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출구에서 만나요
작성자
최*하
작성일
16.08.31
조회수
1754

점심시간 출구에서 만나요
 
성경말씀 갈피
성경 말씀을 코팅한 책갈피 형태의 성구서표를 컵에 가득 넣어 아이들의 식당을 찾았다.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점심식사 시간. 나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식탁 위에 말씀 컵을 올려놓았다.
“뭐예요? 선생님.”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아~. 좋은 말씀이야. 축복과 사랑과 격려와 등등, 성경에 있는 좋은 말씀이야.”
“하나 뽑아도 되는 거예요?”
“그럼, 너희 주려고 이렇게 칼질해서 만든거야. 뽑아서 책갈피로 써.”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다.
“우와, 감사합니다.”
나는 점심시간 내내 식사하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성구서표를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이 선물을 다 받는 것은 아니었다.
 
명언말씀 갈피
하나님을 잘 모르거나,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성경 말씀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해 익숙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뽑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예 반응이 없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회를 다니든 안 다니든 모두 사랑하는 제자들이니 만큼, 이 아이들에게도 동일한 기쁨이 주어지는 방법의 지혜를 놓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는 기도 가운데 지혜를 주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통한 명언이나, 경구같은 것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성경 말씀을 아이들이 읽거나 듣기에 좋은 형식으로 풀어서 바꾸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또 한 종류의 격언 말씀 갈피를 만들었다. 다음의 말씀은 내가 주로 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최관하의 명언’이라고 할까?
 
* 농부처럼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며 노력을 하면 아름다운 성공의 열매는 꼭 있다.
* 최고의 축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위해 격려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 맨 땅에 헤딩하면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아픔이 있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면 그 땅이 갈라진 후에야 알게 된다. 내가 힘겹지만 노력할 때 이미 땅바닥 속은 갈라져 있었다는 것을.
* "because of"가 아니라 "inspite of"로(‘무엇 때문에’가 아니라, ‘무엇임에도 불구하고’)
* 소금통 속의 소금으로 머물지 말라. 소금은 세상에 뿌려져야 맛을 낼 수 있다. 그러니 타인을 위해 섬기며 살아라.
* 햇살이 뚫고 나오지 못할 만큼 두터운 구름은 없다. 나를 돕는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 그래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분을 믿고 의지하라.
 
나는 성경 나는 명언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다. 나는 컵 두 개에 성경 말씀과 격언 말씀 갈피를 가득 담아, 식당으로 돌아다녔다.
“선생님, 왜 컵이 두 개예요?”
물어오는 아이에게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이 컵은 성경말씀 갈피, 이쪽 것은 명언갈피야. 유명한 사람들의 명언. 교회 안 나가는 아이들도 있잖아. 그 아이들 위해서 만든 건데, 하나만 뽑든지, 아니면 둘 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뽑아도 돼.”
밥 먹는 식탁 위에 올려놓은 후, 이렇게 설명을 하면 “나는 명언”, “나는 성경” 하면서 뽑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하나님, 저 말씀 하나가 우리 아이들에게 가슴 깊이 박혀 이 땅을 살아가는 가운데 힘이 넘치게 하시고, 주님 만나주셔서 천국 백성 되게 해주시고, 주님의 사랑을 전하는 아이들이 되게 하여주옵소서. 하나님의 말씀에는 생명이 있사오니, 특별히 힘들고 지친 아이들이나 영적으로 육적으로 힘든 아이들이 있다면 회복시켜주옵소서.’

식당 출구에서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니까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떠올랐다. 내가 아이들의 점심시간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또래집단이다. 그래서 몰려 있기를 좋아하고, 그렇지 못하면 힘들어 한다. 점심시간에 원하는 친구들과 식사중인데, 아무리 선한 의도이지만 선생님이 중간에 끼어들다시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또 기도했다.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목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에 도달하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하기에 이런 기도는 꼭 필요했다.
하나님께서는 지혜를 주셨다.
그래서 식사를 다 하고 나오는 아이들에게 뽑을 기회를 주기로 하고, 식당 출구에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결과는 성공, 식사를 하는 중간에 여기저기 다니는 것보다 아이들도 나도 훨씬 더 좋았다.
아이들은 출구를 나오며, 자기들과 내가 통하는 인사를 기쁘게 하였다.
“뀨~^^, 데헷~^^”을 외치며 인사하는 아이들. 나도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뀨~^^‘를 외친다.
아이들을 만날 때면 이래서 좋다. 통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말씀갈피가 담긴 컵 두 개를 들고 점심 시간 내내 한 시간을 서 있었다. 나오는 아이들은 성경 말씀도 뽑고, 명언도 뽑았다. 지난 번에 뽑지 않은 아이들은 두 개를 뽑기도 했다. 한 컵에 500개, 그래서 두 컵을 들고 있으면 약 1,000개가 하루에 다 사용된다.
 
몇 십개 필요해요
아이들은 서너 명 씩, 십여 명씩 줄지어 서서 뽑았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자기들을 위해 책갈피를 만들어 선물로 주는 나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기도하고 뽑는 아이도 있었고, 옆의 친구 것이라며 대신 뽑기도 하였다.
“감사해요, 선생님.”
그리고 나는 그날 저녁 또 말씀 갈피를 만들어야 했다. 하루에 몇 백 개씩, 또는 1,000장씩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점심식사 시간에 서 있은 지 사흘 째 되던 날, 한 남학생이 다가왔다.
“선생님, 저 그거 많이 필요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가지고 가. 몇 개씩 가져가도 돼. 나는 또 만들면 되니까.”
그 아이도 웃으며 말했다.
“아뇨, 선생님. 저는 몇 십 개 필요하거든요.”
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 주먹 만큼 뽑더니 계단을 달려 내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저 교회 나가거든요. 우리 반 애들하고, 친구들에게 나눠줄게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내 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음성이 하나님의 음성으로, 격려로 다가왔던 것이다.
 
끊임없는 격려를
어제 저녁 기도회가 마친 후 한 기독학생이 다가 와서 말했다.
“선생님, 지난 번 선생님이 만드신 자필엽서 있죠? 아이들 그것도 원하던데요. 애들 참 좋아해요.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만간 엽서도 준비해야할 것 같다. 그리고 사탕도, 초컬릿도, 작은 과자도 점차로 준비해야겠다. 예수님의 사랑을 담아 마음껏 선물해야겠다.
특히 수능을 앞둔 고3 아이들, 그리고 곧 9월 모의고사를 앞둔 우리 영훈고의 1,2,3학년 아이들을 격려하는 오늘 점심시간의 만남이 되기를 기도하며 이 글을 쓴다.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최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