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이야기] 선생님! 얼굴이 바뀌었어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5.09.05
조회수
24

선생님! 얼굴이 바뀌었어요

 

34년간 근무했던 모교 영훈고에 갔다. 고3 아이들 강의 요청이 있어서 간 것이다. 해마다 몇 차례씩은 영훈고 아이들을 만나는 것 같다. 학교를 퇴임했지만, 내가 몸담았던 학교, 그리고 더욱이 모교에 가서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이 나에게 계속 주어지는 것은 큰 축복이다.

아이들 강의를 마치고, 화장실을 다녀오던 중, 학생부 교무실 앞에 잠시 멈추게 되었다. 나의 의지라기보다는 나도 모르게 발을 멈추게 된 것이다. 영훈고 안 다섯 개 안팎 되는 교무실과 특별 교무실 중 유독 학생부실로 이끌어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교무실 안에서 한 남자 선생님이 밖으로 나오려던 중, 나와 마주쳤다.

“아! 선생님.”

하고 반색을 하는 선생님은 C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고 아이들을 잘 챙겨주며, 항상 복도를 뛰어다니며 분주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었다.

“와~, C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예요.”

학생부 교무실 안에는 세 분이 있었다. 한 분은 나의 퇴직 후에 오신 분이라 잘 모르는 분이고, 학생부장은 신우회를 함께 했던 선생님이다.

 

학생부장 K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선생님, 오셨네요~. 잘 지내시죠? 저는 힘들어 죽겠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에구, 그렇구나. 힘든 자리에 있네. 그나마 K선생님이니까~ 어려운 자리 잘 감당하라고 하나님께서 학생부장을 맡겨주셨네.”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나가려다가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C선생님께 눈길이 자꾸 갔다. 나는 C선생님께 물었다.

 

“아~, 그런데 C선생. 얼굴이 좀 바뀐 것 같아. 나는 순간 C선생 맞나? 이렇게 생각이 들었거든. 살도 많이 빠진 것 같고? 어디 아픈거야?”
그때 옆에 있던 K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힘들어서 그래요. 그 반이 계속 힘든 반이라, 금년에도 말썽이 끝이 없어요.”

나는 이어서 물었다.

“C선생. 아이들이 힘들어서 그런거야?”

그때부터 C선생님은 서 있는 상태로 10여분 간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가 스트레스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이들을 만나면 신나고 즐겁게 했는데, 요즈음은 힘든 아이들을 만나면, 감당도 안되고, 예전 같지 않아요. 금년 저희 반에 ADHD 아이들이 4명이 있어요. 그 아이들을 잘 돌보아야 하는데, 제가 힘들어서 잘 안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구요. 스트레스가 쌓였는데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C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시대 교사들이 떠올랐다. 상황과 여건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 이 시대 교육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

 

C선생님은 30대 후반의 젊은 남자 선생님이다. 아직 미혼이고, 혼자 학교 앞에서 자취를 하며 학생들에게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교직 생활에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다. 그런데 그렇게 헌신과 수고를 하면서, 쌓이는 고민과 스트레스를 어찌 하지 못하고 있었고, 믿음으로 기도하며 해소하면 좋은데, 학교 예배는 가끔 나왔지만, 아직 믿음 생활을 하는 분은 아니었다.

나는 힘듦으로 인해 외모까지도 잘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바뀌어버린 C선생님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이 시대 선생님들의 고충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는 하나님의 마음으로 C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아마도 하나님께서 나를 학생부실로 오게 한 것은 C선생님 위해서 기도하라는 뜻인가봐. 학생부장도 그렇고, 여기 계신 선생님들과 선생님 위해서 기도 한 번 해도 될까요?”

C선생님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자기 자리에 앉으며 바로 말했다.

“네, 그럼요. 선생님.”

나는 C선생님의 등에 가볍게 손을 얹고 기도했다. 옆에 계신 선생님들도 함께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오늘 영훈고에 와서 아이들 만나고, 또 발걸음 인도하셔서 학생부실로 오게 하시고, 사랑하는 C선생님의 고충을 듣게 하시고,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마음과 몸이 많이 힘듭니다. 위로와 평강, 격려를 더하여 주시옵소서. 아이들로 인한 아픔과 힘겨움, 지침, 그리고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잘 회복되게 하시고, 새로운 힘을 부어주시옵소서. 함께 기도하는 선생님들도 힘이 많이들 겁니다. 여러 선생님들에게도 동일한 은혜를 부어 주시옵소서~.”

기도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기도를 마치고 나는 눈물이 글썽한 C선생님을 가슴 깊이 안아주었다. C선생님은 목 메인 소리로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이어서 곁에 함께 기도한 학생부실의 선생님들도 깊게 안아드렸다.

 

30여 년간 영훈고에 있으면서 매일 아침 전교직원 100명과 전교생 1000여명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던 생각이 났다. 그리고 복도나 교무실, 교정에서 만난 선생님들, 아이들을 그 자리에서 붙잡고 기도했던 생각이 났다.

현재 나의 몸은 이 공동체 밖에 있지만 학생부실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영훈고 공동체의 구성원들 그 이름을 부르며 계속 기도해야 한다.’ ‘이 시대 교사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라’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C선생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제자들을 섬기는 이 땅의 선생님들, 고군분투하며 오늘도 눈물 흘리시는 선생님들, 힘들고 어려운 제자들로 인해 지쳐 있는 선생님들, 어렵지만 다양한 제목으로 소망을 품고 기도하며 나아가는 모든 선생님들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강, 격려가 가득하기를 이 시간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이런 선생님들듸 수고로 우리 제자 세대 아이들이 영적으로 육적으로 건강하게 잘 성장하기를 기도한다.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기도하게 하시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5.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