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람이 더 중요하다(김형태 총장)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3.01.12
조회수
2043

속사람이 더 중요하다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사람의 눈(眼目/ 視力/ 觀/ 見解)은 네 종류로 나눌 수 있다. ①육안(肉眼)은 내 앞에 나타난 현상을 그대로 보는 것이다. 크고 작은 것, 많고 적은 것, 색깔과 모양을 보는 것이다. 누구나 맹인이 아니면 이정도는 볼 수 있다. 혹 ‘신기루’처럼 착각 할 수는 있지만 보통의 시력이면 누구나 보는 것이다. ②지안(智眼)은 선행학습과 연구 실적이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자기 아버지의 대학원 교재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글씨를 읽는 것이지 그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은 아니다. 그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활용하기 위해선 지적인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학습과 연습과 훈련을 통해 밝아질 수 있는 시력이다. ③심안(心眼)은 보이는 외형을 통해 내면의 정서와 가치관 및 목적의식을 유추하는 능력이다. 안색을 살피거나 관상을 보는 것은 바로 얼굴 모습(주로 눈과 입) 이나 피부색깔 및 몸짓 언어(body language/ non-verval communication)을 통해 상대방의 정서, 기분, 느낌을 파악하는 것이다. ④영안(靈眼)은 신앙적인 감수성으로서 이 세상의 개별 현상을 보면서 하나님의 섭리와 개입을 파악하는 것이다. 옛날 선지자나 예언자들은 이 안목을 갖고 있었다. 외형적 발전을 보면서도 국가적 패망을 예견하거나 강력한 왕과 국방력을 보면서 쇠퇴와 멸망을 예측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역사에서 종종 통치자의 꿈을 해석해 미래를 예측한 사건들도 이에 속한다. 성경에서는 사람을 삼중구조 즉 육(肉)과 혼(魂)과 영(靈)의 구조로 보아(살전 5:23) 靈肉이라든지, 靈魂이란 단어가 생겼다. 동양 철학에서도 같은 관점을 갖고 있다. 精(body)과 氣(soul)와 神(spirit)으로 나누어 精氣라든가 精神이란 합성어를 만들고 있다. 우리들은 인간을 대할 때 肉(body)으로만 보지 말고 精神이나 靈魂)의 차원도 챙겨야 한다. 영혼(속사람)을 빼버리면 육신(겉사람)은 물질적 존재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종교와 교육은 바로 이 속사람의 상태를 더 소중히 보는 것이다. 겉사람과 속사람, 외형과 내면, 육신과 영혼, 형식과 내용은 모두 중요하지만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속사람이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예를 들어보자. 편작은 고대 중국의 전설적 명의 였다.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릴 정도로 뛰어난 의술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지자, 위나라 임금이 그를 불러 명의 칭호를 주었다. 그러자 편작은 자기의 두형이 자기보다 뛰어난 의사라 하면서 명의 칭호를 받는 것에 송구스러워 했다. 하지만 삼형제 중 편작만 명의로 알려졌기에 임금이 그 이유를 물었다. 편작의 대답은 이러했다. “저는 환자의 병이 깊어진 다음에야 약을 쓰고 수술을 하기에 사람들은 저를 명의로 알고 있읍니다만 저의 둘째 형님은 환자의 증세가 아직 미미할때 미리 병을 파악하고 치료를 시작합니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기가 저보다 훨씬 빠르지만 워낙 초기에 고쳐주는 지라 사람들은 우리형님이 그렇게 큰 병을 미리 알아내어 고쳐준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큰 형님은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람들의 안색(顔色)과 생활 습관 또는 걷는 자세와 앉은 자세만 보고도 숨어있는 내면의 병과 장차 걸리기 쉬운병을 미리 파악해 병의 원인과 병을 유발 할 수 있는 행동들을 수정해 줌으로 발병자체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아프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진료 받들은 환자는 저의 큰 형님이 명의라고 생각하지 않으나 실제로 가장 훌륭한 명의는 저의 큰형님이 십니다” 편작의 말처럼 최고의 명의는 병에 걸린 뒤에 낫게 해주는 의사가 아니라 아예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해주는 예방의학 전공 의사라 할 수 있겠다. 의학계에서도 편작 삼형제를 본받아 이미 발병한 질환의 치료(치료의학)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질병을 사전에 예측하고 예방하는 ‘예방의학’ 영역까지 발달 시켜 왔다. 오늘날도 손톱 밑에 가시는 아파하고 손발의 작은 상처는 알아차리는데 오장육부의 내부 장기에 암이 생기거나 균이 감염되는 것은 모른채 넘어간다. 마찬가지로 육안과 지안만 가지고 사물을 이해 하거나 상황을 식별하기엔 이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다. 심안을 통한 상담심리와 집단 상담도 있어야 겠고 영안을 통해 하나님의 섭리와 의도도 파악해야 되겠다. 2012.12.19 대통령선거결과 동서지역간 2030세대와 5060세대간 그리고 보수와 진보등의 생각과 지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대한 향후 국정운영은 표층구조만 가지고 해낼 수 없겠다. 젊은이들의 소리, 역사의 소리, 노인층의 소리를 들어야 될 것이다. 사람들의 언어와 표정도 듣고 보아야 하겠다. 사람들의 소원과 필요를 파악하고 삶의 환경이 되는 자연과 거리의 소리도 들어야겠다. 각계의 지도자들은 자기의 육안(肉眼), 지안(智眼), 심안(心眼)그리고 영안(靈眼)까지 총동원하여 국민전체와 관계기관의 구성원들을 보자. 깊게 보고 넓게 보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