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수험생에게는 졸리는 것이 고통이겠지만 일반인들에겐 숙면을 취하는 것이 축복중의 축복이다. 남들이 모두 자는데 홀로 눈이 말똥말똥해지면 그같은 고통이 따로 없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주신다 (Don't you know He enjoys giving rest to those he loves?/ 시 127:2).” 우리 인체는 밤이 되면 혈압이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잠을 자고 싶어진다. 잠을 통해 신체는 활동 정지 상태에 들어간다. 낮이 되면 신체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으로 바뀌는데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몸속의 이 같은 자연스런 시계이론이 어긋나면서 내분비 기능장애가 생겨난다. 옛날과 달리 현대인의 수면 시간은 조명과 밤 문화로 인해 현저하게 짧아졌다. 이런 생활 패턴은 당연히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잠을 잘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이 자는 것보다 제대로 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밤 깊은 잠에 빠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 깊이 잠드는 숙면시간은 3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최고의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1-3시 사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이 시간의 기온은 하루 중 가장 안정돼 있어 잠이 들면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적정 수면 시간은 7-9 시간이라고 하지만 잠을 자고 났을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시간이 자기의 적정수면 시간이다. 흔히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는 말이 있으나 나이가 들더라도 몸에 필요한 수면시간은 대체로 일정하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에 빠지는 상태가 줄어 잠을 푹자지 못하고 자주 깨서 낮시간 동안 조는 일이 많아진다. 우리가 잠을 자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뇌를 쉬게 하여 피로를 회복하는데 있다. 수면에는 얕은 잠을 자는 램(ram), 깊은 잠을 자는 논램(nonram)의 두 종류가 있다. 수면은 이 두 종류의 수면이 하루 5차례정도 반복되면서 수면의 주기를 형성한다. 잠을 자는 동안 얕은 잠과 깊은 잠의 주기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90분 정도 돌아가는 뇌의 활동 주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의 질(quality)이다. 얼마나 오래 잤느냐 보다 하루의 피로를 풀어줄 만큼 완전한 숙면을 취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사람의 잠은 보통 잠에 빠진 3-10분간의 1단계, 수면을 시작한 후 깊은 수면에 들어가는 40-50분의 2단계, 뇌파에 변화가 생기면서 더 깊이 잠드는 10-20분간의 3단계, 아무리 흔들어도 깨지 않는 4단계로 나누어진다. 보통 8시간을 잔다고 할 때 이런 수면 사이클은 4-5번정도 반복된다. 잠이 보약이 되려면 자연스럽게 이 과정들이 이어지도록 자는 것이 필요하다. 잠은 활동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잠을 자는 동안 몸은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 시켜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한다(동물들의 동면). 눈, 코, 입, 귀, 피부등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기억들이 걸러져 머릿속이 깨끗하게 정리될 수 있도록 감정정리를 도와준다. 잠은 감정과 혼란스러웠던 정신에 균형을 잡아주는데 반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웠던 기억은 잠시 중단되고 꿈을 통해 격화된 감정들이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개인차가 있지만 수면 중에도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①잠꼬대는 수면 2-3단계에서 볼 수 있다. 자주 잠꼬대를 하는 사람은 소심하거나 무슨 일이든 맘속에 담아두지 못하고 사소한 자극도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②몽유증은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 돌아다니거나 걸어다니는 현상이다. 주로 어린 아이나 노인에게서 나타난다. ③이갈이는 정상인의 5-15%정도가 잠을 자면서 이를 간다. 이는 수면 중에 상하의 턱을 문지르는 현상이다. ④코골이는 수면 중에 상기도가 좁아져 악기처럼 소리를 내는 것이다. 코를 고는 사람은 대부분 비만형이거나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중에 많다. 코를 고는 사람은 옆으로 누워자는게 좋다. ⑤수면 중 호흡정지는 횡경막에 대한 자극으로 뇌에 장애가 발생하여 호흡이 순간적으로 정지되는 현상이다. 한번에 10초에서 길게는 3분까지 멈추고 하루에 70-300회 정도 일어난다. 호흡 곤란은 잠을 방해하고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다. ⑥가위 눌림은 수면중에 손발을 움직일 수 없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의식은 각성상태에 있지만 근육이 이완돼 꿈의 체험이 지속되는 상태다. ⑦가슴앓이는 심장관상 동맥에 이상이 생겨 꽉 조이거나 통증을 느끼는 상태다. 램 수면에 들어가면 심박수가 빨라지고 심전도에 변화가 생겨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