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적으로 300명이 함께 드린 영훈고 첫채플
정기채플을 방과 후에 해야 해요
근 일 년간을 준비해왔던 정기채플의 시간이 다른 날로 옮겨졌다.
본래 월요일 5교시로 예정하고 준비해왔는데, 학교 운영상 어렵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결국, 채플을 금요일 7교시, 방과 후에 종례를 마치고 원하는 아이들만 하도록 하자는 의견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기독교학교가 아닐 때도 원하는 아이들과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항상 하던 것이었는데, 하나님께서 기독교학교가 된 후에도 이렇게 돌리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사람이 생각하고 일을 계획한다 해도 실제적으로 일을 이루어 가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 이내 순종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여러 선생님들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방과 후에 그것도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원하는 아이들만 채플을 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올까요?”
납득하기가 어렵지만 순종해요
이 모든 상황들이 나에게는 영훈고가 기독교학교로 가는데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진단, 우리 학교가 어떠한 상황인지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교직 경력 28년, 영훈고에서만 23년째 오며 선생님들의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서는 영훈학교가 기독교학교가 되었다하더라도 강하게 몰아갈 수는 없었고, 또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기독교학교인 제도권 안에서의 정기 채플은 조절되거나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 월요일 5교시에 건학이념에 따른 정기채플에서, 금요일 방과 후 원하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자율적 채플로 간다는 것은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학교장의 학교 경영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면 그것과 대치하며 가기도 어려운 것이니만큼, 하나님의 지혜와 인도하심이 필요했다.
나는 계속 기도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에 노력했다. 그리고 인도하심을 구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채플 어때?
학교의 이런 여러 상황과는 달리 기독교학교로 가는데 첫 학년인 영훈고 45회 1학년 아이들은 매우 활발하고, 사랑스럽고, 적극적인 아이들이었다.
나는 학생들이 주관하는 학생 채플을 초기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지난 2월 13일 이 아이들의 오리엔테이션 때부터 학생이 주도하는 특별한 채플 문화를 우리가 만들자고 선포한 것이다.
그 결과 377명중 111명이 봉사팀으로 나섰다. 채플 섬기이로 싱어 14명, 워십 12명, 연주 10명, 음향 영상, 봉사 등으로 섬기겠다고 자원했다. 아이들은 나와 호흡을 같이 하고 있었다. 게다가 1학년 학급 수업을 매주 한 시간씩 들어가,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역동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하나님께서 허락해주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변경된 채플 시간에 대해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채플에 대해서 조금 상황이 바뀌게 되었어. 내가 처음에 의도한 거랑 좀 다르긴 하지만, 그래서 더 너희들의 멋진 모습이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아. 금요일 방과 후로 채플이 바뀌었으니까 너희들이 다 도망가면 잡으러 갈수는 없잖아, 하하, 그래서 자율적으로 우리가 다 참여해보면 어때? 영훈고 45기의 단합된 힘을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물론 종교가 달라서 힘든 친구들이나 그날 특별한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거야. 그런 친구들은 나에게 미리 알려주면 좋을 것 같고.”
학급 아이들은 방과 후에 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내 말을 듣고 이해하는 듯한 눈빛과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자율적으로 격주 금요일 방과 후에 채플
하지만 학급에 따라서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그 사실을 나는 나중에 알았다. 담임 선생님에 따라서, 영향이 있었던 것이다.
“야, 그 채플 그거 안 해도 돼. 하기 싫으면 그냥 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이 끝나버린 분도 있지만 이런 분도 있었던 것이다.
“얘들아, 채플이 1학년 행사니까, 우리 모두 참여하는 방향으로 하자. 선생님도 같이 할거야.”
결국 1학기만 금요일 방과 후 격주로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재단의 허락을 구했다. 재단도 이해하고, 1학기만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도 매주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격주로 5,6교시가 동아리 활동이 있어서 외부로 나가는 학생들이 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동아리를 마치고 채플을 한다는 것이 이론은 가능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는 판단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1학기만 채플을 2주에 한 번씩 격주로 가죠. 딱 여섯 번이네요.”
하나님께서는 자율적으로 원하는 아이들만, 격주 금요일 방과 후에, 채플을 하는 기독교학교인 영훈고에 허락하신 첫 채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궁금했다.
섬기는 아이들의 자발적 헌신
학교의 여러 상황과는 사뭇 다른 은혜의 행보가 이어졌다.
