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관하 <14> 학교 앞 호프집 ‘접수’해 영훈선교센터로 바꿔
“학교 가까이 선교센터 세우라” 음성… 한 학생의 2만원 헌금 ‘오병이어’로 필요한 개설 자금 모여
2006년 4월 1일 영훈선교문화센터 창립예배를 드린 뒤 동역자들과 찍은 사진. 이 자리에는 기독학생과 동문, 교사, 학부모, 중보 기도자들이 함께했다.
기도 가운데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선교센터를 세우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됐다. 다음세대 아이들은 학교나 교회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밖으로 배회하는 청소년을 흡수할 수 있는 여과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했다. 그리고 학교 근처에 임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를 찾아봤다. 동역자와 함께 1년 남짓 기도할 무렵, 하나님께서는 한 장소를 허락하셨다.
2006년 4월 1일 학교 앞에 ‘영훈선교문화센터’(약칭 영훈센터)를 세웠다. 보증금 2000만원을 주고 89㎡ 공간을 얻었다. 월세는 108만원이었다. 보증금은 뒤에서 늘 기도로 응원해주시는 한 장로님께서 헌금해주셨다.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기독학생들의 예배와 학급초청 예배, 아이들의 쉼터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영훈센터를 설립한 지 4년쯤 지났을 무렵 한 남학생이 학교 앞을 지나는 내게 다가와 물었다.
“선생님, 저게 뭐예요?”
그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에 호프집이 하나 있었다.
“응, 저거는 왜?”
아이는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어떻게 학교 정문에서 100m도 안 되는 곳에 술집이 있을 수가 있어요?”
그랬다. 학교 앞에 떡하니 호프집 하나가 들어서 있었다.
“그래, 그렇구나. 그럼 우리 저거 접수할까?”
나는 ‘접수’라는 말을 잘 쓰곤 했다. 복음적이지 못한 곳을 복음으로 접수하는 것, 그것은 매우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즉시 기도 요청문을 만들어 동역자들에게 배포했다.
“기도 부탁드립니다. 술집을 접수해 청소년센터로 바꾸려고 합니다. 4000만원이 필요하고 여러 집기 등도 필요합니다.” 여러 동역자들이 기도하고 후원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 어느 날, 고3 남학생반 수업 때였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한 남학생이 갑자기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그러더니 내게 2만원을 주며 말했다.
“선생님, 받으세요.”
“일한아, 이게 뭐니?”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우리들을 위해 학교 앞에 있는 선교센터를 확장·이전하신다고요. 아니 호프집을 접수하신다고요.”
대견했다. 일한이의 2만원이 오병이어가 됐다. 다음날 한 분이 30만원, 그리고 퇴직을 앞둔 선생님 두 분이 각 200만원, 한 분이 500만원, 또 다른 한 분이 1000만원 등을 보내주시며 4000만원이 모였다.
결국 2011년 4월 6일 우리는 그 호프집을 접수하고 입성하게 됐다. 그리고 영훈센터 확장 이전과 북부 청소년쉼터를 창립하게 됐다. 매달 121만원의 월세는 동역자들이 보내주시는 헌금으로 충당했다.
영훈센터 창립 10주년 예배가 오는 4월 16일 예정돼 있다. 기독교학교가 아닌 영훈고에서 교내 활동뿐 아니라 학교 밖의 활동도 허락하시며 10년이 지나도록 복음을 전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린다. 특히 영훈센터 건립과 운영을 위해 기도하며 귀한 물질과 자원봉사 등으로 함께하시는 동역자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할렐루야!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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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35658&code=231115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