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중독 제자의 영접 기도
덩치 큰 귀요미
나는 금년에도 생활교양반 담임으로 섬기고 있다.
공부에 관심이 없고, 특별한 비전이 없는 아이들이 모인 학급. 작년에 이어 2년 째 같은 반 담임을 하고 있다.
현이는 게임 중독이다. 전국 랭킹 100-200위 사이에 있는 아이라고 하니,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참 대단한 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현이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현아, 겜 중독으로 살지 말고 프로게이머가 되라.”
현이의 몸은 우리 반에서 가장 큰데, 말도 잘하고, 귀염성도 있다. 2학년 때까지 선생님들에게 야단도 많이 맞았지만, 그래도 귀엽다고 말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별명을 붙였다.
‘덩치 큰 귀요미!’
보통 겜 중독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현이에게도 있다.
학교 지각을 하는 것이다. 아니, 지각 정도가 아니라, 아무 때나 왔다가 아무 때나 가려고 한다. 집에 가면 종일 겜만 하는 아이, 그게 인생의 낙이라고 한다. 어떤 날은 학교에 오후 3시 넘어서 왔다가, 4시 종례하고 가는 경우도 있다.
이 아이가 겜중독으로 머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계속 기도하며 현이를 한 학기 동안 만나왔다.
졸업은 할거예요
무단결석, 지각이 늘어나면서 학교징계위원회에 불려갔다. 교내봉사, 사회봉사 활동으로 벌이내려졌는데도 현이는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1학기가 끝나갈 무렵, 나는 기도하는 가운데 날을 정하고, 학교에 온 현이를 복도로 불렀다. 그리고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닥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현이야, 선생님들이 너를 좋아하던데.”
현이는 야단 맞을 줄 알았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의아해하며 빙그레 웃었다.
“저를요? 왜요?”
“네가 성격이 좋다고~. 귀염성도 있고.”
현이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제가 쫌 귀엽죠.”
이런 현이가 밉지 않았다. 나도 웃으며 말했다.
“현이야, 근데 졸업은 할거니?”
“그럼요~, 선생님.”
낙천적이고 말 잘하는 아이인지라 망설임 없이 분명한 뜻을 보이는 현이.
“그래, 나도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어. 그런데 네 생각과 달리 학교를 계속 결석하면 수업 일수 부족으로 학교를 다닐 수가 없어. 작년에 우리 반 아이 하나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 그 아이 2학기 때 자퇴하고 나갔잖아. 너도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현이는 다소 얼굴이 경직되는가 싶더니, 또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꼭 졸업할 겁니다.”
“어떻게?” “안 빠질 겁니다. 이제.”
믿으며 기도하며
그리고 연거푸 사흘을 결석한 현이.
사실 현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대체로 이렇기에, 사실 나는 솔직하게 말하면 아이들을 믿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 순간순간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십대의 나이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포기해야 하는가, 그것은 당연히 아니다. 아이들을 끝까지 격려하고 기도하고 인도해야 한다. 인내와 소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가 믿는 대상은 하나님이다. 아이들을 믿고 좌절하고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변화시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렇게 나아가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때에 아이를 만나주시고, 꼭 뜻하신 대로 이행하신다는 것이다.
2학기가 시작되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우리 반 아이들을 한 명씩 만나 복음을 전하고 영접케 할 시기가 되었다고 음성을 들려주셨다.
나는 즉각적으로 순종했다.
몇 살까지 살래?
아침 시간, 복도에 책상을 꺼내놓고, 의자 두 개를 마주 보게 놓았다. 그리고 현이와 마주 했다.
“현이, 방학 때 잘 보냈니?”
“네, 선생님.”
“엄마는 계속 지방에 계시고?”
“네.”
현이는 엄마 얘기만 나오면 목소리가 잦아들어간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현이의 엄마는 현이 아빠와 이혼한 상태다. 현이가 아주 어렸을 때라고 한다. 그래서 현이는 지금 할머니와 동생과 산다고 했다. 이 밝던 아이가 엄마 얘기와 가정 이야기만 나오면 움츠러드는 것은 그만큼 가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미소를 띠며 천천히 말했다.
“현아. 오늘은 그냥 사는 얘기 좀 나누고 싶다. 편안하게 애기할 수 있겠니?”
“네.”
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물었다.
“현이는 몇 살까지 살고 싶니?”
뜬금 없는 질문이었지만 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대답했다.
“음~. 85살, 90살요.”
“응, 그렇구나. 그럼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죽으면 끝이죠.”
끝이 아니란다
이렇게 시작된 대화가 두 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현아, 이제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사실 얼마 안 남았어. 수능까지 50일도 안 남았잖아. 그리고 방학, 졸업인데, 이렇게 널 보내면 내가 너무 마음이 아프고 하나님께 죄송할 것 같아. 현아, 사실 이 땅에서 죽는 것은 누구나 다 해당되는데 사람에게는 두 부류가 있어.”
현이는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 부류는 너처럼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 소망이 없는 인생, 또 하나는 죽음의 관문을 통해서 천국으로 가는 믿음을 가진 부류, 즉 선생님 같은 사람들이지. 현아, 그 동안은 이런 사실을 잘 몰라서 그냥 생각 없이 살아올 수 있지만, 선생님은 네가 나중에 하늘나라에 갔을 때 꼭 천국 백성 되길 기도하고 바라고 있어. 겜중독이든 아니든, 돈이 많든 적든 사실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의 삶이 끝이 아니라는 거야~”
나는 예수그리스도를 믿으면 구원을 믿는다는 천국 복음을 전하였다.
예수님을 믿고 싶어요
그때 현이가 말했다.
“근데요, 선생님. 저는 교회 싫어해요.”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렇구나. 하지만 교회 나가는 것 이전에 예수님을 믿고 싶은 생각은 드니?”
그때였다.
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현이의 얼굴이 다소 비장해보이는 것은 왜일까?
나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럼 현이야. 나를 따라서 기도할 수 있겠니?”
현이는 나를 따라 예수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접한다는 영접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자신과 비전, 가족들을 위한 기도를 나를 따라서 계속 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 아이들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신다. 기도 가운데 아이를 생각나게 하시고, 이렇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는 은혜에 참 감사하다. 현이가 당장 행실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행실 이전에 구원 백성으로 살고자 하는 희망을 부어주시고, 이제 삶의 모든 모습도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으로 변화시켜주실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교회도 정해주시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 받게 하실 것이라 믿는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편 126:5)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