나는 학급의 선교부장 12명, 학급회장과 부회장 24명, 그리고 싱어팀, 연주팀, 워십팀, 음향영상팀, 자막팀, 봉사팀 등의 팀장들 12명을 점심 시간에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났다. 그리고 기도와 헌신, 섬김의 의미를 설명하고, 소통했다.
아이들은 영훈고등학교에 오고 싶어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역동적이고 순응이 빠르고, 소통도 잘되었다. 아이들은 스스로 찬양팀을 만들었다. 그런 팀이 두 팀이 만들어졌고, 아이들은 학교와 영훈센터에서 연습에 들어갔다.
채플을 드리는 장소는 학교 백운관 소강당인데 좌석이 약 270석 정도다. 그래서 100여개의 의자가 들어와 세팅이 되어야만 했다. 접이식 의자 120개를 준비했고, 봉사팀 아이들이 담당이었다.
특히 믿음의 3대, 4대째 되는 아이들의 헌신은 그 자체로 은혜였다. 이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아는 아이들이었다. 더욱이 중학교 때 참여한 집회에서 나를 만나 강의를 경험한 아이들도 절반이 넘었다. 영훈고를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온 아이들도 꽤 많았다. 하나님께서는 예비된 아이들을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보내주신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말이다.
아이들은 들고 뛰며 찬양을 하고, 워십 율동 연습을 하였다. 자막팀도 음향영상팀도 자기들끼리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영훈센터에서 연습하는 그날, 나는 많은 눈물을 흘렸다. 15년간 이 아이들의 선배들을 통해 기도하게 하시다가 이제 때가 되어 채플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예배를 허락하신 하나님. 참으로 그 은혜에 감사, 감격한 것이다.
첫 채플의 은혜
첫 채플 아이들이 몰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선생님들도 놀라고, 아이들도 서로 놀라고 있었다. 자리가 2/3가량 아이들로 찼다.
그리고 시작된 채플, 교장선생님의 격려의 말씀 이후 찬양팀이 무대에 섰다. 영훈고의 첫 채플 찬양곡은 ‘주의 자비가 내려와’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찬양은 ‘생명 주께 있네’, ‘하늘 위에 주님 밖에’로 이어졌다. 마지막 곡은 ‘그 사랑’으로 했다.
나는 설교 말씀을 ‘change’의 제목으로 하고, 고린도후서 5:17절 말씀을 본문으로 했다. ‘과거가 어떻든 지나갔으니 연연하지 말고 변화된 인생의 주인공이 되자’는 말씀으로 진행했다. 아이들은 약 50분간의 예배에 잘 집중하고 있었다. 웃으며 집중하며 탄성을 지르며 반응하는 아이들. 나는 말씀을 전하며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했다.
땀에서는 땀방울이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들은 약 300명 가량이 모였다. 십수 명의 선생님들과 방송반 아이들 등도 참여했다. 설교를 마치고 ‘야곱의 축복’을 부르며 서로를 축복했다. 그리고 영훈고에서의 첫 채플 예배를 마치게 되었다.
선생님들께서 예배를 마치고 나가는 아이들에게 준비된 간식을 나누어주었다. ‘몽쉘통통’을 한 개씩 받아가며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하나님의 형상이 느껴졌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금요일 방과 후에 진행된 영훈고에서의 첫채플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시고, 마음껏 은혜를 부어주신 것이다.
역사의 현장에 함께한 아이들
영훈고의 역사 속에 첫 채플로 섬긴 헌신한 아이들의 이름을 여기에 기록한다. 아마도 이 아이들도 나도, 하나님의 은혜 속에 이 이름이 영원히 기억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이름이리라 여겨진다.
영훈고 1학년만으로 구성된 첫채플에 섬긴 찬양팀 아이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찬양인도자 조혜준, 싱어 서인아, 유다은, 한여진, 박선하, 신성은, 권영주. 그리고 연주팀인 드럼에 안동권, 기타에 이준섭, 조혜민, 건반에 왕민아, 워십율동에 장가은, 서지원, 백준선, 김유민, 문정윤, ppt자막 담당에 조유솜 이화연, 김경혜, 음향에 선유성, 김하은, 사진에 이은서, 김세은, 영상에 김수진 등 이렇게 22명의 아이들이 수고하고 헌신한 것이다.
이제 두 번째 채플은 4월 21일에 진행된다. 이때는 또 다른 한 팀의 24명의 아이들이 헌신하기로 결정되어 지금 연습 중에 있다. 4월 21일 금요일 오후 3시, 영훈고 소강당 이 날도 역시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게 넘쳐나는 채플로 축복하시리라 믿는다.
