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에서 만난 두 분의 선생님
아버지학교 강의로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는 아버지학교(중앙 21기) 강의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했다. 토요일은 길이 무척 막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또 오전에 제자의 결혼 주례가 있었기에 시간도 촉박했기에 더욱 그러했다.
마침 종로5가역까지 아버지학교의 형제님께서 마중 나와주셔서 편하게 도착, 강의실로 들어설 수 있었다. 아버지학교는 매번 그렇듯이 감동과 회복이 있다. 찬양과 율동, 그리고 나눔과 간증 속에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내가 강의할 부분은 전반부 ‘남편의 사명’과, 후반부 ‘아버지의 사명’이었다.
한참 강의를 하던 중인데, 내 눈에 들어오는 지원자가 있었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내가 아는 그분, 경동호 장로님이 확실하다는 확인을 하는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독교사로 인도하신 장로님
1990년대 후반, 나는 교회와 술집을 넘나들던 양다리 신앙인이었다. 특히 학교에서는 문제아 학생을 잘못 건드려 고막을 터치게 해서 ‘폭력교사’로 전락하였던 때였다.
죽어가던 루게릭병 제자 두명과, 아픈 딸 다빈이를 살려주셨던 하나님께서, 그 때 가장 어려운 상황을 나에게 허락하신 것이다. 그때 나는 시인들의 시 낭송회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신앙과 현실의 중간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왜냐하면 시인들은 꼭 시낭송회를 하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얼큰히 취해서 헤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말씀 훈련을 받고 신앙이 깊어질수록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그 무렵 경동호 장로님을 만나게 되었다. 경장로님은 서울사대부고 교감으로 퇴임을 하신 후, 한국교육자선교회의 사무총장으로 섬기고 계셨다. 따뜻하고 온화한 성품을 갖고 계신 장로님.
시인의 모임에서 만난 장로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최선생님, 제가 참여하는 모임이 있는데, 최선생님이 참여하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의 허깅을 나누고
그래서 나는 한국교육자선교회에 첫발을 내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있는 기독교육자의 단체로서 대표적인 것이 한국교육자선교회, 좋은교사모임, 기독교사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어른 세대들, 대학 총장, 학교 이사장, 교장 교감, 교사, 교육청 직원 등이 포진해 있는 곳이 한국교육자선교회다. 여기에는 전국적으로 지방회, 지역회가 조성되어 있고, 각 학교 신우회를 관리하고 있다.
나는 이 곳에서 기독교사의 정체성을 찾게 되었고, 지금까지 근 20년 가까운 세월을 기독교사로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교육자선교회 중앙회 미래세대를 이끄는 책임을 주셨다. 이러한 길로 인도함 받을 때 결정적 역할을 하신 분이 경동호 장로님이다. 경장로님은 현재 83세, 한국교육자선교회 사무총장도 내려놓은 상태다.
사역으로 분주한 가운데, 장로님을 제대로 찾아뵙지 못한 미안함과 또 이렇게 아버지학교에서 만난 기쁨이 강의중에 샘솟듯이 올라왔다.
나는 첫 강의를 마치고 장로님에게로 다가갔다. 장로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께 허깅을 하였다.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중학교 은사님도 지원자로
그때였다.
“최목사님~!”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한 분의 지원자가 나를 보며 인자한 웃음을 보내고 있었다.
“아~.”
나는 놀란 눈과 탄성으로 그분을 바라보았다.
내가 삼선 중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백승구 선생님이셨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은 체육을 담당하셨었다. 그 때 나는 무척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체육선생님이라는 사실이 좀 부담이 되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과목과는 달리 다정한 면이 많으셨다. 내가 부반장으로 선생님을 많이 도와드렸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매일 선생님께서 조회, 종례 시간에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못하는 것이 아냐,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가능하단 말이야. because of 가 아니고, inspite of 라고~”
그 어렸을 때 나는 백선생님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은 몰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because of 가 아니고, inspite of” 이 말은 바로 예수님을 붙잡고 나아가라는 말, 그리고 내가 설교를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삶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의 좌우명처럼 되어 버린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격려할 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랑의 섬김으로 열매를
백승구 선생님과 경동호 장로님.
70대와 80대의 연배인 분들이 아버지학교에 지원해서 오신 것이다. 나는 두 분을 번갈아 보며 안으며 감사의 인사를 나누었다.
누군가의 사랑과 섬김, 기도와 인도함은 한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 두 분의 섬김으로 나는 여기까지 왔다. 관심을 갖고 사랑을 표현하고 기대감을 가질 때 사람은 변한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결국 쓰임 받게 된다.
나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좋은 남편, 아버지로서 살아가기를 소망하며 오신 두 분을 진심으로 축복하고 기뻐했다. 집으로 돌아와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백승구 선생님께서 회신을 보내왔다.
“나의 기쁨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가웠고, 훌륭한 교사로, 은혜 넘치는 목사님으로 아버지학교를 뜨겁게 이끌었을 때 누구보다 감격스러웠다네. 내가 아버지학교 입학시킨 친구가 부부학교에도 가고 싶다는데 기회가 닿으면 정보를 주면 좋겠네. 반갑고 고맙네.”
우리의 앞길을 예비하시고, 기도의 사람들을 붙여주시고, 하나님의 사명을 감당케 하시며, 때에 따라 만나게 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 올려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