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아도 전도는 해야죠
인생을 살아가면서 존경할만한 사람을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H선생님은 평생 다음 세대 제자들을 학교에서 가르치다가 교감으로 퇴임하셨다. 이어서 한국교육자선교회의 사무총장으로 1990년대 중반부터 섬기시며 퇴임하시기까지 기독 교육 선교의 토반을 단단하게 만드신 분.
무엇보다 그 당시 기독교사의 길을 모르던 나에게 이런 삶이 있다고 알려주시고, 인도하셨던 선생님이시다. 말로만이 아니라, 매사 겸손하게 복음의 삶이 생활로 나타나신 분이시다.
십여 년 전인가, 아버지학교 강사로 갔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 지원자로 앉아계셨던 분. 사전에 알지를 못했어서, 그 때 강의하다가 뵙고 얼마나 놀랐던지.
주로 내가 먼저 소식을 나누긴 했었는데, 몇 주 전에는 먼저 연락을 주셨다.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그리고 날짜를 약속한 후, 따뜻함이 대지를 휘감고 있는 날 북촌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오셨다.
금년 연세가 91세가 되셨다. 그동안 사모님과 따님이 하늘나라로 가셨다. 청량리 쪽에서 사신다고 하셨다. 이분을 뵈니 20여 년 전, 한국교육자선교회를 위해서 열정을 다하시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당시 여러 기도의 용사들이 스쳐갔다. 특히 믿음이 연약했던 젊은 후배 교사인 나의 기도 제목을 들으시고, 한교선 사무실에서 즉시 무릎을 꿇고 눈물로 기도하셨던 한교선의 백발이 성성한 임원 선생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분들도 이제 90세 안팎이 되었을 것 같다.
병중에 계신 분도 있고, 바깥 출입이 어려운 분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H선생님도 몇 달 전 병으로 병원에 계시다가 최근에 밖으로 나오셨다고 했다. 그때 계속 전화로 통화하며 함께 기도를 하곤 했었다.
대화 중, H선생님께서 찾아오신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남은 삶을 교회를 위해 살고 싶은데, 교회가 어려움이 있어서 동대문에서 분당으로 이사를 갔다는 것, 그리고 성도들이 거의 서울이어서 분당까지 오는데 제약이 많다는 것, 분당 지역의 다음세대들과 성도들이 와서, 정착을 하면 좋겠는데 어찌하면 좋을지, 기도하던 중 내가 떠올랐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오셨다는 것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나는 H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시라고 말씀드렸다.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리고 옆 카페에 가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생님은 연세에 비해 또렷한 모습, 그리고 바른 자세, 분명한 언어를 사용하고 계셨다.
“하나님께서 아직 이렇게 살게 하시는 것은 분명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하루의 생활을 어떻게 하시는지’ 묻는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이렇게 되물으셨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책도 읽고, 기도도 하고, 무엇보다 전도를 나가요. 나이가 많아도 전도는 해야죠. 근처 지하철 역 같은데 가서 전도하며 지내요.”
그때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나이가 많아도 전도는 해야죠'라는 말씀이 강하게 내 가슴을 친 것이다. 하나님께서 아직 이 땅에 살게 하시는 이유는 결국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남겨두셨다는 것, 그것은 이론이 아니라 삶이라는 것, 그리고 하나님 앞에 갈 때까지 어떤 상황에도 계속된다는 것을 말씀하셨다.
어른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 있지만, 어떤 어른에게서나 배울만한 좋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기독교인도 예외는 아니다.
선생님을 만난 날, 나는 한 어른의 20여 년의 삶을 보며, 무엇을 위해 살고,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한 번 더 배우게 되었다. 선생님은 20여 년 전보다 연세가 많아졌지만, 복음에 대한 열정은 나에게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에 대해 깊은 가르침으로 다가왔다.
나는 카페에서 기도한 후, 선생님을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깊게 안아드렸다. 그리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선생님께서 하나님 곁으로 가실 때까지 선생님을 통해 한 영혼, 한 영혼이 복음으로 잉태되기를 기도했다.
북촌 사무실로 돌아오는 나의 마음에 하나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은혜와 감사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