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의 관계 회복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07.04
조회수
1668

17년만의 관계 회복
 
몸이 많이 아파요
평일 오후, 교무실. 그 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작은 목소리.
“최관하 선생님~!”
나는 돌아보며 순간 흠칫 놀랐지만,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며 미소로 대답했다.
“네~, 선생님.”
이선생님은 조용하게 말했다.
“제가 병가를 내고 좀 쉬어야 할 것 같아요.”
“네? 아니 왜요? 많이 안 좋으세요?”
이선생님은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이어갔다.
“네, 좀 쉬고 몸을 회복해야겠어요. 아토피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이상이 생겨서요. 이제 목까지 올라왔어요.”
그랬다. 이선생님은 목까지 올라오는 폴라를 입고 있었는데, 그 언저리의 살갗이 붉게 피어 올라있는 것이 보일 정도로 매우 심한 상태였다.
 
17년만의 대화
이선생님과 이런 일상의 대화가 이루어진 것은 17년만의 일이다. 참으로 긴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이 날의 대화는 나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놀라운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내가 인사를 해도 잘 받아주지 않았던 분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상황이 된 직접적인 도구가 된 것은 몸에 진행되고 있는 병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랜 동안 이 선생님과의 틀어진 관계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기도 응답이 이루어진 것에 먼저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병가를 낼 정도로 몸이 안 좋다는 선생님의 말에, 나의 기도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마음에 다소 미안해졌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진작 자세한 것을 알았더라면 더욱 기도했을 텐데요. 하지만 이제라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지금부터 많이 기도할게요.”
짧은 대화였지만 나는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17년이라는 세월 가슴 한 켠에 있던 이선생님과의 끄을음을 하나님께서 해소시켜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울보선생이 되고
내가 영훈고등학교로 전근을 온 것은 1994년이다. 그때부터 5년 남짓한 시간 나는 이선생님과 나는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교회는 나가고 있었지만 술에 빠져 사는 양다리 신앙인이었다. 이선생님과 술죄석에도 같이 했고, 다른 선생님들과의 관계처럼 그렇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루게릭병에 걸려 죽어가는 아이들을 만나 기도하게 되고, 많이 아팠던 둘째딸 다빈이를 위해 기도하던 그 무렵, 나의 신앙심은 교회에서의 말씀 훈련으로 더욱 두터워지고 있었다. 그 무렵 이선생님은 나에게서 멀어져가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루게릭병 제자들과 둘째딸을 살려주시고 회복시켜주셨던 그 때, 급기야 나는 한 아이의 귀를 잘못 때려 고막을 터지게 한 사건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수업 전에 기도하는 교사가 되었고 절대로 때리지 않고 욕하지 않는 교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울며 기도하는 교사라는 뜻의 ‘울보선생’이 되었다.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며
하나님을 몰랐던 외인, 영적 이방인, 이전 것에서 하나님의 아들로, 자녀로, 새것이 되었던 경험은 누려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주님을 만난 벅찬 감격과 기쁨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 삶을 지켜보며 여러 사람이 내 곁을 떠나고 있었다. 그중 한 분이 이선생님이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나의 인사를 무시했고 아예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당시의 교장 선생님께 가서 학교에서 왜 자꾸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게 하냐고 나를 불러 못하게 하라고 했던 적도 있다. 나는 이선생님이 그렇게 하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 따지거나 어떤 말을 하지는 않았다. 매일매일 그분을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생활을 더욱 점검하며 기다리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이선생님의 마음을 만져주실 것이고, 우리 둘의 관계 회복도 해주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편지를 건네드리고
그리고 오늘 17년만의 짧은 대화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나의 기도를 듣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교무실 내 자리로 돌아와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이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위로와 격려, 그리고 먼저 말을 걸어주어 감사하다는 내용 등의 긴 편지를 썼다. ‘울보선생의 울보제자들’ 책과, 기도하고 있다는 신호로 적은 물질이지만 봉투에 넣어 이선생님 책상 위에 갖다 놓았다.
그리고 다음날 회신 문자가 왔다.
“최선생님, 기도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책 속에 편지도 잘 읽었습니다. 돈이 들어 있던데 선생님의 마음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도중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하나님은 참 멋진 분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토피가 무척 심해요
며칠 후 이선생님과 자리를 하게 되었다.
마땅한 곳이 없어서 교무실 옆 빈 교실에 둘이 앉았다. 17년간의 공백의 대화를 다 나눌 수는 없었지만, 그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정감이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선생님, 참 감사합니다. 먼저 말을 걸어주셔서요. 그 때부터 선생님 건강 회복을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습니다.”
이선생님도 입을 열었다.
“네, 감사합니다. 왜 그런지 선생님께 꼭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았어요. 사실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병가를 냈다가 휴직을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명퇴를 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좀 그런 상태입니다~.”
아토피가 무척 심해 몸으로부터 목과 얼굴까지 올라온다고 했고, 그 가려움 때문에 잠도 잘 못자고, 음식도 아무거나 못 먹는다고 했다. 그래서그런지 얼굴 전체가 매우 붉어보였다.
 
