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신경 외어야 하나요
퇴직을 앞둔 선생님
2016년 2월에 명예퇴직을 예정하고 있는 양00 선생님께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동문 교사인 김00 선생님과 이00 선생님, 그리고 영어과의 이 선생님도 동행했다. 을씨년스러운 11월의 저녁, 4.19 국립묘지 근처 식당에서 자리를 같이 했다.
1차 식사를 마치고 이 선생님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들을 돌봐야 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는 근처 호프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식사하며 술을 한 잔씩 한 이후라 기분들이 상승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양 선생님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30여 년의 교직 생활이 한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다. 하긴 나 역시 어느덧 교직 생활이 27년이 되어 가고 있고, 현재 모교인 영훈고로 온 지도 21년이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양 선생님처럼 퇴직을 앞둔 분을 뵙게 되면 나도 손셈질하며 퇴직의 때를 한 번쯤 떠올리게 된다.
강요하지 않을까
여러 지난 일을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오륜교회가 영훈학원을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나 말고는 세 분 모두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분이 없었다. 나를 제외한 세 분 모두 술을 한 잔씩 한 데다가 분위기가 좋아서였는지 세 선생님은 모두 속내를 서슴없이 끄집어 내었다.
“아, 기독교학교가 되면 나도 그렇고, 선생님들이 많이 불편할텐데.”
김 선생님의 말에 이 선생님도 비슷한 표현을 했다.
“그렇지. 그런데 어쩌겠어? 그 안에서 또 잘 지내야지.”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오륜교회는 참 좋은 교회입니다. 어차피 교회가 될거였으면 오륜교회인 걸 감사해야 해요.”
이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했다.
“근데 최선생. 우리들 오륜교회로 나오라고 강요하는 것 아닐까?”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무슨요. 그렇게 안할 거예요. 물론 점차로 학교가 기독교학교 분위기로는 가겠지만요. 그냥 원하는 분들은 교회 다니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까지 억지로 할 수는 없는거지요.”
놀라운 사실
나는 이 기가 막힌 사실에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 영훈학원의 선생님들이 어느 장소에 있든지 하나님의 영향력 속에서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술집에서조차 교회 이야기와 하나님 이야기, 예배 이야기를 하게 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십수 년간 영훈학원의 복음화를 놓고 기도하게 하셨던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영훈학원을 복음으로 접수하시고, 이렇게 놀라운 일들을 펼쳐 가시는 사실에 찬양과 감사를 올려드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지 않는 선생님들이 80% 이상이 되는 학교에서 기독교를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닐 것이다. 예수그리스도의 낮아짐과 섬김으로 예수님의 사랑이 학교에 스며들 듯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성령님께서 주신 지혜가 시시각각으로 필요함을 다시금 절감하며 구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척 좋아질거예요
이 선생님은 말했다.
“그런데, 최선생. 그럼 채플도 생길 것 아냐? 예배 말야.”
나는 역시 웃으며 말했다.
“그렇겠죠. 초중고 모두 채플이 운영되지 않을까요? 교목실도 만들겠죠? 앞으로요. 아마 교회도 학교 안에서 시작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주일날 말예요.”
김선생님도 얼굴이 붉어진 상태에서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 선생, 우리 이제 사도신경 외어야 돼.” 나는 막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선생님. 사도신경만이 아니구요. 주기도문도 외어야 할지 몰라요.”
이 선생님이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최선생. 채플이 들어오면 교목도 있어야 할 텐데, 교목이 들어오면 우리 같은 사람은 불편할 것 같애. 편하고 좋은 분이 들어오면 좋을텐데~. 우리 영훈학교 선생님들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분 없을까?”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교목은 교회 쪽에서 잘 세워주실 거예요. 제가 알기로는 담임목사님부터 모든 목사님들이 다 좋으신 분들예요. 그리고 이제 우리 학교는 기독교학교가 되니까 누구나 자연스럽게 기도할 수 있잖아요. 양선생님은 퇴직하시지만, 우리 김선생님, 이선생님도 교회 나가시고, 기도하시는 분들 되셔요. 그래서 교목이 오시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자가 세워지는 것, 그리고 우리 학교의 모든 일들도 이제 기도하며 해결해 나가야지요. 또 다른 갈등이 생기면 안 되잖아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학교가 발전해 갈거예요. 저도 지금보다 더 많이 기도할게요. 우리 학교 그동안 힘들었던 것, 이제 다 치유되고 회복될 거예요. 무척 좋아질 거예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영훈학원의 선생님들, 3년간 영훈학원의 사태로 모진 고통과 아픔 속에 있었던 이분들의 마음이,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인하여 치유되고 회복되며, 새로운 영을 부어주시는 하나님께서 마음껏 축복하실 줄로 믿고, 오늘도 무릎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