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별’ 이야기
작성자
최*하
작성일
15.12.11
조회수
1624

아픈 ‘별’ 이야기
 
강아지 키우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안방 문이 열렸다.
두 딸 아이가 이구동성으로 애교 섞인 콧소리를 냈다.
“아빠~. 꼭 들어줘. 응?”
앙앙거리는 듯한 두 딸의 소리 뒤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어떻게 할거야?”
‘아닌 밤 중에 홍두깨’라더니, 자기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내 의견을 묻는 우리 집 세 여자. 나의 휴식은 내 의지와 관계없이 깨어졌고, 나의 눈과 몸은 여자들에게로 움직였다.
“응? 무슨 일인데?”
아내가 말했다.
“아니~, 다솜이하고 다빈이가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자는데~. 난 싫거든.”
갑자기 웬 강아지일까? 우리 집은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다. 아내도 나도 그리고 두 딸도 모두 밖에서의 활동이 많아,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던 일이었다.

아빠가 결정해 줘
우리 집 세 여자는 자기들끼리 의견의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결국 나에게 온다.
내가 가장이니까 결정을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권위를 가족들이 인정해주어 기분 좋을 때도 있지만, 곤란할 때도 있다. 바로 이런 때이다. 아내는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오는 것을 반대하고, 두 딸은 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어느 쪽으로 의견을 내든지 한쪽에서는 불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왜 두 딸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길 원하는지 차근차근 설명부터 들었다. 그 사연은 이랬다.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다. 자취하고 있는 20살 청년이 강아지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 그 청년은 우리 둘째딸이 나가고 있는 교회의 청년이다.
“근데, 아빠, 그 오빠가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자취를 하거든. 근데 윗집에 사는 주인 아줌마가 그걸 알고, 강아지를 못 키우게 한다는거야. 키우려면 나가라고 하고 말야. 그래서 자기가 집을 옮길 때까지 3개월만 돌봐달라는 거야. 아빠 우리가 키우자~ 응?”
 
3개월 만이야
나는 순간 마음속으로 해결점을 찾았다.
“응? 3개월만이라고?”
“응, 아빠. 3개월”
나는 아내를 향해 말했다.
“여보, 3개월이라는데~.”
아내는 고개를 저었다.
“난 그래도 싫다니까~.”
두 딸은 이제 나와 아내를 번갈아 가며 졸라댔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그러나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이며 말이다.
“아빠, 엄마. 내가 대학에서 아동가족학을 하잖아. 그러니까 이런 애기 강아지를 돌보는 것도 그런 공부하고 연관될 수 있는 거야. 내가 다 할게. 목욕도 내가 시키고, 똥도 내가 다 치우고~.”
대학 3학년인 큰딸 아이의 말이다. 이어서 둘째딸 아이가 말을 이었다.
“아빠, 엄마. 나는 무용 스트레스 때문에. 강아지가 있으면 스트레스가 훅 날아갈 것 같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와 아내는 눈을 마주쳤고, 동시에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 집에는 결혼 이후 처음으로 강아지 두 마리가 입성하게 되었다.
 
아픈 강아지
그날 밤 자정 무렵 교회 청년이 오토바이에 태워 온 강아지는 두 마리.
태어난 지 한 달 가량 되었다는 하얀 강아지의 이름은 ‘별’, 그리고 한 달 되었지만, 별이 보다 몸집이 세 배 정도 큰 까만 색깔 강아지의 이름은 ‘달’이었다.
두 마리가 집에 들어오는 순간, 그 시꺼먼 강아지, 아니 개라고 해야겠다. 달이는 뛰기 시작했다. 방, 거실 온 곳을 뛰어다니는 아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시커먼 강아지, 아니 한 달 된 거 맞아? 사냥개처럼 뛰어다니는 달이를 보며 나는 우리 집에 들어온 지 두 시간만에 말했다.
“딸들아, 쟤는 안되겠어. 저 뛰어다니는 미친 사냥개 같은 저기~, 달이. 보내.”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달이는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자기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우리 집에 남게 된 흰 색깔의 별이는 그야말로 갓난 아기와 같았다.
엎드려 있다가 일어났는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다. 강아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두 딸은 검색을 해서 강아지 키우는 법을 찾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강아지에 대해 거부했던 아내의 반응이었다.
“여보, 얘가 어디 아픈 것 같아.”
 
