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어버이날 단상
작성자
최*하
작성일
25.05.08
조회수
10

부모님을 떠올리는 어버이날

 

금년 어버이날을 맞이하는 마음이 새롭다. 아버님(장인)께서 천국으로 가신 지 꼭 일 년이 되었다. 작년 5월 6일 돌아가시고, 9일 발인을 했었다. 그러니까 작년 오늘인 8일 어버이날, 나와 가족들은 병원에서 조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온 때부터 믿음을 가진 아내의 집안.

아버님이 4대째, 아내는 5대째다. 현재는 조카가 자녀를 낳으니 7대까지 믿음의 계보가 형성되고 있는 집안이다.

믿음이 전혀 없이 결혼한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아니 전통 보수 집안인 우리 최씨 가문과는 너무 달랐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계획과 뜻에 따라 믿음의 사람, 믿음의 부부로 나를 그리고 아내를 인도하셨다.

 

믿음 없는 사윗감을 받아들인 아버님, 그리고 그분을 나는 한평생 뵙고 지켜보며 믿음의 아버지로서 본받아야 할 점을 배우고 있었다.

내가 결혼할 무렵 아버님은 영락교회 동산 담당 소장이었다. 그리고 그 후 영락교회 관리 사무장으로 근무하셨다. 여러 목사님들을 섬기고, 교회를 섬기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많은 분들이 아버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셨고, 또 기꺼이 즐겁게 돕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었다.

그 당시 사역이라는 것도 잘 모르던 초보 믿음의 나였지만, ‘누군가를 도울 때는 진심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아버님을 통해 배우고 있었다.

 

2015년에 목사님이신 장모님께서 먼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설날 명절 때 가족들을 위해 축복 기도하시다가 하늘나라로 바로 불러가셨다. 그리고 2017년에 나의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하나님을 믿지 않던 인생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아버지를 만나주시고, 아버지학교를 통해 좋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시고, 인자한 심성과 모습으로 변화된 후, 하늘나라로 가셨다.

어른들의 임종은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잘 사는 것도 중요하고, 잘 떠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들에게는 아니,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모습이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아버님은 몇 번의 병원 왕래를 하셨다. 그리고 살이 빠지고, 식사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며 하나님께 가실 때가 가까움을 가족들은 인지하고 있었다.

돌아가실 무렵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한사코 나가시겠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신 며칠 후, 아버님은 5월 4일과 5일 자녀 손들을 모두 만나셨다. 그리고 방문한 형제 자매들도 만나셨다. 말씀을 하실 기력은 없었지만,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미소를 띠고 마음을 나누고 계셨다. 그리고 편히 하나님 품으로 가셨다.

 

어머님께서 먼저 가 계신 영락교회 동산 묘지에 나란히 누우신 아버님. 20년 전 영락동산에 아직 묘지가 세워지기 전에 그곳에 부임하셔서 설계와 진행을 하셨던 그렇게 본인이 만드신 영락동산 묘지에, 스스로 눕게 된 것이다.

 

모든 장례를 은혜롭게 마쳤다. 그리고 두 처남과 우리 가족들, 약 15명이 큰처남 집에 모였다. 나는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살아도 죽어도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삶을 사신 아버님, 그리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하나님께 합심하여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 기도를 했다.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를 하는 가족들.

‘장례 치르고 박수를?’하는 생각이 일별 스쳐갔다.

 

하지만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믿음의 계보가 이어지는 가문이 이런 거구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것이구나’.

살아 있을 때나 이 땅을 떠날 때도 항시 함께 하시는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리는 가족들, 믿음의 자손들.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님도 이런 모습을 보며 함께 손뼉 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하고 있어’ 하면서 말이다.

 

금년 5월 5일, 영락동산에 두 처남 가족들과 우리 가족이 모였다. 그리고 1주년 추도 예배를 드렸다. 먼저 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때때로 불쑥 일어나는 그리움이 있지만, 하늘 소망을 가슴에 품고 부활하신 주님을 따라 사는 인생, 믿음의 선진을 따라 사는 인생으로 살기를 또 한 번 생각하고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이제 나에게는 어머니만 계신다. 88세.

나를 낳으실 때 염주알을 쥐고 계셨고, 어린 시절 절에 나를 데리고 가셨던 어머니도 예수님을 믿고 집사님이 되셨다. 그리고 열심히 교회에 나가시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믿는다. 앞으로도 하늘 소망을 가득 품고 남은 삶을 살아가시길 기도한다.

 

믿음의 부모님들이 보여주신 사랑과 섬김이 떠오른다. 그 기도가 생각난다. 그 사랑에 감사하다. 그 은혜에 힘입어 나도 믿음의 선진으로, 믿음의 아버지로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25. 5. 8 어버이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