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에 달려오는 아이들
덥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더작은재단 스쿨처치임팩트’ 스쿨처치 사역자들은 더운 날씨와 관계없이 거의 매일 아이들을 만나러 학교로 들어간다. 점심 시간이나 방과 후, 또는 일과가 시작되기 전의 아침 시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기도 모임 등에 함께 하기 위해 한밤중에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여건이 안되면 교문 앞에서, 또는 학교 밖에서 만나기도 한다. 아이들도 만나지만 때로는 선생님들도 만나고 학교 관리자도 만날 때가 있다.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 교제, 예배, 양육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울 강동 지역에는 아예 스쿨처치임팩트 강동센터(GO BACK)을 만들어 그 지역 아이들을 만나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이제 2년째가 되어 간다. 기독교사 선생님들이 기독동아리 등을 지도하고 운영할 때, 스쿨처치임팩트에 방문 요청을 할 때면 전국의 여러 학교를 방문하게 된다. 아이들을 위해 간식 때로는 기도 모임에 필요한 콘텐츠나 자료 등을 가지고 방문할 때도 있다.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말씀을 전하기도 하며, 스쿨처치 리더들의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고, 도움 드릴만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이렇게 실제로 방문을 하면 선생님들도 힘을 얻고 아이들도 매우 즐거워한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동역의 조화이며, 즐거움이라 할 수 있겠다.
비가 간헐적으로 내리던 6월의 중순, 진접에 있는 P중학교를 방문했다. 공립인 중학교인데 기독동아리를 담당하는 선생님의 방문 요청에 의해 가게 된 것이다. 선생님은 내년 8월에 정년이신데 지금도 한결같이 아이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는 귀한 사역을 감당하고 계신다.
스쿨처치임팩트의 D팀장과 함께, 이번에는 나도 동행하기로 했다. 더운 날씨와 습한 기운, 비가 내리다말다 하는 불규칙한 날이었지만 점심 시간에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이윽고 지도하는 Y선생님께서 수업을 마치고 한 선생님과 함께 주차장으로 오셨다. 점심 예배 시작 전 15분, 아이들에게 줄 간식을 차에서 급하게 내리다가 사고가 났다. D팀장의 눈에 차문의 윗 모서리가 찍힌 것이다. 피가 흘렀고, 너무 놀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D팀장은 괜찮다고 하며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간식을 부지런히 교실로 날랐다. 내 마음에는 ‘괜찮나’ 하는 염려가 계속 일어났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눈으로 보기에는 크고 깊지 않아서 일단 밴드를 하나 붙이고, 부지런히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점심 시간 시작 벨이 울렸다. 나는 뒷문 복도 쪽에 잠시 나와 있었는데, 저쪽 복도 끝에서 아이들이 최고의 속력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 저 아이들이 여기로 오는 건가?’
생각하던 찰나, 아이들은 예배 모임을 하는 음악실의 앞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들. 마치 릴레이 달리기처럼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헉헉대며 달려오고 있었다. 다른 곳이 아닌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자리로 달려오는 것이었다. 남학생들 여학생들 할 것 없이 아이들은 달리고 있었다. 점심 시간 식당에서 밥 먹는 시간을 생략한 채 달려오는 아이들,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에는 감격이, 눈에는 눈물이 솟구쳐 올랐다.
D팀장은 약 50여 명의 아이들과 즐겁게 순서를 진행했다. 중학교 아이들의 높은 텐션으로 소리가 잘 안 들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기쁘고 즐거운 잔치였다. 이렇게 오기까지 Y선생님의 사랑과 열정이 얼마나 큰 수고로 거름이 되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예배를 마치고 간식을 나누어 주는 시간, 아이들은 줄을 서서 간식을 받아 갔다. 그 때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고, 안부를 묻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사랑은 관심이다. 그리고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기대하는 것이다. 그 사랑의 3요소를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Y선생님을 보게 된 것이다.
아이들과의 만남을 은혜로 마쳤다. 다행히 D팀장의 눈에도 이상이 없이 살짝 긁힌 상태로 확인되었다. 참 감사했다.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여러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 교사들에게나 우리 사역자들에게도 그렇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는 행보는 계속되어왔고 지금도 이렇게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며 복음을 전하는 사역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사역이다. 또한 선생님들이 힘을 얻고 동역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이 사역은 하나님께서 이루어가신다는 간증이 많다. 아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님을 경험하는 시간이며 그 과정이 되기에 그럴 것이다.
25년도 1학기가 마무리 되어가는 즈음이다. 이모저모로 얼마나 많은 어려움 속에서 여기까지 왔을까. 반추해보면 힘든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갈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은 그보다 더욱 크기에 하늘을 보며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기도를 드린다. 달려오는 아이들, 섬기는 선생님, 그리고 스쿨처치 사역자들에게 힘찬 격려를 보낸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강, ‘참 잘하고 있다’는 칭찬의 음성이, 빗줄기 사이로 들려오는 듯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