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관하 <18> 초등학생이 “죽고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6.03.17
조회수
1915

[역경의 열매] 최관하 <18> 초등학생이 “죽고 싶어요”… 집에 데려와 함께 생활

육체·정신적으로 아팠던 아이 강건하게 회복 뮤지컬 공부 중
 

보호시설의 어린이를 함께 돌보며 회복시켰던 우이제일교회 청년들과 함께한 모습. 최관하 교사는 우이제일교회 청년부 담당목사로 섬겼다.
   
 교직생활 20여년 중 가장 힘든 아이를 만난 것은 2012년 겨울. 그때 성이는 보호시설에 있었다. 수년전 지방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개학부흥회 강의를 하러 갔는데, 성이는 초등학생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내 강의를 들은 후 성이는 이메일로 연락을 해왔다. 

“선생님. 저∼ 자살하고 싶어요. 죽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 인한 폭행과 엄마의 가출, 그리고 친오빠와 동네학생들의 집단 폭행 등이 원인이었다. 아이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해올 때마다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너를 보러 갈 때까지 절대 죽지 말아 다오.” 

지방에 강의가 있을 때면 성이를 찾아가 격려하고 기도했다. 성이는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육체에 이상이 있고, 정신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았다. 다만 실낱같이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고 매달렸다.

2012년 11월 말 이 아이는 무작정 상경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밥을 먹이고 이 아이를 어쩌나하며 기도했다. 시설에 보냈는데 계속 뛰쳐나왔다. 성이는 학교를 다니고 싶고, 따뜻한 집에서 살기를 원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내게 말씀하셨다.

“네가 맡아라.”

말씀에 순종해 2년 가까이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다. 성이는 시도 때도 없이 쓰러지고 자빠졌다. 하루는 일곱 번을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낮 밤 새벽 할 것 없이 응급실로 뛰었다.

힘든 나날을 보낼 때 하나님께서는 귀한 동역자를 붙여주셨다. 바로 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송귀채 사무총장이다. 송 총장은 교육청에 아이의 사정을 말하고 영훈고에 입학시켰다. 동사무소 전입신청 및 병원연결과 1200만원의 병원비 대부분을 지원해 주었다. 이분의 섬김이 없었다면 나 홀로 성이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성이는 그해 겨울 자기 생일에 아버지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다. 

“아빠,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요.” 

엄마에게도 전화를 했다. 

“엄마,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후회했다. ‘나를 버린 아빠 엄마를 왜 사랑한다고 했을까’라며…. 아이는 커터칼로 손목을 그었다. 나는 또 응급실로 뛰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다. 하지만 이튿날 성이는 또 손목을 그었다. 그렇게 일주일 사이에 네 번이나 그랬다. 과거의 트라우마가 아이를 힘들게 할 때마다 나는 울며 기도했다.

내가 섬기던 우이제일교회 청년들이 성이 옆에 있어주며 돌봤다.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동역해준 교회 청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학교에서는 성이를 태운 휠체어를 밀고 다닐 때도 있었다. 동료 교사들이 아이의 사정을 알고 옷과 용돈, 먹을 것을 챙겨줬다. 감사했다. 상황은 힘들었지만 성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1년 10개월이 지났을 때 성이는 수업 일수가 모자라 자퇴했다. 그리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하나님께서는 성이를 회복시켜 주셨다. 성이는 현재 영적으로 정신적으로 온전히 회복된 상태다. 육체도 강건하게 회복됐다. 지금은 뮤지컬공부를 하며 열심히 비전을 찾아가고 있다. 한 영혼을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기도 가운데 성이를 회복시켜 주신 하나님을 찬양한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