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하는 필자와 학생들. 매년 학생들의 동의를 받고 기도한 뒤 수업을 진행했다. 기도하고 수업을 하니 집중이 잘 된다는 학생들이 많다.
근육병 제자들과 아픈 딸을 회복시켜주시고 기도하는 교사로 살게 하신 하나님께 너무 감사했다. 그런 은혜 속에 살아가던 어느 날, 엄청난 위기가 닥쳤다.
학교에서 무례하게 구는 학생이 있었다. 하루는 그 학생을 격려한다고 어깨를 ‘툭’ 쳤다가 그만 고막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학생이 내 손을 피하다 잘못 얻어맞은 것이다.
나는 하루아침에 폭력교사가 됐다. 학교에서는 사건의 자세한 경위를 보고받고 선처를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이들을 다시 만날 자신이 없었다.
그 무렵 기독교육자들의 모임인 한국교육자선교회가 주관하는 연찬회에 사흘간 참석했다. 그 기간에 한 가지 기도제목을 놓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폭력교사가 됐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좀 더 참았어야 했는데, 하나님 저는 이제 순수한 우리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볼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계속해 아이들을 만나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
기도 속에 간절함이 묻어났다. 기도 사흘째 되던 날, 하나님께서는 마음속에 이런 생각을 갖게 해 주셨다.
“네가 정말로 이 시대의 아이들을 사랑하고 영혼을 사랑하는 교사로 살기를 원한다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해라.”
하지만 실행하는 게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영훈고는 기독교 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얼마든지 아이들과 함께 기도할 수 있지만 기독교 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수업 전에 기도하는 것, 이것은 우리 학교 상황으로 봤을 때 불가능했다. 믿지 않는 이사장님의 사택이 학교 안에 있고 학교 관리자와 동료 교사, 학생 등 믿지 않는 사람이 많은 학교가 아닌가. 정말 난감했다.
그렇게 며칠을 고민했다. 기도를 드리는데 문득 용기가 생겼다. 하나님께서는 상황이나 여건을 보고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것, 계속되는 말씀훈련 속에 어느덧 하나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겠습니다, 하나님. 그런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알려주세요. 상황으로 보아서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믿음으로 순종합니다. 모든 것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지혜를 구하는 자에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지혜를 부어주셨다. 나는 첫날 첫 시간 아이들과의 만남 때 내 삶을 들려줬다. 근육병 제자들의 이야기, 아픈 딸 이야기, 그리고 폭력교사가 됐던 가슴 아팠던 이야기 등을 말이다. 그리고 성령님께서 주시는 마음으로 이렇게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나 소원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니?”
“뭔데요? 선생님.”
“수업 시작 전에 너희들을 위해 기도하게 해다오.”
하나님께서는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계셨다. 각 학급 아이들에게 동의를 얻어 10여년 동안 수업 전에 기도를 드렸다. 믿는 아이들뿐 아니라 믿지 않는 아이들, 타종교를 갖고 있는 아이들도 진심으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하는 선생님을 의지했다.
기도의 효과는 놀라웠다. 보통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떠들거나 엎드려 있기 십상이다. 엎드린 아이들은 몸이 피곤한 경우다. 그 아이들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조용히 기도했다. 그러면 졸린 아이는 일어났다. 아픈 아이들은 그대로 있었다. 아이들에게 기도는 위로가 됐고 평안을 안겨줬다. 그렇게 회복되는 하나님의 귀한 역사가 일어났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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