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 다빈이가 기관지 천식과 폐렴 합병증으로 아픈 시절을 보낼 때 찍은 사진. 왼쪽이 다빈, 오른쪽이 큰딸 다솜이다.
하나님은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도 하나님의 사람을 남겨 놓으시고, 하나님의 뜻을 이뤄 가신다고 믿는다. 모세를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 부르시고 출애굽의 사명자로 사용하셨다. 바울은 다메섹에서 부활의 주님을 만났다. 갈릴리의 시골 어부들은 예수님을 만나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됐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사람을 부르시는 방법은 다양하다.
나는 좋은 선생님이 될 자신이 있었다. 또 좋은 아빠가 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방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방적인 사랑일 뿐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내려놓도록 인도하고 계셨다.
딸이 둘 있다. 큰딸은 대학생 다솜이, 둘째딸은 고등학생 다빈이다. 근육병에 걸린 제자들을 붙잡고 기도하던 중 다빈이가 태어났다. 다빈이는 시름시름 아플 때가 많았다. 다빈이의 병명은 기관지 천식과 폐렴의 합병증이었다. 가래가 목과 코를 꽉 막고 있어 숨을 잘 못 쉬었다. 급기야 내가 달려들어 다빈이의 코를 빨고 뱉었다.
‘아, 좋은 선생님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 실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에서는 근육병에 걸린 제자 둘, 집에서는 기관지 천식을 앓는 다빈이. 하지만 모두 포기할 수 없었다. 제자들에게는 스승이요, 딸에게는 아빠였기 때문이다.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요 13:1)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사랑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 역시 제자와 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을 하나님께서는 기도 가운데 계속 부어주고 계셨다.
힘겨운 하루하루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까지 잔뜩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집에 있는 성경과 찬송을 모두 꺼내 찢었다. 방바닥에 가득한 종이 조각을 바라보며 이제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지쳐 잠이 들어 있는 아내를 깨웠다.
“여보,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냐. 하지만 너무 힘들어. 아이들도 안 낫고…여보, 나의 하나님은 아닌 것 같아. 우리 헤어지자.” 술김에 내뱉은 말이었지만 참으로 슬픈 하루였다.
다음 날 퇴근을 하는데 아내가 나를 보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여보, 빨리 차 빼. 빨리….”
자세히 보니 다빈이의 눈동자가 돌아가 흰자위만 보이고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그날 밤 다빈이는 입원했다. 울며불며 다빈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우리 다빈이를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받아 주세요. 변화시켜주세요. 저를 완전히 하나님의 사람으로 변화시켜주세요.”
축 늘어진 딸아이 앞에서 이렇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다빈이는 6개월을 더 아팠다. 아이는 쉽게 낫지 않았다. 고난 때문인지 내 신앙심은 깊어만 갔다. 기도가 계속됐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근육병 제자들 병의 진행을 멈춰 주셨다. 다빈이도 가슴 속에 들끓던 가래가 없어지고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
다빈이는 현재 고등학생이다. 별명은 ‘체육소녀’, 교회에서는 ‘전도왕’이다. 현대무용을 전공하는 예쁜 여고생으로 성장했다. 근육병 제자들과 둘째 딸 다빈이를 통해 나는 기도하는 교사, 기도하는 아빠로 거듭나고 있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원문링크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16676&code=231115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