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과 돌아온 지갑
작성자
최*하
작성일
16.12.18
조회수
1648

명함과 돌아온 지갑
 
노래방인데요
모르는 번호가 내 휴대폰에 떴다. 알지 못하는 번호는 잘 받지 않는 습관이 나에게는 있다. 하지만 밤 10시쯤 한 번 더 걸려온 같은 번호에 나는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 영훈고등학교 최관하 선생님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나는 불현듯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제자 아이가 또 사고를 쳤나? 아~ 경찰서로 뛰어야 하나? 아니면 이번엔 어디로?’
순간적이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화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
“선생님, 여기는 수유리에 있는 노래방인데요.”

지갑을 놓고 갔어요
나는 전화를 하신 분에게 되물었다.
“노래방이라고요? 무슨 일이세요?”
“네, 혹시 선생님. 오현주라고 제자 중에 있나요?”
현주, 오현주. 알다마다.
현주는 나를 아빠처럼 따르는 영훈고의 제자다. 그런데 현주에게 무슨 일이 있나?
“네, 압니다. 그런데 현주에게 무슨?”
전화를 한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경쾌해졌다.
“아, 네. 다행이네요. 저는 노래방 주인인데요. 현주 학생이 어제 저희 노래방에 와서 놀다가 갔는데, 나중에 보니까 지갑을 놓고 갔더라구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아셨어요?”
“학생 지갑에 보니까 체크 카드하고 신분증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선생님 명함이 끼워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전화 드린거예요.”
 
한 명 더 있어요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랬군요. 그리고 참 감사합니다. 사장님 노래방, 복받을 거예요. 연락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현주에게 찾아가라고 할게요.”
하고 통화를 마치려 할 즈음,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아~ 근데요. 선생님. 잠깐만요.”
“네, 왜요?”
“한 명이 더 있어요.”
“더 있다구요?”
일주일 전에 한 남학생이 놀다갔는데 현주처럼 그 남학생도 지갑을 놓고 갔다는 것이다. 학생증만 있어서 어떻게 전달해야 하나 하며 찾아올 때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는 것이다.
나는 현주가 찾으러 갈 때 같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몇 번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대박 진짜요?
다음날 아침, 나는 출근하자마자 현주를 찾아갔다.
교실에 들어서자 일제히 나를 쳐다보는 여학생들. 나는 아이들과 항상 하는 인사를 했다.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며 “뀨~”를 외쳤다. 아이들도 함께 “뀨!~”
나는 현주에게 다가갔다.
“현주야, 너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데~.”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주와 주위의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쌤, 혹시 지갑, 현주 지갑요?”
나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대박. 진짜요? 돌아온거예요?”
현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펄쩍펄쩍 뛰며 무척 좋아했다. 아이들도 함께 모여들었다.
“선생님, 저 그것 때문에 잠도 잘 못잤어요. 정말 감사해요, 선생님. 기도도 했어요, 돌아오게 해달라고요. 근데 선생님 통해서 돌아오네요. 선생님! 최고예요.”
 
지갑이 돌아왔어요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현주의 말과,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뻤다. 아이들도 이렇게 지갑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신기해했다.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기도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다른 것 같아요. 와~ 정말 신기해.”
나는 웃으며 한 마디를 더 했다.
“근데, 얘들아. 현주 말고 한 명 더 있단다.”
“네~?”
나는 환한 웃음과 더불어 말했다.
“우리 학교 남학생인데, 일주일 전에 노래방에 두고 갔대. 현주가 오늘 가서 그 친구꺼까지 찾아가지고 와야 해. 알았지?”
아이들은 “와~!”하는 탄성과 손뼉을 치며 재미있어 했다.
 
복도에서 드리는 감사기도
나의 제자들이 나의 소개와 더불어 연락처가 적혀 있는 명함 덕을 본 것은 여러 번이다. 현주의 선배들에게도 그동안 서너 번 비슷한 일이 있어 왔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명함을 간직하고 있다가 힘들 때나 위로가 필요할 때 연락하라는 뜻으로 수업 첫 시간에 주었던 것인데, 이렇게 좋은 일을 경험하게 되는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했다.
현주는 지갑을 찾아왔다. 남학생 것도 찾아와 본인에게 돌려주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 복도에서 만난 현주는 말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사실 그 지갑이 저에게는 정말 소중했거든요. 진짜진짜 감사해요. 그리고 하나님께도 감사해요. 선생님, 저 기도해주세요.”
나는 복도에서 현주를 붙잡고 지갑을 돌아오도록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잠시 후 기도를 마치고 눈을 떴는데, 나와 현주의 주위에 너덧 명의 여학생들이 함께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