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아둔 감사 2006. 6.1. 김규영
"선생님 저 모르시겠어요? 순호(가명)엄마입니다."
오늘 오후에 3년전에 가르쳤던 제자 순호엄마가 찾아왔다.
날 보자마자 눈가에 눈물이 흘렀다.
그 눈물을 보고 무슨 일로 왔느냐고, 순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그저 학교에 왔다가 들렸다고, 고마웠었다는 말만하고 떡한봉지를 주고 갔다.
순호는 그렇게 뛰어나게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다. 혹시 지금은 별로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옛날에 순호를 사랑해주던 선생님이 그리웠던 것은 아닐까?
요새 교회에서 순호가 안보이던데 이번 주일엔 전화 한 번 해야겠다.
지난 스승의 날엔 재작년 학부모들이 점심도 사주고 비싼 핸드백도 사주었다. 지금 담임도 있고 작년담임도 있을텐데, 지나간 담임을 위해 많은 돈을 걷었을 생각을 하니 고맙기도 하지만 미안했다.
때때로 지난 제자들이 찾아오고, 옛날 학부모들이 찾아오면 참 고맙다. 열심히 하느라고 노력했어도 지나보면 아쉽고 미안한 것도 많은데, 좋지 않은 기억 다 잊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찾아와 표현해 주는 것이 상 받는 기분이다.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진다. 서로 지내면서 좋은 일도 많지만 마음 아픈일도 많고, 좋지 않은 상처도 남는다.
그러나 궂은 일은 다 이해하고 용서하고, 마음에 감사할 일만 남길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천국일 것이다.
내가 젊었을 적엔 남을 용서하기가 참 어려웠다. 내 자신이 힘들었고, 또 교만하여 내가 죄인이라는 것 못느꼈기 때문이다.
지금 누구를 이해하고 용서하기가 쉬워진 이유는 하나님께서 날 사랑하시고, 주위에 날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심적으로 넉넉해졌기 때문이다. 또 내가 잘못하는 게 늘 느껴져서 상대적으로 남의 잘못이 작아보인다.
하나님께서 은혜 주셔서, 내가 사는 날 동안에 나쁜 일은 다 잊어버리고 늘 감사하며, 사랑하며 살기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