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생활반 아이들
우리도 해요?
2016년 영훈 축제.
예전보다 더욱 앞당겨 7월 20일에 영훈고등학교 축제가 진행된다.
“선생님, 축제 때 저희는 뭘 하나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흰 뭐하고 싶은데? 뭐 좋은 것 없을까?”
아이들과 대화 중에 한 학기 동안 자기계발, 인성 프로그램 등의 활동에서 했던 아이들의 축적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는, 너희들이 만들었던 것들 있지? 그림 그린 거나 만든 것 말야. 그러니까 그걸 전시하면 어떨까?”
아이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눈을 크게 뜨고 반응했다.
“네에~?”
감동의 아이들
나는 아이들이 움직이면 감동이 일어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이들의 작은 작품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이들이 교사가 함께 움직일 때 반응한다는 것을 안다.
나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활짝 웃는 얼굴로 말했다.
“얘들아, 축제 때 선생님도 시화 전시회를 하거든. 그 때 다른 한 쪽 게시판에는 너희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거 어때? 좋을 것 같지 않니?”
생각보다 아이들은 많이 흥미로워 했다.
“너희들이 알아서 해.”가 아니라, 사제동행(師弟同行)하며 선생님과 제자들이 같이 만들어 가자는 것에 아이들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함께 움직이는 교육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영훈고 생활교양반.
대학에 가고자 하는 일반적인 아이들과는 좀 다른, 개성이 강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아이들이 모인 반이다. 이 아이들은 크게 구속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양육하는 나와 같은 어른들의 마음에 아이들의 눈높이를 알고, 아이들의 세상을 연구하기 시작할 때 아이들의 세상을 알게 되고, 그 마음으로 다가갈 때 아이들의 반응은 달라진다.
같이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여러 염려와는 달리 아이들의 한 학기 생활은 순조로웠다. 여러 사람들이 염려했던 폭력이나, 가출 등의 어떤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지각이나 결석이 간혹 있긴 하고, 게임에 빠져 사는 아이도 있긴 하지만, 아이들의 현재의 삶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기에 희망을 걸어볼 만하다.
“선생님, 저는 안 하면 안 되나요?”
꼭 거꾸로 제동을 거는 아이도 있다.
“응, 바쁜 일 있으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재미있을 거야.”
아이들을 격려하며
고3이면 머리가 크고 몸이 큰 아이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며 격려와 칭찬보다는 질책과, 염려 걱정 속에 살아온 아이들. 작은 것들이지만 마음껏 격려할 때 우리 아이들은 힘을 얻는다.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들과 나는 영훈고 서쪽 등나무에 야외 게시판을 전시회 장소로 정하고, 작품 작업에 들어갔다.
나는 나의 자작시를 직접 주방용품인 도마에 붓펜으로 써서 제작했다. 매년 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만들고 전시한 후, 선물로 드리면 많은 아이들이나 선생님들 등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분주한 시간을 쪼개어 나의 시를 직접 써서 30개의 액자를 만들었다.
우리 아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덧 명이던 아이들이 8명이 모였다.
“이건 여기에 붙이자.”
“아냐, 이게 나은 것 같은데~.”
아이들의 얼굴은 교실에 있을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교실에서는 물에 푹 젖은 솜 같은 아이들인데, 밖에만 나오면 부활하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은 왜일까?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변한 아이들은 자기들이 만든 작품을 걸 준비를 하며 매우 기뻐했다. 한동안 열심히 하던 중 들려오는 목소리.
“선생님, 이제 집 가죠. 일도 많이 했는데~, 안되나요?”
1분이라도 일찍 집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 이런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돼.”
이번 축제는 유난히 즐겁다.
아이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힘들다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 우리 반, 생활교양반 아이들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움직임에는 감동이 있음을 알기에. 기쁨이 있음을 알기에. 놀라운 변화가 있음을 믿기에.
“영훈고 생활교양반 아이들 작품 전시회”와 “시인 최관하 시화 전시회.”
이번 영훈축제가 천국 잔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이 가득 넘치는 축제가 되기를 위해 기도한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