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관하 <16> 기독교계 특목고에서 스카우트 제의받고 고민
“영훈 떠나야 하나요” 기도로 묻다가 영적싸움 피하려는 마음 발견… 회개
최관하 교사가 학교 생활에 힘들어 하는 제자를 부둥켜안고 기도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여름, 낯선 이름의 이메일 한 통이 왔다. 한 특목고 교장 선생님께서 보내신 편지였다. 핵심은 특목고로 와서 함께 동역하자는 내용, 일명 ‘스카우트’ 제안이었다. 무시할 수는 없었다. 교장 선생님께서 정성스레 글을 쓰신 흔적이 역력했고, 무엇보다 기도하시는 분이라는 마음이 강하게 와 닿았다.
나는 한 달 가량 기도하고 연락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기도에 들어갔다. 그러나 기도를 하면 할수록 ‘옮겨도 좋다’, 아니 ‘옮겨야 한다’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특목고는 여건이 좋았다. 일단 학생들의 수준이 높다는 점, 신앙을 겸비해 양육하고 시대의 지도자로 키울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 기독교학교이며 교장 선생님의 비전이 나와 같다는 게 호감이 갔다.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제가 영훈고를 떠나야 합니까. 영훈고는 제 모교이고 지금까지 주님께서 허락하신 복음의 산지인데, 제가 움직여야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입니까.”
그 무렵 학교 안에서는 여러 기독 활동들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영훈학원 40년사’라는 방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이 책은 영훈초·중·고 연합 사료집으로 발간 예정일이 1년밖에 남지 않아 학교를 옮기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전 7시 학교에 도착해 기술실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기도를 시작하는데 갑자기 가슴으로부터 ‘왈칵’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눈물이 쏟아졌다. 놀랐다. 하나님께서는 그때 회개의 영을 부어주고 계셨다. 영훈고는 영적 싸움이 무척 심한 곳이다. 믿음으로 이겨내고 있었지만 수년간 힘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기독교학교로 건너가 편안하게 생활하며 아이들을 양육하고자 하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내면에 깔려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얼마나 하나님께 부끄러웠는지, 죄송했는지 모른다. 눈물은 계속해 쏟아졌다. 그랬다. 하나님께서는 도피하려는 마음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 수고할 기회를 주시고 또 헌신하며 기도하게 하시는 것은 그 자체가 은혜라는 마음을 주셨다. 하나님은 힘들고 어렵게 사는 강북지역 우리 아이들을 더 감당하라는 마음을 부어 주고 계셨다. 회개하며 결단의 기도를 드렸다.
“주님, 부끄러운 마음을 가졌던 것 죄송합니다. 모두 다 은혜인 걸요. 주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에 비하면 제가 뭐 그리 힘들겠습니까. 특목고에 가서도 할 일이 많고 또 귀한 일이지만 주님께서 마음을 주신대로 영훈고에서 더 사역하라는 뜻으로 감사히 전달받습니다. 그러니 주님, 더 힘을 주세요. 영훈학교를 복음화시켜 주시고, 영훈을 사용하셔서 이 땅의 학교들을 회복시켜 주세요. 참으로 어리석고 부족한 저이지만 끝까지 사용해주세요. 사랑합니다, 주님.”
하나님께서는 평강을 허락하셨다. 고난 가운데서도 끝까지 하나님의 사명을 다했던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며 나 역시 ‘작은 예수’로 살기로 다시 한 번 결단했다. 그때 아침기도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독학생들이 하나둘 기술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원문기사 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39039&code=231115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