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종교헤서 얻는 지혜(김형태 총장)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3.01.09
조회수
2084

전통종교에서 얻는 지혜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

 

기독교가 한국 근대화와 문명퇴치, 여성인권신장 등 사회적 진보를 촉진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불교에서도 심오한 인생철학을 배울 수 있다. 새벽 세시면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예불에 임하는 산사의 스님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인생목표를 추구하고 있을까? 사찰을 방문하게 되면 질문과 토의를 통해 잘 들어보기 바란다. 먼저 불교의 가르침 몇 개를 엿들어보기로 하자. ①제행무상(諸行無常): 태어나는 것은 반드시 죽는다. 형태(形態) 있는 것은 반드시 소멸한다. ‘나도 반드시 죽는다’라고 인정하면서 세상을 살자. 죽음을 감지하는 속도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청소년에게 죽음을 설파한들… 자기 일 아니라고 팔짱을 낄 것이다. 노인들에게 죽음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림과 같으니 종교, 부모, 남편, 아내. 누구도 그 길을 막을 수 없고 대신 가지 못하며 함께 가지도 못한다. 하루 하루 촌음(寸陰)을 아끼고 후회없이 삶을 사는 것. 이것이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②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헤어지게 되는 게 세상사의 법칙이요 진리이다. 사랑하는 사람, 일가 친척, 남편, 아내, 자식, 명예, 부귀영화 등을 영원히 움켜쥐고 싶지만 하나 둘 모두 내곁을 떠나간다. 인생살이는 쉼없는 연속적 흐름임을 알아야 한다. 매달리고 집착하며 놓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이 바로 괴로움의 원인이며 만병의 시작이다. 마음을 새털같이 가볍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③원증회고(怨憎會苦): 미운 사람, 싫은 것, 바라지 않는 일… 그러나 반드시 만나게 된다. 원수, 가해자, 아픔을 준 사람, 꼴도 보기 싫은 사람도 만나게 되며, 가난, 불행, 병고, 이별, 죽음 등 내가 피하고 싶은 것들도 나를 찾아온다. 세상은 돌고 있다. 빙글빙글. 주기적 사이클로… 나도 자연의 일부인만큼 사이클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이를 ‘생애주기(life cycle)’라 한다. 현명하고 지혜롭고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은 능히 헤쳐나가지만 우둔하고 어리석고 매사에 소극적인 사람은 그 파도에 휩쓸리나니 늘 마음을 비우고 베풀면서 살자. ④구부득고(求不得苦): 구하고자… 얻고자… 성공하고자… 행복하고자… 하지만 세상 살이가 그렇게 만만치 않다. 내가 마음먹은대로 다 이루어지면 고통도 없고 좋으련만 모든 것은 유한적인데 비해 사람 욕심은 무한대이므로 아무리 퍼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와 같다. 그러므로 욕심덩어리 가득한 마음을 조금씩 덜어 내고 비워가야 한다. 자꾸 덜어내고 가볍게 할 때 만족감, 행복감, 즐거움이 뒤 따른다. 마치 형체를 따르는 그림자와 같이…. 스님들과의 대화 중에 선문선답이 자주 나올 것이다.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지혜들이다. 가령 “여우가거 거약불행(如牛駕車 車若不行). 타거즉시 타우즉시(打車卽是 打牛卽是)”도 그 중 하나다. 소가 수레를 끄는데 만약 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리는 게 옳은가? 소를 때리는 게 옳은가? 수행보다 그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마음을 찾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것이다(一切唯心造). 그에 연이어 이런 말도 있다. ‘강북성지 강남귤(江北成枳 江南橘)’ 같은 나무 종자인데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되고 강남에 심으면 귤이 된다는 것이다. 똑같이 꽃을 피우지만 나중에 열매를 보면 환경에 의해서나 자기 노력에 의해서 결과는 완연히 달라진다는 말이다. 똑같은 교수에게 같은 장소에서 배워도 제자들의 성장과 성숙은 다르게 되고, 같은 목사로부터 같은 설교를 들어도 신자들의 삶과 실천에는 차이가 나는 것이다. 우리 마음 속에는 운동능력 즉 에너지가 있다. 이 에너지는 건전한 쪽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불건전한 쪽으로 흐를 수도 있다. 건전한 쪽이란 아량, 자제, 친절, 집중, 이해 등에 힘을 공급하는 것이고 반대로 욕구, 공격, 폭력, 야심 등에 연료를 공급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정진(正精進)이 필요한 것이다. 정정진은 마음의 과정이며 네 가지 위대한 노력(四正勤)으로 분류할 수 있다. ①아직 일어나지 않은 不善한 상태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②이미 일어난 불선(不善)한 상태를 버리기 ③아직 일어나지 않은 선(善)한 상태를 일어나게 하기. ④이미 일어난 선(善)한 상태를 유지하고 완전하게 만들기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눈으로 보는 것과 귀로 듣는 것, 그리고 피부에 닿는 것이나 냄새로 맡는 것 등을 통해 어떤 욕구나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그때 그 생각을 잘 점검하여 선하지 않은 것과 정당하지 않은 생각은 신속히 잊어버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치 벌겋게 단 냄비 위에 물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더라도 물이 순식간에 증발돼 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신앙심이나 교양이 확실하게 정위치하고 있으면 외부환경에서 오는 유혹이나 내면에서 일어나는 욕망과 탐심을 넉넉히 이겨내고 선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