아이들의 소감
첫 채플에 참석한 아이들의 소감이 들어왔다. 무척 많은 아이들이 피드백을 보내왔는데, 모두 다 좋은 반응이었다. 사람들이 염려하는 것을 불식시키시고, 더욱이 자발적인 채플을 과정 가운데 허락하시며 역사해 가시는 하나님을 다시금 체험하게 하셔서 참 감사했다.
이제 두 번째 채플에는 특히 첫 채플에 오지 못했던 아이들이 참석하여 하나님을 경험하게 되기를 기도하며 중보기도를 요청한다.
아래에 아이들의 소감 일부를 소개한다.
김훈 : 채플 전에는 아이들이 재미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막상 채플을 하고 나니 아이들이 호응을 잘해주어서 생각외의 모습을 봤고, 또 목사님의 재치 있는 농담과 말씀이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데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채플을 기대하겠습니다.
정우재 : 중학교 때도 채플을 했었는데, 수업시간으로 정해져 있기도 하고 설교 내용이나 벅음도 교회를 안다니는 애들한테는 와닿지 않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채플도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선생님과 저희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다음 채플에도 이번처럼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아 : 선생님, 어제 채플 완전 재밌었어요.!!!!! 2주에 한 번 해서 너무 아쉬워요.ㅠㅠㅠㅠ 다음 채플이 기다려져요.
이지현 : 금요일 채플! 쌤 설교 영훈학생이 듣기에 정말 필요로 한 말씀을 해주셔서 하나하나 뜻깊게 생각했구요!!! 앞으로도 채플 시간에 멋진 말씀들 많이 해주시길 바래요~〉〈 뀨♡
허재범 : 채플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선생님의 과거 사진이 웃겼고, 아픈 강아지를 치료해서 키우신게 대단하다고 느꼈고, 채플 공연 재밌었고, 애들 노래하고 춤, 드럼, 기타 잘 봤습니다.
안동권 : 4월 7일 첫채플을 통해 친구들에게 예수님을 전할 수 있다는 더욱 강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또한 친구들이 예수님을 알아가고 닮아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에 기쁨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첫채플이어서 찬양팀이 다들 힘들어하고 수고했습니다. 다음 채플부터는 더 열심히 준비하고 더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쏙쏙 박혔고, 다시 새 시작이라는 마음을 얻었습니다. 첫채플부터 친구들이 너무 집중을 잘해주고 망ㅎ은 친구들이 참여해서 고마웠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준비해준 찬양팀에게도 너무 고맙습니다. 말씀 전하여 주신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뀨뀨뀨♡♡
김세은 : 어제 첫 채플 너무 재미있었어요. 말씀과 선생님의 경험을 같이 들으니까 더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어요.
박종근 : 처음하는 채플 너무 재미있었고 신기했다. 어제 쌤께서 가족 얘기를 하셨던게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김성민 : 첫채플을 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즐거웠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채플은 그냥 따분하게 성경 읽고 이야기하고 별거 없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마음을 알고서 그나마 재미있게 진행해주신 점에서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같은반 친구들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친구들까지 같이 함께 모여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선생님이 매우 대단(대가리가 단단ㅋ)하신 거 같았다. 어제 채플을 하고나서 다음 채플도 매우 재미있을 거락 기대된다.
김민지 : 채플 재미있었어요. 쌤 젊을 때 사진 너무 멋있었어요. 별이도 너무 귀여웠고 몽쉘도 맛있었어요. 약간은 지루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채린 : 선생님 안녕하세요. 신채린입니다. 어제 채플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는 무교라서 교회에서 따분한(?) 설교 듣는 줄로만 알았는데 너무 유익한 말씀 많이 해주시고, 재밌게 해주시려고 하는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요. 처음에는 기독교학교라서 강요하거나 너무 기독교적이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하 걱정 많이 했지만, 요즘은 자도 시험 잘 보게 해달라고 무작정 눈감고 외치기도 해요.!ㅋㅋㅋㅋㅋ
선생님 덕분에 기독교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졌어요! 항상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4.21 금. 3시. 영훈고 1학년 두 번째 채플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성령님의 은혜가 가득하시길 기도 부탁드립니다.
* 부족한 저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해요. 성령님께 민감하고 지혜로 영적 기반을 영훈고에 잘 세워가는 도구가 되기를요.
감사합니다. 샬롬!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