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마지막 날예요
갈바람이 이따금 부는 날이다. 하늘은 드높아 한낮의 30도를 넘는 짧은 뜨거움을 감싸안고 있고, 갈바람은 가을을 끌어당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M고 교목 목사님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찾아갔다. 전화를 했더니 학생과 상담 중이지만, 들어와도 괜찮다고 하여 목사님이 계신 특별실 공간을 찾아갔다. 그
공간의 이름은 ‘느헤미야실’.
여러 기독교학교를 다녀봤지만, ‘느헤미야실’로 이름 붙은 공간은 처음이었다. 목사님은 여학생 한 명과 입시 상담을 하고 있었다.
악수를 하고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대화를 한 지 약 10분 가량 지났을까, 여학생이 가고, 이어서 두 명의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목사님, 물 좀 마시면 안돼요?”
목사님은 자연스럽게 일어나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었다. 갈증을 해소한 아이들이 간 후에 목사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아이들이 편하게 찾아와 감사하죠. 시험이 얼마 안 남아 다른 교무실은 들어갈 수가 없는데, 여기는 자유롭게 올 수가 있으니까요.”
내가 영훈고에서 교목으로 섬길 때 생각이 났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간,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는 곳. 교목실을 ‘간식 창고’라고 하기도 했다. 여러 학교를 다니다보니, 비단 영훈고만이 아니라 M고도, 그리고 전국의 기독학교들에 있는 교목실과 교목님들은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또 문이 열렸다. 두 명의 여학생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이렇게 외쳤다.
“목사님, 기도 좀 해주세요.”
아이들에게 음료수를 한 개씩 건넨 목사님은, 의자를 내밀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나도 옆에서 그 대화를 듣게 되었다.
아이들은 체육과 지망생이었다. 수시 마감이 오늘까지인데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고 떨린다고 했다. 그러는 중에, 한 여학생이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어?”
나는 씨익 미소를 날렸다.
“어? 안녕하세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나를 알아보는거니?”
두 명의 여학생이 내가 낯이 익었는지 의아해 하던 중 나는 손가락 하트를 보냈다.
“뀨!”
그제서야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반가워했다.
1년 전 M고의 전교생 부흥회에 내가 왔었고, 그때 인사를 했던 “뀨”를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대화에 동참했다.
그리고 이 학교를 졸업한 나의 둘째딸이 체육을 전공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고, 현재 필라테스 원장님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아이들은 탄성을 질렀다.
“와~, 좋겠다.”
딸 아이의 여고 시절이 이 아이들에게 투영되었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오늘은 내가 너희들 위해서 기도해줄게. 괜찮니? 수시도 그렇고,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너희들 마음도 평안하게 말야.”
기도를 원했던 아이들인지라, 아이들은 이내 손을 모았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저의 딸이 졸업한 학교에 와서, 그 후배인 고3 아이들과 함께 이 시간 기도합니다. 수시 원서를 넣었고, 그리고 그 후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을 놓고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셔서 모든 과정을 주관해주시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잘 따라가는 우리 아이들 되게 도와주세요. 여호와를 경외함이 지혜의 근본이라 하신 하나님,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아이들 되게 도와주시고, 기도하며 주님 따라갈 때 대학에 진학하는 지금의 과정이 하나님께서 일하셨다는 간증이 되도록 도와주세요~.”
기도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잠시 후, 아이들은 ‘아멘’ 하며 기도를 마치고, 들어올 때보다 한층 밝아진 얼굴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기도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하나님께서 M고로 보내주시고, 또 고3 아이들과 나누며 기도하게하셔서 참 감사하다.
이제 수능을 두 달 남짓 앞두고 있는 고3 아이들, 수험생들. 우리 청소년들이 ‘시험 때문에 시험에 들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과 소망을 품고 나아가길 기도한다.
갈바람이 가득한 날, M고를 방문하게 하시고, 또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신 하나님, 오늘 만난 아이들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청소년들을 붙잡아주시고, 선한 길로 인도하리라 믿는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시켜주시고, 아름답게 사용하시리라 믿는다.
섭리 가운데 인도하시고 사용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갈바람이 더욱 깊어가는 날 푸르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