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이야기]오늘밤이 고비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25.01.06
조회수
99

오늘 밤이 고비래요

 

요즘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에 다음과 같은 글이 떴다.

“저는 영(가명)이의 누나입니다. 영이를 알고 계신 분들에게 소식을 전해야 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영이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서 현재 병원에 있는데, 오늘밤이 고비라고 합니다. 영이의 친구, 또는 지인들에게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 글을 접하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영이가 고3때 담임을 했었다. 그때 내가 맡은 고3 학급은 학교에서 좀 특별한 아이들이 모인, 문과도 아니고, 이과도 아닌 일명 ‘생활교양반’이었다. 영이는 남학생이었는데 예쁘장하게 잘생긴 아이였다. 밖에서는 모르겠지만, 학교에서는 그다지 큰 말썽부리지 않고 또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아이였다.

 

‘영이의 생명이 위험하다니~.’

제자를 둔 스승의 입장이나 자녀를 둔 부모,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의 위치에서 가장 안타깝고 속상할 때는, 아이가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때다.

나는 30여 년간 교직에 있으면서 이런 경우를 여러 번 접했다. 제자의 죽음 앞에서 교사라는 이름으로 서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었다. 영이를 통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참 괴로운 일이었다.

나는 영이의 누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영이가 어느 정도인가요? 치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지금 하나님께서 영이를 회복시켜 주시길 간절히 기도할게요.”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영이를 위해 기도했다. 영이의 학교 시절의 모습,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달려오는 영이의 모습이 뇌리에 투영되었다. 어느덧 기도하는 내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이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나님, 영이를 살려주십시오. 지금 의식이 없다고 합니다. 의식이 어서 돌아오게 해주시고, 영이가 다시 살아나 하나님을 높이는 삶이 되게 도와주시옵소서.”

그렇게 한참을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이시다. 이 땅에 보내기도 하시고 또 천국으로 부르기도 하시는 분이다. ‘보내심과 부르심’, 그 하나님의 시간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시고, 이미 죽은 사람도 살리시는 분이시기에, 나는 영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분이 하나님이심을 믿고 의지하며 기도했다.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 잠결에 일어나 혹시 연락이 온 것이 없나 확인했다. 톡이 들어와 있었다. 나는 그 톡을 보고 또 깜짝 놀랐다. 그것은 놀랍게도 영이의 톡이었다.

“선생님, 저 깨어났어요.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선생님이 저 위해 기도해주신 것 알아요.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곧 찾아뵐게요.”

나는 영이를 깨어나게 하시고, 살려주신 하나님께 그 자리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영이의 생명을 연장시키실 계획이셨던 하나님,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영이를 위해 기도하게 하셨던 하나님. 영이를 살리신 그 하나님께서 영이의 앞길을 인도해주시리라 믿으며 기도했다.

캄캄한 새벽, 나의 두 눈에서는 하나님께 감사한 기도의 눈물이 또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