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와 혜민이 이야기
작성자
최*하
작성일
17.01.04
조회수
1654

유리와 혜민이 이야기
 
비슷한 아이들
유리와 혜민이는 이제 고3이 되는 여학생인데 여러 개의 공통점이 있다.
먼저 같은 학급의 친구이며, 같은 교회 친구라는 점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예쁜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2학년 때 복도를 지나칠라 하면 혜민이는 달려와 밝게 웃으며 무척 큰 소리로 “뀨~^^”를 외쳤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이 두 아이가 또 비슷한 점이 있다. 두 아이 모두 직업위탁생으로 진로를 결정한 점이다. 유리는 ‘간호조무사’의 길을, 그리고 혜민이는 ‘미용예술’의 길을 선택하여 직업학교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유리와 혜민이는 영훈고 근처 신성교회를 다니고 있다. 밝고 명랑한 성격과 착한 마음을 가지고 신앙생활 하는 이 아이들을 하나님께서는 분명히 귀하게 사용하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로 찾아왔어요
방학을 보내고 있는 1월 초, 유리와 혜민이가 학교로 찾아왔다. 나는 여러 분주한 일로 매일 학교에 나와 있던 중이었다.
“혜민아, 유리야! 잘 지냈니?”
“네~! 선생님. 친구들하고 요즘 많이 놀아요.”
밝고 명랑하게 말하는 이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나는 것 같다.
“그렇구나. 놀면서도 교회 잘 나가고, 하나님 잘 믿고 있는거지?”
“네, 그럼요~. 선생님. 교회 당연히 나가고 있죠.”
“그래~, 역시 그렇구나. 자, 그럼 우리 나가서 놀까? 뭐 먹으러 가자.”
“네, 좋아요. 선생님.”
나는 유리와 혜민이를 데리고 학교 앞 재래 시장인 ‘숭인시장’으로 갔다.
 
분식을 먹고
시장으로 가는 길에 유리, 혜민이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사실 20여 년간 영훈고에서 교사로 생활했는데, 찍다가 문득 든 생각은 학교 운동장이나 학교를 배경으로 해서 찍은 사진이 별로 없던 것 같았다. 나와 두 아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셀카를 찍었다.
그리고 숭인시장 분식집에 가서 떡볶이와 순대, 김밥을 맛있게 먹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옷 구경도 했다.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건물 구경도 하며 깔깔댔다. 새해 초의 기분이 잘 느껴지지 않고 다소 쌀쌀한 날씨였지만, 제자들과 같이 있다는 것은 항상 큰 기쁨이 된다. 그 기쁨을 누리는 나는 축복 받은 사람이리라.
아이들도 즐거워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뮤지컬 티켓이 있는데 너희 보러 갈래? 원하면 줄게.”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다.
“우와? 정말요? 선생님.”
“그럼, 마침 티켓이 여러 장 생겨서~ 너희들 줄 수 있을 것 같아.”
 
도와줄 수 있니?
학교 교무실로 오는 길에 문구점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그리고 코팅지와 색지도 샀다. 겨울 여러 집회 때 섬길 성구서표(말씀을 넣어 코팅한 책갈피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얘들아, 선생님 도와줄 수 있겠니?”
“뭔데요? 선생님.”
나는 코팅기를 책상 위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말씀을 색지에 넣어 복사했다. 아이들은 코팅기 앞에서 코팅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책갈피로 만들어진 하나님의 말씀이 아마도 십 만개는 넘지 않을까 싶다. 나 혼자 이것을 작업할 때도 있지만, 십수 년간 청소년 사역을 하던 기간, 나의 제자인 아이들이 이렇게 작업을 도왔었다. 바로 오늘 유리와 혜민이처럼 말이다. 이 아이들을 보며 눈물이 핑 돌았다. 그것은 이 아이들이 단순한 제자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나에게 붙여주신 동역자,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나의 동역자야
하나님의 마음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여건상 홀로 고군분투한다 하더라도, 절대로 외로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언제나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는 하나님께서 꼭 붙여주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를 학장시켜 가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유리와 혜민이가 작업을 한 것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역’이었다. 사역,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드리는 것.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의 마음으로 섬기는 것, 그 자체가 사역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 사랑하는 제자들을 붙여주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사역을 함께 감당케 하시는 은혜에 감사했다. 그리고 유리와 혜민이가 앞으로도 계속 기도하는 간호사로, 기도하는 미용사로 쓰임 받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사랑하는 제자들과, 동역자인 다음 세대 아이들을 놓고 이시간 기도의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