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음이 먼저다( 김형태 총장)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3.01.25
조회수
2048

아름다운 마음이 먼저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색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사물이 채색되어 보인다. 빨간 안경을 쓰고 보면 모든 게 빨갛게 보인다. 마찬가지로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니 내가 잡초되기 싫으면 상대방도 꽃으로 봐야 한다.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 순간에도 가능한 것이다.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 말처럼 해야 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의 그 향기에 온 세상이 아름다워지리라. 이전 세대가 겪어보지 못한 이렇게 좋은 환경과 조건 속에 살면서도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우리 인간의 마음은 매우 오묘해서 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은 한없이 아름답고 따뜻하게 보인다. 그런데 마음 가득히 욕심으로, 미움으로, 시기와 질투심으로 가득 채우고 바라보면 이 세상은 험하고 삭막하며 모두가 힘들고 지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一切唯心造)고 말하는 것이다. 성경(창 28:12-22)에서도 야곱의 신앙적 각성이 동일한 환경을 정반대로 이해하고 정반대로 해석하게 만들고 있다. 생각의 중요성을 일러주는 사례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했고, 다석 유영모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살고있다”고 말했다. 유영모는 생각을 생명(生)의 자각(覺)으로 보며 “生覺”으로 썼다. 데카르트에게 있어 생각은 현실(존재)과 분리된 관념이었고, 유영모에게 있어 생각은 인간의 존재를 불사르고 형성하는 생명현상‘이었다. 생각하는 것은 곧 생명을 불사르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 곧 사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생각은 관념과 논리의 영역이고, 유영모의 생각은 삶 자체의 실제적 영역이다. 중국 고전 「大學」에는 “성기의자 무자기야(誠其意者毋自欺也)”란 말이 나온다. “그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것이다”한 뜻이다. 자기 자신의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면 본심이 나오는데 그것은 비인간적이고 추잡스럽고 더러운 모습일 수 있다. 이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동물과 비슷하여 본능적으로 약육강식하며 이 세상만 생각하고 살다 죽을 수 있다. 자기 자신의 본심을 다스려야 되는 이유이다. 「孟子」에도 “양심막선어과욕(養心莫善於寡欲)” 즉 마음을 수양하는 데는 욕심을 적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다고 가르쳐 주고 있다. 육체에 기반한 욕망은 좋은 집, 맛있는 음식, 예쁜 여자, 멋진 차, 아름다운 옷 등을 원한다. 이것을 억제 조절하지 않으면 그 본체인 사람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일본의 최고 부자인 재일교포 손정의는 지갑에 돈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돈이 필요하면 자신의 운전사에게 빌려서 쓴다. 돈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지갑에 돈을 갖고 다닐 필요도 없는 사람이다. 돈쓰는 즐거움보다 일하는 즐거움을 위해 보다 큰 일본을 위해, 보다 살기 좋은 세계를 위해 헌신한다는 마음으로 늘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몸을 망치는 소비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추구하면 폐인이 되고, 정신적인 평안과 영적 거룩함을 추구하면 고상한 대인이 되는 것이다. 「孟子」는 거듭하여 “불인 이득천하 미지유야(不仁 而得天下 未之有也)” 즉 “어질지 않으면서 천하를 얻는 자는 없다”고 했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중심에 있어야 성공을 얻고 그 성공을 오래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시대의 수많은 명문가를 보면 積善之家 즉 선을 행하고 남을 도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명리학의 고전인 「命理正宗」을 보면 “큰 부자가 되는 팔자는 따로 정해져 있다(食神生財格)”는 말이 나온다. 베푸는 기질이 있어야 재물을 낳는다는 말이다. 조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자기의 위치와 사명을 생각해보자. 빠른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欲速不達). 너무 빨리 성공하면 또한 그만큼 빨리 쇠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맹자」도 “진예자 기퇴속(進銳者 其退速)” 즉 나아가는 것이 빠른 자는 그 물러남도 빠르게 돼 있다고 일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빨리 가는 것보다 멀리 가는 것이요, 더 중요한 것은 올바르게 가는 것이다. 일찍 성공하는 자와 지식만 갖추어 성공하는 자들 중에서 자만심으로 중도하차하거나 인격도야가 부족해 부도덕한 사람으로 타락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름다운 마음과 고상한 인격이 선행돼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