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에 돌아다니는 교사
불안한 아이들
11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학 수능 시험이 하루씩 앞당겨지고 있다. 그럴수록 수험생인 고3 아이들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 그 두려움을 스마트폰 게임이나, 먹는 것, 또는 잠자는 것으로 해소하고 있는 아이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기에, 아이들은 또 같은 모습으로 매일을 반복하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 진도를 나가기도 어렵다. 입시가 가까울수록 더 공부해야 하건만, 아이러니하게도 교실은 공부할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의 다양한 형태로, 수능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수시로 합격한 아이들도 있고, 면접으로 이 대학 저 대학을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격려하는 것은 우리 교사의 당연한 책임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올랐다.
엽서의 행복
금년에도 엽서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했다. 각 반별로 아이들 명단을 출력해 준비하고, 그 이름들을 살폈다. 대체로 작년에 내가 수업 시간에 만났던 아이들인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이 있는 두 학급이 있었다. 먼저 그 아이들을 대상으로 축복의 격려 엽서를 쓰기로 했다. 작년에 만났던 아이들은 작년에 엽서를 써 주었었기 때문이다
얼굴이 잘 떠오르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시는 대로 엽서를 썼다. 그리고 학급 회장을 불러 나눠주도록 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얼굴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작은 한 장의 엽서이지만, 아이들은 그 한 장을 소중히 여기는 순수함이 있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고백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 피드백의 표현을 받는 것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교사로서 아이들을 축복하는 그 자체가 큰 기쁨이다. 다른 직업이 누릴 수 없는 행복이라 하겠다.
격려 엽서와 공짜 기도
엽서를 다 쓴 후, 각 학급에 나눠주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한 가지 지혜를 나에게 더하여 주셨다.
그것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축복하는 것이었다.
나는 B4용지에 가로로 글을 썼다.
“뀨!^^ 사랑하는 고3들아,
격려 엽서 써 드립니다.
기도해드립니다. 공짜! 데헷^^
그리고 그 종이와 격려 엽서, 붓펜을 들고 고3 아이들이 식사하고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나는 식당 입구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종이를 펼쳤다.
“뭐예요~? 선생님.”
아이들은 내가 들고 있는 종이의 글자를 읽더니 “하하, 깔깔” 웃어댔다.
교사가 학생 식당에 글자가 적힌 종이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흔한 광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식당으로 돌아다니는 교사
나는 그 종이를 들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자~자~, 엽서 써 드립니다. 기도해드립니다. 공짜입니다. 고3들만 해드립니다. 자~자~~.”
처음에는 벌쭘한 아이들이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는 50분 동안 식당 이 곳 저곳 자리를 옮기며, 엽서에 격려와 축복의 글을 일일이 써주었다. 아이들 이름을 넣어서 말이다.
“자, 세현이는 소원이 뭐니? 그 내용 포함해서 써 줄게.”
이렇게 말을 걸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소망을 말한다. 물론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눈앞에 다가온 대학 합격이다. 그리고 건강, 직업, 행복하게 사는 것, 가족들의 평안 등을 말한다.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명 씩 다 듣고 그에 맞는 내용의 엽서를 써 주었다. 주님께서 인도하실 것이라는 말, 그리고 내가 기도하겠다는 말과 함께.
글을 다 쓴 후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아, 밥 계속 먹어. 눈 뜨고 있어도 되고, 그냥 이 상태로 선생님이 너희들 위해서 한 번 기도할게.”
함께 기도하는 스승과 제자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오늘 식당에서 우리 고3 아이들을 격려하고 기도할 수 있게 해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작지만 정성을 다해, 엽서에 축복의 글도 쓰게 하신 것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 두렵거나 떨지 않게 하시고, 지혜와 명철로 소망하는 대학에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오니 도와주시옵소서. 함께 하여 주시옵소서. 힘주시고 능력 더하여주시옵소서. 이 시대에 하나님의 일꾼들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기도를 마친 후 눈을 떠 보니 어느덧 아이들도 모두 식사를 멈추고 나와 같은 자세로 기도하고 있었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식당의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사랑과 축복이 식당을 가득 넘치도록 메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