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관하 <8> 기도 끝에 학교 지하 기술실에 예배처소 마련
예배 드리던 학교 앞 교회 이전… ‘예배처소 허락’ 기도 일주일 만에 응답
예배처로 꾸며놓은 영훈고 지하 기술실에서 기념촬영을 한 필자. 이곳에서 성경공부 찬양기도회 등 다양한 기독활동을 펼쳤다.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빌려서 예배드리던 학교 앞 교회가 이사를 간다는 것이었다. 학생들과 기도에 들어갔다. 신우회 선생님과 여러 동역자에게도 기도요청을 드렸다. 기도 제목은 ‘영훈고에 예배처소를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 33장 3절의 말씀을 주시며 기도하게 하셨다. 간절한 마음으로 금식기도를 했다.
“하나님, 꼭 예배처소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일주일 기도 끝에 하나님께서는 우리 기도에 응답하셨다. 예배처소는 학교 지하에 있는 기술실이었다. 기술실은 당시 창고로 바뀌어 특별히 활용도가 없는 공간이었다. 비가 오면 습기가 많이 차서 물품을 놓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예배를 드릴 공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기술실로 정하려고 하는데 또 다른 난관에 부닥쳤다. 기술실을 관리하는 선생님이 영훈고 역사상 가장 무서운, 연세가 좀 있으신 호랑이 선생님이었던 것이다. 그 선생님은 긴 마대 자루를 끌고 다니는 분이었는데, 기술실이 설령 창고라고 해도 우리에게 예배처소로 허락하실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말씀을 계속 떠올리며 간절히 기도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렘 33:3)
며칠 뒤 호랑이 선생님은 명예퇴직을 하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학교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됐다. 하나님께서 우리 기도에 응답하신 것이다.
기계 부품이 즐비한 지하의 기술실, 비가 오면 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물을 퍼내야 하는 곳이었음에도 우리는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 아침기도회, 점심시간 찬양기도회, 성경공부로 하나님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무렵 나는 서울 노원구 수락산 쪽에 있는 청목교회 부설 야학에서 어려운 분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방과 후에 4시간씩 국어 수업을 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가르치는 은사를 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야학 수업을 마치는 기도를 드린 뒤 눈을 떴다. 교탁 위에 하얀 봉투가 놓여 있었다. 봉투에는 ‘선생님, 집에 가시는 길에 봉투 안을 열어 보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봉투를 놓아두신 분은 수업을 받는 여 집사님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봉투를 열어 봤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 학교에서 아이들과 예배드리는 공간에 반주기가 없다면서요. 제가 사용하던 피아노가 있는데 그 피아노를 드리고 싶어요.’
나는 속으로 ‘앗싸’ 하고 외쳤다.
편지 말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생님, 10년 된 중고이긴 하지만 쓸만할 거예요. 영창 피아노이거든요.’
그렇게 하나님께서는 피아노를 주셨다. 아이들이 자주 모이고 또 그 수가 늘어날수록 필요한 물질도 채워주셨다. 무엇을 달라는 기도는 따로 구하지 않았다. 대신 말씀을 붙잡았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하나님은 말씀을 부여잡고 기도하는 우리를 기특하게 보셨는지, 하나님의 방법대로 하나님이 원하시는 때에 꼭 필요한 것을 계속 우리에게 부어주셨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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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25783&code=231115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