저는 기독교가 아니예요
30분 가량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때 나는 이선생님에게 물었다.
“그런데요 선생님, 제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네?, 뭐가요?”
“17년 전 그 때 저하고 잘 지내다가 언젠가부터 저와 인사도 안 나누시고, 대화도 끊어졌잖아요. 그 때 왜 그러셨는지 해서요.”
이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네, 사실은 제가 기독교에 대해서 매우 큰 반감이 있습니다. 영훈고에 오기 전 잠시 근무했던 학교가 있는데, 미션이었거든요. 그런데 교회로 출석하라고 하고, 예배를 강요하고, 심지어는 십일조를 월급에서 떼는거예요. 그런 일들이 매우 많아서 이건 아니다 싶었죠. 그때부터 기독교를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저와 잘 지내던 선생님께서 어느 순간 기독교로 갑자기 확 변해서 가까이 하기가 어려웠던 거예요.”
나는 이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군요. 힘드셨겠어요. 그럼 선생님, 이제부터라도 예수님 믿고 선생님 건강을 위해서도 같이 기도하시면 어떻겠어요.”
“네, 감사한 말씀이지만 사실 저는 불교거든요. 아버님도 돌아가셔서 모신 곳이 절이구요. 그냥 절에서 조용히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요.”
 
지방의 힐링 숲으로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네, 그러시군요. 선생님. 그럼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누고, 오늘은 제가 기도 한 번 해도 될까요? 종교가 불교라서 하나님께 기도하기 불편하면 안하셔도 되구요. 제가 마음속으로 해도 되니까요.”
그때였다.
“아뇨, 최선생님. 기도해주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이선생님의 어깨에 손을 얹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선생님의 건강 회복을 위한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그후 이선생님은 병가를 내고 지방의 힐링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끔씩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나를 찾아왔다. 문자로 근황을 알려주기도 했다. 하나님께서는 이선생님을 위한 기도를 계속 하기를 원하고 계셨다. 나는 그런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시간을 내어 매일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휴직을 하려고 해요
교목실에 있는 날이었다. 퇴근을 하려고 준비 중인데, 누가 노크도 하지 않고 들어왔다. 돌아보니 이선생님이었다.
나는 반색을 하며 소리쳤다.
“아니, 선생님~!”
엷은 미소를 띠며 이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휴직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이 상태로 가다가는 교단에 서기도 힘들고 아이들한테도 미안하고 해서요. 교장 선생님 만나 얘기하고 선생님 뵈러 온 거예요.”
한동안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이선생님이 온전히 회복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선생님의 삶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이 글을 읽는 기도의 동역자 여러분!
이선생님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께서 관계를 회복시켜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이선생님에게 하나님의 능력이 임해서 아토피에서 온전히 치유되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꼭 만나주셔서, 주 예수그리스도를 만나는 새로운 삶이 되기를 소망하며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