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100개의 꽃바구니
저희들은 그렇게 못 써요
해마다 스승의 날이 가까이 오면 영훈고 기독동아리 ‘가스펠반’ 학생들은 한 가지 준비하는 행사가 있다. 자기들의 힘으로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축복하는 선물을 드리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건네는 3만원 이상의 선물은 촌지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우리나라에서, 진심으로 마음을 담은 아이들의 선물은 선생님들을 감동시키고도 남음이 있다.
학교 앞 ‘낙원꽃집’ 권사님께 ‘가랑코에’ 꽃 화분 100개와 바구니 100개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축하 글씨를 쓴 것을 가위로 오려서 코팅을 했다.
“축하 글씨는 이번에는 너희들이 써 보렴.”
웃으며 말하는 나를 보며, 아이들은 졸업한 아이들과 똑같은 말을 했다.
“선생님 글씨가 젤루 예뻐요. 저희들은 써도 그렇게 안돼요.”
스승의 날! 대박 사랑해요
결국 이번 글씨도 내가 쓰게 되었다. 다만 글 내용은 아이들의 생각을 담았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렇다.
“선생님, 스승의 날! 완전 감사해요.”
“선생님, 스승의 날! 쩔게 감사해요.”
“선생님, 스승의 날! 대박 감사해요.”
“선생님, 스승의 날! 넘나 감사해요.”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내용, 하트 모양으로 오린 색지에, 글을 쓰는 나도 참 감사하고 기뻤다. 아이들은 이 행사를 준비하며 매우 즐거워했다. 깔깔대며, 자기가 어떤 선생님께 드리겠다고 야단을 떨기도 했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그 자체가 감동이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생동감이 있다.
아이들이 움직이면 힘이 생기고 사랑이 생긴다.
사랑의 수고는 우리 교사들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아가 때부터 움켜 쥐는 법을 가르치는 ‘잼잼잼’이 아니라, 손을 펼치는 ‘줌줌줌’을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교사들이 행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를 섬기는 사랑법, 그것은 곧 우리 주님의 사랑법이다. 그 사랑법을 교사들도, 기도하는 아이들도 배우고 행할 줄 알아야 한다.
8박스의 꽃을 들고 교무실로
아이들은 사흘 동안 열심히 준비했다. 교무실에서, 교실에서 이동하며 준비했고, 영훈센터에서도 준비했다. 감동과 기쁨으로 반응하실 선생님들을 위해 방과 후에 시간을 내어 준비했다.
영훈센터에 모여, 꽃 100개를 바구니에 담는 작업을 했다.
바구니에 꽃을 담다가 가시에 찔린 수지, 생각보다 수다스러운 아현이, 듬직하게 일 잘하는 수영이, 귀여움 덩어리 예은이, 그리고 운반 담당은 남자 아이들, 수민이, 요셉이, 성민이 3학년이면서도 함께한 기상이.
참으로 귀한 제자들이며, 하나님 나라의 동역자들이다.
바구니에 담은 꽃화분을 다시 큰 박스에 담으니 8박스가 되었다. 그것을 아이들이 한 개씩 들고 ‘영훈센터’에서 교무실로 향했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 1교무실에서부터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서 6개의 교무실과, 행정실, 수위실, 보건실, 법인실, 인쇄실, 매점, 학교에서 일하시는 아저씨들에게까지 다 돌렸다. 아이들은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마음은 무척 즐거운 듯 했다. 아이들과 나는 사진 수십 장을 찍고, 서로들 돌려보며 연속 즐거움을 누렸다.
예수님의 사랑법으로 사랑해야지
‘사랑에는 수고가 따른다.’ 또한 ‘사랑에는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수고가 없거나, 희생이 없으면 사랑이라고 말하기가 어렵다.
사랑을 표현할 때는 육체적 수고도 따르지만, 대체로 시간과 물질이 사용된다. 그 섬김의 바탕은 단연 예수님께서 나를 구원하신 은혜에 기인한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나의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주신 것이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 이것을 말씀으로 알고, 삶으로 행해야 한다.
지행일치(知行一致) : 아는 대로 행하라
언행일치(言行一致) : 말한 대로 행하라
신행일치(信行一致) : 믿음 대로 행하라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100%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도록 사신 분이다. 우리에게도 예수그리스도의 영이 있는 만큼 그분을 멘토로 살아가야 하리라.
어린 나의 제자들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세상의 이론이나 가설에 핵심을 두는 인생이 아니라, ‘오직 진리’이신 예수님의 섬김의 의미와 방법을 알아, 행할 줄 아는 삶이길 이 시간 기도한다. 우리나라에는 소망이 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려는 우리의 다음세대 아이들이 있고, 하나님께서 그 아이들을 사용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김치찌개를 먹으며
행사를 다 마치고 ‘오동도’로 향했다.
우리 기독 동아리 아이들은 수시로 학교 앞 ‘오동도’ 음식점을 잘 찾아간다.
단골메뉴는 ‘김치찌개’. 밥과 김치찌개를 다 먹고, 찌개 남은 데다가 라면을 두세 개씩 넣어 끓여 먹는 아이들. 볼수록 사랑스럽고 예쁠 수밖에 없다.
이 아이들에게 무엇이든지 다 내주고 싶다. 모든 것을 투자하고 싶다. 사랑하는 제자들! 이 시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아이들로 잘 성장하기를 소망하며 격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나님! 우리 아이들을 축복하소서. 끝까지 사용하실 줄 믿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