간호하는 가족들
그리고 다음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별이는 생각보다 상처가 많은 환자였다.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시장에 팔려진 아이, 어미의 젖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에서 버려짐을 당했고, 특히 시장에 있는 동안 온갖 병균이 별이에게 옮겨져 피부병이 심각한 상태였다. 그래서 우리집에 오는 날부터 계속 보여줬던 모습이 자기의 몸을 발로 계속 긁고 입으로 핥고 물고 했던 것이다. 별이의 눈 밑에는 두 줄기 검정 길이 있었다. 그것은 아이가 하도 울어서 눈물 길이 형성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내 마음이 울컥했다.
또한 별이의 꼬리 끝에는 피가 맺혀 있었고, 털도 다 빠져 있었다. 그것은 별이가 자기의 꼬리를 물어 뜯어서 그런 것이고, 병균도 몸속에까지 침투했다는 병원의 진단이었다.
모성애라 할까? 아내의 태도가 바뀐 것, 그리고 나와 두 딸의 마음에 같은 긍휼함이 형성된 것은 별이라는 강아지의 스토리를 알고 난 뒤였다. 아내는 연신 불쌍하다는 말을 반복했고, 정성을 다해 간호하기 시작했다. 두 딸도 나도 마찬가지였다.
집에 들어오면 딸은 약을 먹이고, 아내는 별이의 온 몸을 손끝으로 긁어주고 있었다.
"별아, 여기? 여기 가려워?”
한두 시간씩은 기본이었다. 그만큼 피부병이 심했던 것이다. 이렇게 긁어주면 별이는 가만히 그것을 즐기고 있었다. 아내는 별이를 그렇게 돌봐준 다음 손을 씻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보, 손바닥 지문 다 없어질 것 같아~. 하도 씻어서.”
 
우리 집에 잘 온거야
몇 년 전인가? 나는 우리 집에 늦둥이가 한 명 있어도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바람 뿐이었는데, 별이를 보며 하나님께서 강아지를 늦둥이처럼 키우라고 보내주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씩 큰딸 아이는 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 어느 날은 큰딸 아이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왜 그러니? 다솜아.”
“아빠, 별이 털 다 밀었어. 불쌍해.”
나는 방에 누워 있는 별이에게 가보았다. 별이는 무척 겁 먹은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었다.
‘벌거숭이.’
그 단어가 적절했다. 머리 부분만 빼고 별이의 몸에 있는 털은 모두 제거되어 있었다. 무척 불쌍해보였다. 자기 어미가 있었으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 별이의 병균을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계속 되었다. 하나님의 도우심일 것이다. 한 주가 지나며 별이는 눈에 띄게 기력을 찾아가고 있었다. 몸을 긁고는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빈도수는 줄어드는 듯 했다. 배설물도 정해진 장소에 하는 것을 보며, 아내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여보, 별이 머리가 되게 좋은 것 같아.”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보니까 나중에 별이 보내자고 하면 당신이 제일 서운해 할 것 같은데~.”
어느 날 두 딸 아이가 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별아, 너는 우리 집에 정말 잘 왔어. 너는 이제 아주 건강하게 될거야. 우리 집에 왔으니까 말야.”
아내와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사함이 밀려왔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사랑의 노력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기쁨을 주고 있었다. 짐승이라는 미물이지만, 생명은 모두 귀한 것이기에 그 작은 것마저도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가족에게 주신 하나님께 참 감사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몇 만원씩 사용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별이도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어가고 있었다.
 
회복되어 가니 감사해
별이가 우리 집에 온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있지만, 별이 덕분에 귀가에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가족들이 보이는 듯 했다.
별이는 불편하지만 머리에 아직도 캡을 쓰고 있다. 혀로 몸을 핥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이따금씩 가려운 부분을 발로 긁기도 하지만, 우리를 보면 껑충 반가움에 뛰어오르고 있다. 잘 먹고 잘 자고, 또한 우리 집 분위기를 아는지 평안함을 함께 누리고 있다. 가족들이 예배를 드릴 때는 아내의 품속에서 조용히 찬송을 듣고 눈을 가물가물하기도 한다.
더욱이 별이는 가장 편안한 잠자리를 찾아냈다. 그것은 놀랍게도 내 아내의 양 다리 위다. 아내도 별이를 위해 그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어떻게 우리 집은 정상인 애가 안 오지? 하하하, 힘들고 어려운 애들만 하나님이 보내주시잖아. 이제 사람도 부족해서~ 개까지 말야. 하하하.”
아내는 미소를 띠었다.
“그러네, 여보. 그래서 더 감사하지. 사람도 건강을 찾아주시고, 별이도 이렇게 건강해져가니 말야.”
방에서 나오던 중에 나와 아내의 대화를 들은 두 딸 다솜이 다빈이의 입가에 함박웃음이 활짝 피었다. 아내의 무릎에 엎드려 있는 별이도 편안한 미소를 띠고 자고 있었다.
 
작은 것까지도 사랑하는 마음을 우리 가족에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이 마음이 더욱 확대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별이가 온전히 치유되고 회복될 것이라고 믿으며, 이 시간 별이를 통해 더욱 기도할 수 있게 하시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