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소망을 잃지 않아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6.12.18
조회수
1634

그래도 소망을 잃지 않아요
 
다양한 제자들
교직생활 27년 동안 여러 제자들을 보아왔다.
핀으로 모든 것을 다 따는 아이, 폭탄을 만들고 다니는 아이, 하루 평균 14시간 겜을 하는 아이, 귀신 들린 아이, 자폐증 환자, 위암 말기 등.
이런 아이들을 보며 때마다 기도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대체로 좋은 모습으로 회복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3학년 생활교양반을 담임했다. 직업위탁생 포함 28명.
아이들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일 년을 왔다. 그래서 무척 감사했다. 사실 작년의 생활교양반 49명의 아이들은 크고 작은 문제를 연속해서 일으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년의 아이들이 천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업학교 위탁생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 과목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아이들, 대학 진학에 큰 뜻이 없는 아이들, 여러 사정에 의해 대학보다는 취업이 우선인 아이들은 직업위탁 과정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좋은 면이 있다.
요리나 미용, 실용음악, 컴퓨터, 전기전자, 제과제빵, 바리스타,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과정 등 다양한 직종이 무척 많다. 실제로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학습하는지 직업학교를 방문해 보면 아이들은 매우 즐겁게 하고 있었다.
일 년이 마무리 되어 가는 지금, 승헌이 같은 아이는 자격증을 네 개를 따고, 전문대학 네 곳에도 합격을 했다. 실용음악 보컬 유진이는 대학교에 합격을 했고, 여러 명의 아이들이 자격증 취득과 대학 합격의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자기의 비전과 꿈을 잘 발견하고 노력하여 전진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교양반 아이들
직업학교에 가지 않고, 공부에도 흥미가 없는 아이들이 우리 반에 있다. 또는 자기 시간이 필요해 우리 반에 오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은 순수 생활교양반 아이들이다.
서현이처럼 일본으로 가고자 하는 자기 목적이 있어 일본어 공부만 하는 성실한 아이도 있지만, 비전과 전공을 찾지 못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있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금년에는 세 팀의 강사팀을 초청해 자기 계발, 인성 등의 프로그램을 활용하였다.
하지만 관건은 무엇을 하든 아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수반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 잘 참여하는 아이들은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결석이나 지각을 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 다소 아쉽기도 하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가
이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랑과 열정이다. 현재의 아이들을 보면 소망이 없는 것 같지만, 미래의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눈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 아이들이 평생을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항상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청소년기는 흔들리는 때이고, 자기가 자기 모습을 잘 알지 못하는 때, 그와 동시에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때이기 때문이다. 그 때 아이들의 곁에 있어주고, 격려하고 기도하고 인도한다면 하나님께서는 결국 이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주실 것이다.
 
자퇴냐 퇴학이냐
금년은 내 교직 생활 27년 째였다. 그동안 오며 참 많은 아이들을 만났고, 여러 일도 겪었다. 하지만 한 아이로 인해 금년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자퇴냐 퇴학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퇴학을 선택한 아이. 더욱이 수능을 보름 남짓 앞두고 퇴학이 된 제자로 인해 마음이 한동안 심란했다.
이 아이는 겜에 빠져 있는 아이였다. 아니 빠져있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겜을 무척이나 잘하는 아이로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만큼 아이는 겜을 잘했다. 전국 100위~200위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성격도 좋고 귀염성도 있는 아이. 차라리 프로게이머가 되라고 말했던 아이였는데, 출석일수가 모자라 결국 학교를 다니지 못할 상황까지 온 것이다.
네 번의 선도위원회에 갔지만, 계속 결석. 결국 학교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졸업을 시키고자 했지만, 아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퇴학을 결정했다.
 
그래도 소망을 잃지 않고
금년에 아이가 학교에 나오면 계속해서 상담을 해왔다. 그리고 9월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셔서 아이에게 복음을 제시했고, 아이는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했다. 할렐루야!
오늘도 아이에게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를 남겨두었지만 회신도 잘 오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아이에게 갖는 포기지하지 않는 마음을 나에게 계속 부어주시고, 기도하게 하시는 은혜에 감사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했다.
생활교양반에서, 직업위탁생으로, 그리고 학교에서는 퇴학생이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천국 백성이 된 사랑하는 제자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쓴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인생으로 축복하실 줄 믿고 이 시간 기도한다.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라는 말이 떠오르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