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관하 <2> 교회 나갔지만 졸다가 오는
작성자
관*자*L*
작성일
16.02.06
조회수
2288

국민일보 연재
[역경의 열매] 최관하 <2> 교회 나갔지만 졸다가 오는 ‘선데이 크리스천’ 계속

장모님 ‘사위를 위해서’ 21일 금식기도… 나를 변화시킬 계획 마련하신 하나님

1992년 11월 5대째 기독교를 믿는 집안의 딸인 영어교사와 서울 영락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한동안 일요일에 교회에 나가 졸다 오는 어설픈 신앙생활을 했다.

믿지 않는 남편을 선택한 아내의 영성은 많이 다운돼 있었다. 모태신앙으로 자랐지만 믿음이 흔들릴 때 학교에서 멋진(?) 국어교사를 보자마자 이내 사랑에 빠진 것이다. 정신없이 믿지 않는 남자에게 빠져드는 딸을 보며 당시 전도사였던 장모님은 기도원에 가서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저 남자가 제 사위 맞나요? 적어도 우리 집에는 목사님 아들이나 장로님 아들이 와야 하는 것 아닌지요? ‘최관하’라는 남자는 전혀 신앙생활을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1주일간 금식하며 기도하는 장모님께 이렇게 응답하셨다고 한다.

“네 사위 맞다. 빨리 하산해라.” 

 그리고 1992년 11월 7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장인께서 영락교회 사무국에 근무하셨기 때문에 나는 영락교회에 다니게 됐다. 

 결혼 후에도 아내와 처가의 첫 번째 기도제목은 사위인 내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엿새는 술과 세상에 빠져 살고, 일요일에는 교회에 나가 졸다가 오는 소위 ‘선데이 크리스천’ 신앙생활이 계속됐다. 그렇게 5년, 장모님께서는 21일 금식기도를 하러 기도원에 가셨다. 기도제목은 ‘하나밖에 없는 사위를 위해’라고 전해 들었다. 아내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여보, 사람이 어떻게 21일을 금식할 수 있어? 119 구급차 불러서 어머니가 계신 기도원 앞에 대기시켜 놓아야 하는 것 아니야?”

 하지만 내 걱정과 달리 장모님은 21일 금식을 무사히 마치고 기도원에서 오셨다. 돌아오신 날 저녁에 아내와 함께 처가를 방문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장모님은 몸을 일으키셨다. 많이 야위어 있었지만 희한하게 얼굴과 눈빛에서 광채가 나는 듯했다. 장모님은 달려오다시피 하며 나를 꽉 끌어안았다.

“최 서방, 내가 최 서방을 위해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얼마나 큰 감동과 눈물을 주셨는지 몰라.”

 이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꺼억 꺼억’ 울면서 장모님께 이렇게 말씀 드렸다.

 “어머니, 사실은 저도 어머니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어요.”

 장모와 사위는 한동안 끌어안고 눈물과 감동 속에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목숨을 건 장모님의 기도를 사용하시고 나를 변화시킬 계획을 갖고 계셨던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장모님은 이 땅에 계시지 않는다. 1년 전 설날에 장모님은 돌아가셨다. 설날 가정예배를 드리시던 중 마지막 축복기도를 하시다 쓰러져 하늘나라에 가셨다. 장모님의 마지막 기도제목은 사위 최관하, 바로 나였다. 20년간 목회를 하시고 신들의 나라인 인도 선교를 열심히 다니셨던 장모님. 가깝고 먼 친지와 은혜가 갈급한 분들을 찾아 위로하고 기도하셨던 장모님은 늘 이렇게 외치고 다니셨다.

“하나님, 이 땅에서 제 사명이 다하는 날 바로 그 자리에서 저를 한 방에 하늘나라로 데려가 주세요.”

평소 원하던 대로 기도하며 하늘나라로 가신 장모님, 그분의 생전 모습을 생각하며 나도 지금 장모님과 같은 기도를 하나님께 드리고 있다. 

 “하나님, 저도 어머니처럼 이 땅에서 사명을 다하는 날 그렇게 한 방에 하나님 곁으로 데려가 주세요. 한 알의 밀알이 되게 해 주시고 삶과 죽음이 모두 간증이 되게 해 주세요.”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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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414768&code=23111513&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