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디딘 발자국 2013. 3. 4. 김규영 오랫만에 시간을 내어 순천만으로 향했다. 몇년 전 가을에 와서 너무 좋았었는데 겨울은 나름대로 정답다. 어린 청둥오리 새끼들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용산에 올라가 봄을 기다리는 바다를 바라 보았다. 기다림.... 가슴설레이는 언어이다.
애향원에 갔다. 손양원 목사님께서 나환자들을 돌보며 지내시던 그곳, 다시 한 번 가본 것만으로도 숙연해지고 마음이 정돈된다. 가길 잘 했다. 그 분의 손때묻은 성경과 친히 쓰신 말씀들... 그 중에도 "내가 디딘 발자국은 뒷사람의 길이 되니라."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 "목사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은 말씀으로만 설교하지 않으시고 용서와 사랑의 삶으로 보여 주셨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사랑하며 살아야지.
삼일절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오동도로 향했다. 전에 친구들이랑 왔었지만 별로 좋았던 기억이 없었지만 달리 갈 데도 없고 해서 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사람들이 용굴 있는 데로 올라가기에 따라가 봤더니 해안에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큰 나무에 막 피어난 동백꽃 숲 사이길도 아름답고 대나무 숲 터널이며 해안가 바위와 동굴, 오동도가 이렇게 아름다웠으니 소문이 난 것이었다. 남편도 전에 왔었는데 그걸 못보고 술만 마시고 갔단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절말 좋은 것으로 주셨는데 그 좋은 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불평 불만만 하다 갈 수가 있는 것이다. 세상 살이에 한눈 파는 걸 잠시 멈추고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복이 무엇인지, 가족과 내게 주신 교회와 지도자들, 친구와 동료들, 제자들, 그리고 내 나라 대한 민국 ... 하루하루 음미하면서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야 하는 것이었다. 오는 길에 송광사에 가려고 네비게이션을 눌렀는데 어찌된 일인지 꼬불꼬불한 산길로 가는 것이었다. '그럴리가 없는데.....' 결국 도착한 곳은 쌍향나무가 있는 천자암이었다. 남편이 마음 속으로 거길 가고 싶어했는데 정말 신기하였다. 한참이나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 꼬불꼬불한 향나무를 구경한 뒤에 송광사에 갔는데 경노 우대로 공짜로 들어가서 좋기도 하고 기분이 이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