 없다. 또 더워서 땀을 흘리는지 추위에 떨고 있는지 관심이 없다. 심한 고생과 어려움을 겪으며 해가 갈수록 늙고 얼굴은 주름져간다. 이나 서캐에게 물려서 온종일 잠을 자지 못하고 길게 한숨을 쉬며 이렇게 탄식한다. “전생에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이렇게 불효한 자식을 낳았는가?” 자식을 꾸짖는데 자식은 도리어 고개를 숙인채 웃기만 한다. 자식들이 순종하지 않을 때마다 “일찍죽어 땅에 묻힌것만 못하다”고 후회한다. 내림사랑이라 했으니 자식사랑은 쉽게 하나 부모 공경은 쉽지 않다. 일부러 작정하고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생전삭망(生前朔望)’의 산제사를 드리자. 다시말해 초하루와 보름날 한 달에 두 번씩이라도 문안하고 찾아뵙고 섬김을 다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