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담배 그리고 교회
담배 피고 있어요
3학년 생활교양반인 우리 반 아이들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학교 앞 ‘오동도’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아이들은 이 식당의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한다. 마침 외부 강사들의 수업이 있던 날이어서, 그분들도 같이 식사를 하며 여러 이야기 속에 즐거움을 누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는데, 우리 반 준성이가 외쳤다.
“선생님, 쟤네들 보세요.”
준성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더니 식당 옆 골목에서 남학생 둘이 마주 보고 있었다. 둘이 머리를 맞댈 정도로 가까이 있어, 순간적으로 ‘싸움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쟤네들 몇 학년이니?”
아이들이 말했다.
“2학년예요. 선생님, 쟤네들 잡아야죠. 그냥 두면 안 되죠.”
“왜?”
“담배 피는거예요.”
“아! 그렇구나.”
나는 달려가는 듯한 빠른 걸음으로 그 두 아이에게 다가갔다.
도망가는 아이들
아이들은 순간 당황, 주춤거리고 있었다.
“도망, 도망.”
이렇게 자기들끼리 중얼거리더니 두 아이가 동시에 몸을 ‘홱’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이럴 때 아이들은 빛의 속도를 낸다.
우리 반 아이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쟤네들 어떻게 하실 거예요?”
“하하, 걱정 마. 선생님이 다 생각이 있어. 너희들 혹시 쟤네들 누군지 알 수 있지 않니?”
준성이와 몇 명의 아이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당연히 알죠. 선생님.”
담배를 피며 어울리는 아이들, 속칭 노는 아이들은 서로를 잘 안다.
혹시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아이들끼리 연락을 취하면 결국 다 알아낼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찾을 때는 같은 공동체의 아이들을 동원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나는 사실 아이들을 그 자리에서 붙들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붙들어 훈육시킨다고 아이들이 금방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골목에 나와 담배를 필 정도의 아이들이라면, 한 번의 훈계가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에게 허락하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얘들아, 그럼 그 두 녀석한테 연락해서 내가 있는 교무실로 오도록 해줘라. 가능? 불가능?”
“당연히 가능요.”
준성이와 아이들은 왜 그런지 매우 즐거운 얼굴을 하며 경쾌하게 대답했다.
선생님이 주는 벌을 받을래요
다음 날 오전 정말로 두 아이가 나를 찾아왔다. 이름은 남규와 빈이.
나는 그 아이들을 보는 순간 웃고 말았다. 이럴 때는 왜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지, 담배를 피워 걸렸던 아이들이 숨지 않고 선생님을 찾아오는 모습은 아이들의 순수함의 발로(發露)이리라.
하지만 나와는 달리 남규와 빈이의 얼굴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어제 거기서 뭐한거니?”
“담배 피웠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학칙상 금지되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학교에서 주는 벌을 받을래? 아니면 내가 주는 벌을 받을래?‘
아이들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그러더니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말했다.
“선생님이 주는 벌을 받고 싶습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내가 주는 벌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니?”
“네, 선생님. 기도할 거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래, 어떻게 알았지? 내가 너희들 가르친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하여튼 좋아. 당연히 기도는 하지. 근데 이것이 한 번이 아니라, 너희들 담배 끊을 때까지 할 것 같은데, 어떠니? 그냥 학생부실로 갈래? 아니면 같이 끊으려고 노력해보겠니?”
아이들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네, 선생님. 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교회에 갈게요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하고 있었다.
‘두 아이를 붙여주신 하나님. 이 아이들 담배 피는 것을 끊는 부분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영혼 구원의 뜻을 이루소서. 남규, 빈이 둘다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 하니, 이번 기회를 통해 두 아이를 만나주소서. 교회로 인도하시고, 나쁜 것은 끊어버리게 하시고 천국 백성 삼아주시옵소서. 부족한 저에게 성령님 임하시고 사용하여주옵소서.’
나는 두 아이에게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너희들 좋아~. 일단 선생님하고 교회에 가서 예배 한 번씩 드리는 것 어때? 벌칙이라고 생각해도 되고.”
아이들은 이 말에도 즉시 반응했다.
“네, 좋습니다. 선생님. 예배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주일날 우리 학교 소강당에서 예배드리잖아. 영훈오륜교회라고 학교 안에서 교회가 시작되었잖니? 일단 선생님하고 그 예배 참석하면서 적응해가면 좋을 것 같아. 괜찮겠니?”
“네, 선생님. 그런데 계속 다니는 건 제가 결정하면 안 될까요? 저희집이 사실 불교거든요.”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일단 나하고 예배 한 번은 드리고~. 또 얘기 나누어 보도록 하면 어때? ”
“네, 알겠습니다.”
남규는 바로 주일날 교회에 와서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빈이는 주말에 1박 2일로 지방에 가야한다고 해서 다음 주 수요예배 시간에 오기로 했다.
나는 이야기를 마치고 복도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담배를 피우다가 이렇게 걸려서 야단을 맞아야 하는 것이지만,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셔서 교회로 인도하여주시니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내면이 바뀌게 인도하여주시옵소서. 십대를 지나면서 가장 중요한 예수그리스도를 만나게 하여주시고, 그래서 삶이 바뀌고 세상에 아름다운 주님의 영향력을 미치는 인생이 되게 축복하여 주시옵소서~.”
계단을 내려오며 우리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깔깔대며 웃는 아이들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남규와 빈이 그리고 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고 있었다.
영훈오륜교회에 출석했어요
남규는 약속대로 영훈고등학교 소강당에서 매주일 진행되는 ‘영훈오륜교회’ 4월 24일 주일 9시 예배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함께 찬양하고, 기도할 때 나는 남규의 손을 곽 잡아주었다. 내 눈에서는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 남규의 마음이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기를, 주님께서 깊이 만나주시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남규는 그날 새신자 등록을 했다. 당분간 교회에 적응할 때까지 나와 같이 어른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아이들의 삶에 개입하시고 하나님의 방법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남규와 빈이가 교회에 잘 정착되도록, 그리고 거룩한 하나님의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소망하며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 아이들을 감당하는 저와 영훈오륜교회의 사역자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 올려드립니다.
2016. 4. 26.
영훈고에서 울보선생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